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정기선 사전교감 있었다" 후문
차기 구축함 상세설계 입찰 '탄력' 기대
경쟁입찰? 수의계약?... 여전한 신경전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법적 분쟁으로 상세설계 입찰 과정이 지연되고 있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조감도.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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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경찰에 냈던 군사기술 유출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 고발을 22일 취하했다. 양측 간 고소고〮발로 무기한 미뤄졌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 과정에도 탄력이 붙을 걸로 전망된다.
한화오션은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해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고발 취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화오션은 3월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술 유출 사건과 관련해 임원 개입 여부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한화오션은 고발 취하 사유를 놓고 “명품 함정 건조를 통해 ‘K방산’ 한류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원팀’ 전략에 적극 협조하려 하는 것”이라며 “국내 기업 간 신뢰 구축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고발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KDDX 상세설계 입찰 과정에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법적 분쟁이 발생함에 따라 입찰 시점을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로 미뤄왔다. 한화오션이 이날 경찰 고발을 취하하면서, HD현대중공업도 한화오션을 상대로 제기했던 허위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고소를 취하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 간 법적 분쟁이 일단락됨에 따라 방사청도 KDDX 입찰 과정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에 KDDX 생산능력판단기준서를 전달, 방산업체 지정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고발 취소 배경과 관련해 한화 측에선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간 사전 교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고발 취소 발표도 한화오션이 아닌 한화그룹 차원에서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7일 한국 조선업계에 협력을 요청하고, 세계 조선 시장이 중국의 수주량 독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국내 두 대표 조선업체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이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서로 힘을 합치기 위해 그동안 감정 싸움의 배경이 됐던 고소고〮발 건을 서로 취하하자고 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두 기업의 셈법이 여전히 복잡해 보인다는 시각이 많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경찰에 냈던 군사기술 유출 혐의 수사가 거의 막바지 단계에 이르러 다음 달 중순 발표만 남았었다고 한다. 이 수사 결과가 KDDX 입찰과 관련해 자사에 유의미하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염려한 한화오션이 선제적으로 고발을 취하, 원팀을 강조하고 나선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한화오션은 이날 고발 취하를 발표하면서 “산업부가 진행하는 KDDX 방산업체 지정 절차에 따라 실사단 평가와 현장실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사단 평가는 한화오션이 원하는 경쟁입찰을 위한 절차”라며 “양측 고소고〮발이 취하돼 법적 분쟁이 없다면 관례대로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과거) HD현대중공업이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KDDX 기본설계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건 이미 수차례 확인된 사실"이라며 "KDDX 사업이 많이 지연된 만큼 한화오션의 (산업부) 방산업체 지정 신청도 철회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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