경기도 '미용 실습견' 사육장서 60여 마리 구조, 번식장서 쓸모없어진 강아지들로 추정
한쪽 눈 안 보이고, 가위에 뚫리고, 종양 생겨도 '애견 미용 실습대' 위에 열흘마다 올라
애견 미용학원 실습견 관련 동물복지 가이드라인 부재…실습생들 "너무 맘 아파서 그만뒀다" 증언도
경기도에 있는 미용 실습견 사육장. 그 안에서 초점 잃은 눈으로 철창 밖을 바라보던 작은 말티즈. 열흘에 한 번씩, 실습 테이블에 올려져 미용을 해야 했다. 싫어도 반복해서. 번식장 강아지로 추정된다고 했다. 번식견으로, 미용 실습견으로, 보신탕 국물용으로, 그러다 폐견 처리장으로. 생의 모든 쓸모를 다한 뒤 죽음마저도 돈이 돼야 하는 번식장 강아지들의 삶이 이리 알려져 있다./사진=차마 눈을 마주치기 힘들었던 남형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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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 요크셔테리어입니다. 나이가 12살은 됐겠어요. 탈장이 있어 수술도 해야 하고, 피부랑 치아도 안 좋아요. 귓속은 딱딱하네. 염증이 오래돼 다 막혔어요. 이 아이는 그동안 어디서 어떻게 살았을까요."
품에 안은 강아지마다 번호를 붙여 상태를 확인하던 활동가가 말했다. 경기도 외진 곳에 있던 한 사육장, 거길 가득 채운 58마리의 강아지들 모습이 대부분 그랬다. 동물권단체 케어가 제보받고 구조하러 나선 현장이었다.
'미용 실습견'으로 쓰였단다. 한 달에 2~3 번. 봉고차를 타고 미용학원에 보내졌다가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말티즈, 푸들, 비숑, 포메라니안, 말티푸까지. 인기 많은 품종별로 분류돼 있었다.
강아지를 매만지던 봉사자가 말했다. 그러게, 털이 다 자란 뒤에만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겠다고. 여름엔 얼마나 더웠겠냐고. 견사 바깥엔 분변이 가득 쌓여 있었고, 내부는 끈질긴 파리들로 들끓었다. 온몸에 들러붙는 걸 떼어내느라 고역이었다.
털 미용이 된 것 외에는, 번식장에 이어 열악한 환경에 놓여 살아가던 미용 실습견들. 하나하나 다 품에 안아 꺼내주고 싶었다./사진=남형도 기자 |
도무지 저항하는 법을 모르는 게 슬펐다. 가위에 베인 귀를 살펴보느라 잡을 때도, 배에 붙은 종양을 만지작거리며 바라볼 때도. 하나밖에 안 남은 이빨을 보려 입술을 들어 올리는 데도. 심지어 파리가 온몸에 그득그득 들러붙는데도. 고달픈 생존과 적응. 미용을 배우려, 아직은 미숙하고 서툰 가위를 든 실습생들에게 맡겨졌을 존재들.
그 순간 할 수 있는 거라곤, 생(生)의 의지가 깃털처럼 가벼워진 작은 몸을, 잠시나마 고요히 품어주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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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에 찢어진 것 같아요, 미용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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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와 반려견 미용. 이런 것에 트라우마가 있었다. 반려견 똘이를 미용해줄 때였다. 미용을 너무 무서워해, 집에서 해보겠다고 가위며 기계도 샀었다. 스타일이고 뭐고 빠르게 끝내자며 밀었다. 삐져나온 털을 욕심내어 가위로 깎다가, 잘못해서 살이 아주 살짝 찢겼다.
얌전한 갈색 말티푸를 들어 살펴보다, 그 기억이 선명하게 겹쳤다. 케어 활동가가 비명처럼 발견한 걸 알렸다.
"어떡해요, 살에 구멍이 났어. 이런 것도 다 가위로 했을 거거든요. 미용하다가 뚫린 거지요. 미용 실습견들이 이렇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제대로 치료도 안 했단 게 오늘 현장에서 드러나는 거고요."
생식기 근처에 벌건 구멍이 동그랗게 뚫려 있었다. 치료 흔적이 없었다. 작은 강아지는 그 정도 상처를 품고도 가만히 안겨만 있었다. 덤덤한 그 모습에 몇몇 봉사자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이윽고 우는 소리까지 들렸다. 반복되는 가위질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러나 몇 번이고 실습대 위에 다시 올려졌을 거였다.
아예 생의 의지조차 없어 보이던 강아지 모습. 아무런 말도 몸짓도 할 수 없었다./사진=남형도 기자 |
분말 형태의 치료제를 상처 부위에 뿌려 주었다. 병원으로 옮기기 전 임시 조치였다. 캔넬로 옮기는 짧은 시간. 그동안, 강아지의 가슴팍을 반복해 어루만져주던 이가 있었다. 이제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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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없어 혀 내민 애들이 '태반'…어떻게 치료도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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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 실습견이라 털만 깔끔하게 깎여 있었을 뿐, 강아지들 상태가 거의 다 좋지 않았다.
시추 강아지는 왼쪽 눈 상태가 심하게 좋지 않았다. 상처가 심해 보였다. 비숑 강아지는 혀를 쭉 내밀고 있었다. 구조하던 케어 활동가가 말했다.
"혀가 이렇게 나와 있으면 이빨이 안 좋은 거예요. 아프거나 없어서 혀를 내미는 거죠."
천장에 부착된 끈끈이에 달라 붙어 죽은 파리들. 위생 환경이 좋지 않았다. /사진=남형도 기자 |
그런 강아지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나마 이빨이 있는 녀석도 썩거나 치석이 많아 치료가 필요했다. 탈장, 실명, 종양, 벌어진 다리, 피부병, 귓병까지. 몸 어딘가 한 곳은 아픈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 이용해 돈을 벌면서 그러느라 다치거나 아픈 녀석들 치료를 이리 신경 쓰지 않았다. 한숨과 울음과 탄식이 서로를 오갔다.
이날 병원에 들어갈 수 있는 강아지가 최대 30여 마리라 했다. 그곳에 있던 미용 실습견이 총 58마리. 그러니 더 아픈 강아지들 위주로 구조할 수밖에 없었다. 더 아파야만 갈 수 있는 애달픈 생의 자리. 그 갈림길에서, 바라보는 눈빛을 피하느라 맘이 저렸다.
오래도록 구석에서 벌벌 떨며 웅크리고 있던 몰티즈가 눈에 밟혔다.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였다. 조심조심 다가가 손을 뻗었다. 미동도 않고 그대로 품에 안겼다. 너무 작고 약해 보이고 안 든 것처럼 가벼웠다. 혹여나 구조 대상에서 누락 될까 싶어서, 가장 잘 보이도록 품에 안고 있었다.
다행히 구조하기로 결정돼 캔넬로 옮겨졌다. 라이브 방송을 하던 케어 활동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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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장'과 맞닿은 구조…쓸모없어져도 닳도록 써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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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제왕절개' 자국이 또렷한 개들이 자주 보였다. 통상 번식장에서 새끼를 빼낼 때 남는 흔적. '미용 실습견'으로 흘러들어오는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번식장과 또 닿아 있었다.
'번식견을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은 애견 미용사다. 실습용으로 제공되는 개가 모견과 종견이다. 번식장은 개를 씻기고 털을 깎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좋고, 미용학원은 실습생의 서툰 손길을 감내할 개가 있어서 좋다.'
책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을 쓴 하재영 작가가 기록한 게 이랬다. 김명진 애견 미용사는 하재영 작가와의 책 인터뷰에서 이리 남겼다.
'번식견들은 대부분 겁이 많고 얌전해요. 싫은 티도 못 내고 달달 떨기만 했어요. (중략) 첫 달엔 매일 울면서 실습했어요. 새끼 뺀 지 며칠 안 돼서 수술 자국이 선명한 모견들도 왔어요. 한눈에도 힘들어하는 게 보이는데 미용을 해야 하는 거예요. 그뿐이게요? 유산할 때 쏟은 핏덩어리가 털 뭉치와 엉켜서 2차 감염된 모견도 흔하고요.'
'제왕절개'의 흔적. 번식장에서 새끼를 뺄 때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사진=남형도 기자 |
상상이 갔다. 오래도록 뜬장에 갇혀 강제 임신당하고, 새끼를 낳고 코앞에서 뺏기고. 나이가 들고, 아프고, 치료를 제대로 못 받고. 그리 번식견으로 쓰임을 다 하면 미용 실습견으로 또 공급돼 쓸모가 다할 때까지 닳도록 굴려지는 삶.
"왜 이런 삶이어야 할까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그리 묻는 것 같아서, 심장 언저리부터 뜨거운 게 올라와 데워졌다. 목이 꺽꺽 막히는듯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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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이리 말했다.
"번식장 개로 미용 실습을 하는 것도 오랜 문제예요. 구조적인 측면에서 보면 가장 큰 건 번식장입니다. 번식으로 쓸모없어지면 이렇게까지 다 빼 먹고 결국엔 폐견 처리장에서 굶겨 죽이는 거죠. 그런데 정부가 반려견 생산업 규제도 안 하고, 감독도 제대로 안 하고, 제도가 굉장히 허술해요. 법도 없고요. 철저하게 이력 관리가 안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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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하나 넣으니 좋다고 들어가…서로 기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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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이 거의 하나도 없어, 혀를 이리 길게 내미는 강아지들이 많았다./사진=남형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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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가 계속되었다. 케어 활동가들과 봉사자들이 부단히 애썼다. 38마리를 우선 구조하는 사이 바깥이 어둑어둑해졌다.
그 과정에서 마음 쓰이던 개가 있었다. 어려 보이는 하얀 비숑이었다.
견사에 들어갔더니 하도 안아달라고 하기에 안아주었고. 내려놓았더니 다시 안아달라고 빤히 보며 컹컹 짖었다. 다시 안아주니 기가 막히게 얌전해졌다. 안도하며 쌔근쌔근 숨을 쉬었다.
다들 조용한 와중에 짖는 소리가 유난히 컸던 개. 파리가 편히 앉을 정도로 웅크린 개들 사이에서, 그래도 활발하게 움직였던 개. 그래서 구조 대상에서 빠질 수밖에 없던 그 하얀 개. 오늘 나가지 못할 것 같아, 계속 눈길이 가고 맘이 쓰였던 개. 하도 꼭 붙어 있길래, 활동가들이 내 이름을 따서, '남형동'이라 이름 지어준 그 개.
"51번 비숑, 임보해주실 분 없을까요. 남 기자님한테 떨어지지 않는 아이 '형동이'입니다. 와, 형동이 임보 나왔어요. 축하해!"
오매불망 철창 밖만 바라보는데. 병원 자리가 한정돼 있어, 누군가는 나오고 누군가는 남겨졌을 때. 어떤 마음일까 싶어 사육장 안에서 바깥을 향해 찍은 사진. 다들 같은 방향만 바라보고 있었다./사진=남형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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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가 끝나가던 찰나, 임시 보호를 해주겠단 이가 나와 형동이는 나올 수 있었다. 기뻤지만 또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1차 구조 대상에서 빠진 아이들의 눈빛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느껴져서였다. 케어 활동가들과 봉사자들은, 이후에도 현장에 계속 갔다. 5일 넘게 현장을 지킨 끝에 남겨진 아이들까지, 총 58마리를 모두 구해 내었다.
유독 눈에 밟힌 장면은 이런 거였다. 1차로 구조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미안해하며 활동가와 봉사자들이 캔넬을 넣어줄 때였다. 이미 컴컴해진 와중에 핸드폰 불빛을 켜 가며, 긴 밤이나마 집에서 편히 자라고. 그랬을 때, 누군가 발견한 광경에 먹먹해졌다.
"하나 같이 집 안에 다 들어가 있어요. 얘 좀 봐요. 다른 아이 엉덩이에 베개처럼 머리를 베고 있어요. 맨바닥에서 살았잖아요. 집이 그동안 한 번도 없었잖아요. 저 캔넬 하나가 뭐라고 저렇게 의지하고. 진짜 맘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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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 실습생들이 본 광경 "가위에 눈 찔려도, 소독해 돌려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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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삶이었을까. 번식장, 미용 실습견, 쓰임을 다해야만 끝나는 삶이라는 건./사진=남형도 기자 |
실제 애견 미용학원에서 실습으로 쓰이는 개들 실태가 궁금했다. 모두 번식장에서 공급받는 건 아녔다. 자기 개를 데려와서 하게 하거나, 유기견 보호소에 가 봉사하며 한단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상당 부분 번식장에서 공급받거나, 아예 학원에서 키우며 실습한단 얘기가 나왔다.
그 광경은 상상하기 힘든 게 많았다. 실습생들 증언을 있는 그대로 옮긴다.
실제 애견미용학원에서 찍었단 사진. 미용 실습견들이 케이지 안에서 대기하고 있다./사진=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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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급 실습생입니다. 강아지를 사랑해 입양갈 때 재능 기부라도 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 끔찍한 기억과 트라우마로 남았어요. 번식장에서 오는 강아지들 상태는 심각했어요. 털이 똥밭에서 구른 것마냥 엉켜서 잘 빗어지지도 않고, 귓속은 오물로 가득했고요.
실습하다 다릴 다치기도 하고, 잇몸이 파래지면 설탕물을 먹이며 했습니다. 못 보고 그냥 실습하다 거품 물고 쓰러진 강아지도 있었어요. 미숙한 실력이라 발톱에서 피나는 건 매일 있는 일이었고요. 케이지 안에 4~5마리씩 들어가 있는데, 꺼내달란 애처로운 눈빛을 하며 발로 벅벅 긁는 강아지도 있고, 포기한 채 가만히 엎드려 있는 녀석도 있었어요.
실습생들은, 실견 수업이 일주일에 한 번뿐이라 강아지가 괴로워해도 계속 미용을 진행했어요. 다리가 아파 일어나지 못하는 강아지도 억지로 일으켜 세우고, 탈장이 된 강아지도 가차없이 진행했고요. '오늘 말 안 듣는 강아지 걸리면 클리퍼(미용기기)로 때릴 거야' 그런 대화를 실습생끼리 하는 것도 들었습니다. 저들에겐 인형에 불과하구나, 그런 생각에 화가 났습니다."
애견미용학원에서 자체적으로 이리 사육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사진=독자 제공 |
또 다른 실습생도 경험담을 이리 전했다.
"1년 동안 미용 실습견으로 실습했습니다. 저희 학원은 합법 번식장에서 온 실습견을 썼어요. 그런데도 합법이라 하기엔 말이 안 되는 상태였어요. 발 한쪽이 없기도 하고, 실명이 된 아이도 있었고, 젖이 밑으로 다 처지는 상태이기도 했고요. 가위로 살을 잘라도, 눈이 찔려도, 병원 한 번 안 가고 소독만 한 채 돌려보낸 적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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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 실습견'에 대한 윤리적 기준, 하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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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미용 실습견을 찬물로 목욕시킨 걸로 알려져 학대 논란이 불거졌던 사진./사진=독자 제공 |
이는 어제오늘 일은 아녔다. 2021년 4월엔 한 미용 학원 실습생에 의해 크게 공론화가 됐었다. 번식장 실습견을 마주했었다고 했다.
"살이 베이고 귀나 혀가 잘리기도 했습니다. 기를 꺾는다며 관절을 비트는 강사도 있었어요. 처절한 울음 소리가 잊히지 않습니다. 추운 겨울이었는데 대부분 찬물에 목욕했습니다. 안 하려고 빼는 애들보다, 삶을 다 포기한 듯 눈에 초점조차 없는 애들이 더 맘 아팠어요."
그해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반려견 미용학원에 대해, 관리 감독을 더 철저히 하게 해달란 거였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였다.
아직 배우는 과정이고, 가위질이 서툰터라 실습 과정에서 혀가 베인 실습견./사진=독자 제공 |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이리 말했다.
"실습하느라 높은 데 올려놓고, 가위 들면 무서운데 2~3시간씩 하잖아요. 실습 대상이 되는 개에 대한 윤리적인 기준이 전혀 없습니다. 몇 시간 이상 쓰면 안 되는지, 낯선 환경에 갑자기 놓이지 못하게 한다던지. 준비도 안 된 실습생들이 하다가 다치고 공론화 되는 건데요. 법이 애매합니다. 실습은 위그를 쓰게 돼 있는데, 살아 있는 개를 쓴다고 불법은 아니에요. 빌려주고 돈을 받는 것만 불법입니다. 실습 수요는 많은데 합법적으로 구하기 어려우니, 번식견 공급처럼 어둠의 시장만 커지는 거지요. 실습생들 인식이 최근엔 그래도 높아져서, 제보하고 고발하는 게 그나마 희망입니다."
에필로그(epilogue).
미용 실습견으로 공급되다 케어에 구조된 '초코'의 몸무게는 고작 1.17kg이었다.
파리가 들끓는 열악한 환경에 방치됐다. 구내염으로 뺨이 헐다 못해 손가락만한 구멍이 났다. 그 상태로 치료받지 못했다.
살아갈 희망을 품던 어느 날, 초코가 돌연 쓰러졌다. 정밀 검사를 해보니 '파보'에 감염돼 있었다.
11월 7일. 초코는 마지막 숨을 내뱉고 결국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병과 상처와 극심한 빈혈이 작은 몸을 집어삼켰다.
초코를 추모하며 케어 활동가가 남긴 기록이 이랬다.
"견사 안에서 초코가 자기도 데려가 달라고, 기를 쓰고 친구들 사이를 비집고 나오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기억해주시겠습니까. 초소형 크기의 개를 광고하며 번식하는 이들이 있고. 초코가 1kg 몸무게로 태어난 그런 아이였고, 번식용으로 쓰이다가, 미용 실습견으로 마지막 삶을 강요받다가 떠났단 걸요."
구조에서 누락될까 전전긍긍하며 미용 실습견들을 데리고 있던 케어 봉사자. 모두 다 그렇진 않단 게 유일한 희망. 이 미용 실습견 사육장 또한, 실습생들이 고발해 알린 거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을 거다. 동떨어져 있는 존재일지라도 애달프고 아픈 그런 마음이 남아 있다면./사진=남형도 기자 |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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