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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여긴 인간성도 영혼도 없다”…이 건물, 어떻게 생겼길래 감성 말살까지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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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헤더윅 지음, 한진이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영혼없는 아파트·빌딩에
도시인들 감성 더 떨어져


매일경제

헤더윅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미국 뉴욕 허드슨강의 ‘리틀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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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세상은 인간성을 잃어가고 있다. 너무 많은 도시가 영혼이 없고 우울한 느낌을 준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라.”

신간 ‘더 인간적인 건축’은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토마스 헤더윅이 인간을 압도하는 현대 건축물들이 즐비한 세계 도시의 모습을 반성하며 앞으로의 건축과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하는 안내서다. 인간의 생활 공간을 구성하는 건축물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특히 효율성만이 강조된 비인간적인 현대 빌딩들이 어떻게 인간과 환경을 집어삼키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 준다.

헤더윅이 1994년 설립한 ‘헤더윅 스튜디오’는 가구부터 건축, 도시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선보여 왔다. 헤더윅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사람들이 경험하는 공간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감성적이고 상징적인 디자인을 창조하는 데 중점을 둔다.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도서관 ‘러닝 허브(지옥의 책방)’와 벌집 구조의 계단형 공공 예술작품으로 미국 뉴욕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베슬(Vessel)’ 등이 대표적이다.

헤더윅은 현대 도시를 점령한 ‘따분한 비인간적인 건축’과 우리가 반드시 추구해야 할 ‘관대한 인간적인 건축’을 대비하면서 왜 우리에게 더 인간적인 건축이 필요한지 설파한다. 책에 따르면 직육면체 형태의 빌딩들은 대부분 따분한 비인간적인 건축에 해당한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획일화된 형태의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반면 관대한 인간적인 건축은 자연과 어우러지고 우아한 곡선으로 공간의 기능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건물을 뜻한다. 일례로 스페인 건축가 안토 가우디가 지은 ‘까사 밀라’는 물결 모양의 외벽과 건물 전체에 자연광을 끌어들이는 중정, 추상적인 조각 작품처럼 꾸며진 지붕을 갖추고 있어 이 공간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매일경제

헤더윅은 현대의 따분한 공간들이 얼마나 인간에게 해로운지 과학적으로 증명한 다양한 근거들도 함께 제시한다. 미국 일리노이대 조경·인간건강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같은 주택 단지 안에서도 평범한 회색의 직사각형 안뜰이 내다 보이는 세대가 잔디와 관목, 나무가 심어진 녹지 안뜰을 바라보는 세대보다 스트레스가 높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분한 건물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방치되다 나중에는 초라해져 환경을 해치기까지 한다. 영국에서는 매년 5만채의 건물이 철거돼 1억2600만t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현대식 상업용 건물의 평균 수명은 약 40년에 불과하다. 영국 전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3분의 2가 건설업에서 발생할 정도다. 한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짓고, 부수고, 다시 짓고, 부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재건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인간적인 건축은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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