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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우유 배달' 여성 흉기 찔려 사망…커피숍·식당 여주인 3개월 뒤 연쇄 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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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성 자창 공통점…목격자 유력 증언까지[사건속 오늘]

전과 13범 동일인 소행 추정에도 직접 증거 없어 미제로

뉴스1

(YTN 뉴스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2007년 11월 23일 새벽 5시 10분쯤 부산 남구 우암동에서 우유배달을 하던 30대 여성 민 모 씨가 살해됐다. 민 씨는 가슴, 배, 코 등을 예리한 흉기에 공격당한 상태였다.

인근 빌라에 거주하던 50대 주민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 밖에 나갔다가 처참한 광경을 목격했다.

사건 현장에는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사라진 금품도 없었다. 원한에 의한 살인으로 판단한 경찰은 근처에 있는 지인들 위주로 수사를 시작했지만 답보 상태에 놓였다.

반경 1㎞ 내 장소서 연이은 살인 사건…사인은 다발성 자창

3개월 뒤인 2008년 1월 20일 오전 1시 8분쯤 문현4동 한 아파트 인근 건물 지하 1층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50대 지 모 씨가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 씨는 카운터 인근 바닥에 하의가 벗겨진 채 누워있는 모습으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망 추정 시간은 2008년 1월 20일 오후 7시쯤이었다.

그로부터 약 4시간 뒤인 오후 11시 20분~11시 47분쯤 문현3동에 있는 곱창집 주인인 50대 이 모 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사인은 다발성 자창이었다.

범인은 미리 준비한 칼로 주인의 얼굴, 목, 팔, 가슴 등 32차례를 공격했다. 또 냉장고 위쪽에 있던 현금 46만 원을 들고 나갔다.

이번에도 용의자를 특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반경 1㎞ 이내에서 발생한 3건의 연쇄살인 사건은 목격자는커녕 CCTV도 없어 어려움에 봉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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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뉴스 갈무리)


"손에 칼 베인 듯한 상처 있는 남자 봤다"…목격자 등장에 수사 속도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시민이 의심스러운 남성이 있다며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김 씨는 평상시에 돈을 내지 않고 자주 음식을 시켜 먹었고, 20일과 21일에도 식당을 찾았다. 주인은 당시 김 씨의 손에 피가 묻어 있었고 손등에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칼에 베인 듯한 상처가 나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사건 발생 15분 전쯤 김 씨를 봤다는 목격담이 추가로 나왔다. 인근 찜질방 카운터 직원은 김 씨가 1월 21일 새벽 찜질방을 찾았고, 김 씨의 손에 상처를 봤다고 진술했다. 직원은 당시 김 씨에게 1월 17일에 빌려 간 1만 원을 갚으라고 하자 바지 주머니에서 현금 뭉텅이를 꺼내 빌린 1만 원과 이자 1만 원을 건넸다.

목격자 증언을 종합하면 사건 당일 김 씨는 문현동 커피숍 여주인 사건이 있었던 오후 7시쯤 현장 근처에 있었다. 오후 9시에는 문현동에 있는 한 중국집에서 고량주 1병을 마셨고, 오후 11시 40분부터 찜질방에 들어올 때까지 무엇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식당 여주인 살해 혐의' 전과 13범 김 씨 체포…여죄 추궁하자 묵비권

경찰은 유력 용의자인 김 씨를 곱창집 여주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강도살인 등)로 1월 30일 검거했다.

다음 날 경찰은 피해자의 손톱에서 발견된 미세한 피부조직을 국과수에 유전자 분석을 의뢰했고, 김 씨의 DNA와 일치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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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뉴스 갈무리)


경찰은 커피숍 여주인 살인 사건, 우유 배달원 살인사건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수사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의 여죄가 추가로 드러났다. 김 씨는 2007년 12월 13일 오후 6시쯤 동구 범일동의 한 주택에 침입해 흉기로 집주인의 딸을 위협하고 성폭행했다.

그러나 커피숍 주인 살인 사건 수사에서는 현장에서 김 씨의 증명사진이 발견된 게 전부이고 우유 배달원 살인 사건은 김 씨가 범행 당일이 아닌 다른 날 새벽 시간대에 그 지역을 배회한 것을 본 적 있다는 몇 명의 목격자 진술 외 추가 증거를 끝내 확보하지 못했다.

청소년 시절부터 강도, 성폭행 등 전과 13범이었던 김 씨는 2004년 강도상해죄로 3년 6개월간 복역하고 2007년 11월 12일 출소했다. 출소 후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지정됐지만 일정한 주거 없이 부산을 떠돌며 생활하던 상태였다.

김 씨는 구치소에 수감된 이후에도 사고를 일으켰다. 2008년 2월 26일 오후 7시 밤쯤 구치소 동료인 27세 남성의 접견물 중 과자를 먹다가 '먹지 마. 왜 먹어?'라는 말을 듣고 앙심을 품고 오후 11시 6분 잠자던 동료에게 다가가 얼굴, 머리를 플라스틱 식기로 때리고 볼펜으로 수십 차례 찔렀다.

검찰은 김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범죄 전력, 범죄의 잔혹성, 반성하지 않고 책임을 사법기관에 떠넘기는 모습이 매우 불량하며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부디 개과천선하여 미망의 늪에서 헤어나 향후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망자의 영혼을 위로하며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함으로써 비록 구금된 상태로나마 새로운 삶을 시작하길 바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기를 바랄 뿐"이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r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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