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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드론 촬영, 추가로 나온 건 없다"더니 포렌식하자 반전…중국 공안 연락처까지 왜?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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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쏙 취파] 귀에 쏙! 귀로 듣는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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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유학생 드론 촬영에 "추가 정황 없다"던 경찰... 무더기 530장 어떻게 설명할 건가



중국인 유학생 3명이 지난 6월 25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작전기지에 정박해 있는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호를 드론으로 불법 촬영하다 적발됐습니다. 루즈벨트호는 한미일 3국 최초로 수상· 공중· 수중· 사이버 등 분야에서 치러지는 다영역 군사훈련 '프리덤 에지'에 참가하기 위해 사흘 전에 입항한 것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루즈벨트호에 승선해 "우리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며 한미 동맹을 강조했습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장호진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미8군 사령관 등 한미 안보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행사였습니다.

중국인 유학생 3명이 드론을 상공에 띄워 루즈벨트호를 약 5분간 촬영한 건 윤 대통령이 승선하기 직전이었던 걸로 알려집니다. 이 사실은 한 달쯤 뒤인 지난 7월 23일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군 시설에 관심이 많아 단순한 호기심에 촬영했다"고 진술했고 경찰도 "당장 대공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는 취지로 언론에 답변했습니다 이들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출국 정지 조치됐고 불구속 상태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입니다.

지난 9일 중국인이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를 드론으로 불법 촬영하다 적발됐습니다. 최근 들어 드론 촬영이 불법으로 규정되는 경우는 흔해졌지만, 잇따라 중국인이 국가 중요 시설을 비슷한 방식으로 불법 촬영한 게 드러난 건 이례적입니다. 적발해 조사한 지 다섯 달 가까이 된 중국인 유학생 불법 촬영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복수의 취재원들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이들이 수년 전부터 촬영을 준비하고 기획한 정황이 있다"는 내용을 파악했습니다. 그런데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 간부는 전혀 다른 얘기를 했습니다. "추가로 나온 건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기존 보도에 나왔듯 6월 25일 촬영, 그리고 이틀 전에도 촬영한 사실 외에는 추가로 촬영한 정황이나 촬영물이 발견되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했습니다. 비슷한 취지로 거듭 되물었습니다. 경찰 간부가 내놓은 설명은 "그들의 전자기기를 압수해 정말 열심히 포렌식을 하고 있다"면서도 "포렌식 분석 작업이 막바지 단계지만, 현재까지는 뭐가 더 없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뭐가 더 나올진 모르겠지만 지금까진 그렇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경찰은 저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건 국가 안보 관련 사안이라 일반 사건과는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반 사건보다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기 때문에 설명하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확인해 줄 수 없다"가 아니고 "확인된 바 없다"고 했습니다. 이건 정보·외교 당국이 언론의 취재 질의에 대해 흔히 쓰는 이른바 NCND,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는 것과는 다른 톤입니다. 경찰이 거짓 설명을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저희는 관련 내용을 추가 취재해 연일 8뉴스 기사로 내보냈습니다.

중국인들의 불법 드론 촬영에 대해, 지난 8월부터는 경찰뿐 아니라 정보 당국까지 합세해 합동 수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인 유학생 3명의 핸드폰과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포렌식해 분석해 보니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들은 2022년 9월부터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기지 인근을 답사하며 촬영에 용이한 장소를 물색했고 주요 촬영 장소를 지도에 별도로 표시해 놓기까지 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촬영을 기획하고 준비한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그리고 지난해 3월부터 약 4개월간 부산에 입항한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스프링필드와 핵 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 해작사 기지 등 군사시설을 드론으로 200여 건 불법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같은 해 11월엔 중국 위챗 메신저로 미 항공모함 칼빈슨과 함재기 F-35B 관련 정보를 공유했던 대화 내역도 복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나아가 지난 6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승선한 부산 해작사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함 행사 관련해서는 입항 후 사흘간 330건 넘는 드론 불법 촬영을 한 것으로 수사 당국은 파악했습니다.

아울러 이들의 전자기기에서는 칭다오시 공안 당국 과장급 연락처가 나왔고, 시진핑 주석의 이념과 철학을 설파하는 중국 공산당 소식지도 발견됐습니다. 중국 당국과 교류가 있었는지, 당국 차원의 지원을 받은 건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촬영했다"는 중국인 유학생들의 진술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사실, 범죄 피의자들이 혐의를 숨기거나 처벌을 덜 받기 위해 이런 진술을 하는 경우는 허다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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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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