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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우울증 위험 9배’ 겨울철 뇌졸중 예방, “이·웃·손·발” 살펴라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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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뇌경색이 생기면 혈액과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뇌세포가 괴사한다. 이미 죽어버린 뇌조직은 살릴 방법이 없기에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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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응고가 잘돼 ‘혈전 확률’ 높은 계절
‘골든타임 도착’ 땐 약만으로 혈관 뚫어
“환자의 정신건강 관리, 초기부터 중요해”

#39살인 정명수(가명)씨는 6년 전 겨울, 출근길에 갑자기 쓰러졌다. 오른쪽 장갑이 떨어져 잡으려 했지만 잡을 수 없었다. 몸이 한쪽으로 기울면서 결국 넘어졌다. 너무 당황해서 일어났지만 다시 넘어졌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에 가야겠다고 알렸다. 수소문 끝에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명수씨의 의식은 점점 희미해져갔다. 결국 그는 급성 허혈성 뇌졸중 판정을 받았다. 이 질병은 혈전이나 지방 침착물이 뇌로 가는 동맥을 막으면서 발생한다.



다행히도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수술을 통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으나 후유증은 심각했다.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간단한 글씨도 쓰지 못했다. 미래가 막막했다. 막연히 성공을 위해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흡연과 음주로 스트레스를 풀었던 지난날이 후회스러웠다. 그러나 명수씨는 자신을 돌봐주는 가족을 위해 이를 악물고 재활에 전념했다. 발병 이후 6년이 지난 지금, 그는 대학원에 다닐 정도로 회복됐다.





위의 사례는 대한뇌졸중학회의 수기에 실린 경험담이다. 명수씨가 쓰러졌던 날은 연중 최저기온을 기록했다는 1월이었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뇌졸중은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 특히 자주 발생한다. 급격한 기온 변화로 혈압이 상승하고, 갑작스러운 추위로 혈액 응고가 잘되면서 혈전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뇌졸중은 크게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로 나뉜다. 대한뇌졸중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성인 60명 중 1명이 뇌졸중 환자이며, 매년 10만5천 명의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생긴다.



뇌경색이 생기면 혈액과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뇌세포가 괴사한다. 이미 죽어버린 뇌조직은 살릴 방법이 없기에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보건당국이나 대한뇌졸중학회 등에서 뇌졸중 발생 징후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뇌졸중 징후는 줄여서 ‘이/웃/손/발’이라고 표현한다. “‘이’ 소리 내어 웃어보고, 손에 힘이 빠지는지 확인하며, 발음이 어눌해지는지 살펴본다.” 이러한 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골든타임 안에 병원을 찾는 환자의 비중이 높지 않다. 대한뇌졸중학회가 발표한 ‘뇌졸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허혈성 뇌졸중 환자 중 발병 후 3.5시간 이내에 병원을 방문한 사람은 26.2%에 불과했다. 이는 10년째 비슷한 수준이다. 뇌졸중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교육이 절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골든타임 내 재개통 치료를 받은 환자는 전체의 16.3%에 그쳤다. 병원 도착 시간이 늦어질수록 재개통 치료를 받는 비율은 급감했다. 4.5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한 환자의 42%가 재개통 치료를 받았지만, 이후에 방문한 환자의 치료율은 10.7%에 그쳤다. 일부 환자는 두통이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도 가볍게 넘기고 상황이 심각해져서야 병원에 가는 경우도 있다.



뇌경색은 증상이 발생한 뒤 빨리 도착할수록 약만을 사용해 혈관을 뚫을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정맥에 혈전 용해제를 투여해 혈전을 녹여내는 ‘정맥 내 혈전 용해술’이다. 그러나 효과를 지속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혈전의 양이 많거나 동맥처럼 큰 혈관이 막힌 경우에는 소용이 없다. 통상 4시간30분 이내에 치료할 경우 약물로 혈관을 뚫을 수도 있다.



이후에는 얇고 유연한 관인 카테터를 혈관에 넣어 뚫는 방법을 사용한다. 직접 관을 삽입해 혈전을 제거하는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은 통상 증상 발생 6시간 이내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연구로 16시간 혹은 24시간, 경우에 따라서는 최장 10일까지도 치료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 나오기도 했다.



뇌졸중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뇌졸중 환자의 약 60%가 남성이고, 발병 당시 평균 연령은 남성 66.3살, 여성 72.5살이었다. 2022년 기준 85살 이상 뇌졸중 환자 비율은 10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고령화의 영향 탓이다. 주요 혈관 위험 인자로는 고혈압(67.9%), 당뇨병(34.3%), 이상지질혈증(42.5%), 흡연(21.9%), 심장세동(20%) 등이 꼽혔다.



‘젊은 뇌졸중’의 발병 연령대도 낮아졌다. 지난해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 17개 병원에서 모집한 18~50살 뇌졸중 환자 7050명을 분석한 결과, ‘젊은 뇌졸중’의 평균 발병 연령이 43.6살에서 42.9살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여성 환자 중 18~30살 비중이 6.5%에서 10.2%로 대폭 증가한 반면, 남성은 4.1%에서 5.5%로 증가했다. 학회는 젊은층의 경우 흡연, 음주, 비만, 스트레스 등의 요인이 뇌졸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뇌졸중 환자의 경우 3분의 1 정도가 영구적 장애를 입는다. 이 때문에 이후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도 많다. 영국 런던 남부에서 뇌졸중 환자를 장기적으로 추적하는 대규모 연구 시스템인 ‘남부 런던 뇌졸중 기록’(SLSR)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뇌졸중 발생 5년이 지나도 우울증은 여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뇌졸중 뒤 3개월 이내 우울증을 겪은 환자의 46.6%는 1년째에 회복됐고, 2년째에는 20.3%가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우울증을 회복한 환자 중 66.7%는 다시 우울증이 재발했으며, 특히 이들 중 94.4%는 회복 뒤 5년 이내에 우울증이 다시 나타났다. 이는 재활 의지를 약화시켜 환자의 장기적인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 최혜림 임상강사,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 연구팀이 “뇌졸중 환자는 발병 첫해 우울증 발병 위험이 가장 높으며, 특히 나이가 젊고 남성일수록 위험이 더 크다”고 발표했다. 연구는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바탕으로 20만여 명의 뇌졸중 환자와 일반 대중을 비교 분석하여, 뇌졸중 환자의 우울증 발병 위험이 대조군보다 최대 9.29배까지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65살 미만 환자와 남성에서 우울증 위험이 더욱 두드러졌는데, 이는 사회적·경제적 압박과 뇌의 생리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뇌졸중 환자의 정신건강 관리가 초기부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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