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범죄 분석 전문가의 일과 삶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엔 수많은 범죄 분석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법의학, 법영상, 범죄심리 등 대중에게 생소한 특수 학문을 바탕으로 풀리지 않던 범죄 실마리를 파헤친다. 범죄자가 어떤 의도로 어떻게 이런 짓을 벌였는지 고민하며 1년 365일, 흉악한 사건·사고 현장 속에 살아간다. 이들이 실제 경험하는 일과 삶은 어떤 모습일까.
더중앙플러스 ‘VOICE:세상을 말하다’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01)에선 범죄 영상을 분석해 온 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 소장, 법의학 분야의 대가 유성호 서울대 교수, 범죄심리 분석 전문가 이수정 교수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인 범죄 분석 과정과 범죄분석가들의 일과 삶을 풀어냈다.
황민구 소장(왼쪽) 유성호 교수(가운데), 이수정 교수(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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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CCTV와 블랙박스 속 진실 찾기 - 법영상의 세계
" 시간·장소·실수, 이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 누구에게나 불행이 찾아옵니다. " 지난 12년간 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 소장은 “수많은 불행의 순간을 영상으로 목격했다”고 말했다. 고층 난간에 기댔다가 추락사하고, 운전 중에 날아든 파편에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의도치 않게 시비에 휘말려 한순간에 범죄자로 전락한다. 현장 CCTV나 블랙박스도 진실 파악에 꼭 필요한 1프레임, 0.03초의 순간을 놓쳤다면 무용지물이다.
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 소장이 중앙일보 VOICE팀과 인터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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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영상분석전문가로 알려진 황 소장은 ‘이은해 계곡 살인 사건’ 증거 영상 조작을 비롯해 ‘상계 세 모자 살인방화사건’ 남편 유언장 위조, ‘유명 뮤지컬 배우 성추행 무고’ 사건 등 세간에 널리 알려진 여러 사건 속 진실을 포착해 왔다. 스스로를 ‘디지털 영상을 수술하는 의사’라고 칭한 그는 한 사람의 인생이 좌우되는 결정적인 순간이 기록된 영상의 흐린 화질, 왜곡된 영상을 ‘수술’해, 자칫 잘못 나올 뻔한 판결을 뒤집어 왔다.
황 소장이 이끄는 법영상분석연구소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등과 비슷한 일을 할까. 만약 그렇다면 국가 기관에 의뢰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연구소를 회유하거나 유리하게 이용하는 경우는 없었을까.
그는 인터뷰에서 크고 작은 분쟁에서 ‘법영상분석’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이고, 범죄 현장을 담은 영상에 분석 기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또 ‘곰탕집 성추행’ 사건 등 여러 유명한 사건에서 자신만의 영상 분석 기술을 어떻게 적용했는지, CCTV와 블랙박스가 늘었는데도 성추행 등의 분쟁은 왜 더 해결이 어려워졌는지, 영상분석가로서 재판에서 판사·검사·변호사·피고인들과 영상 증거로 어떻게 맞섰는지 등을 상세하게 전했다.
‘법영상 분석’은 말 그대로 사건·사고가 담긴 영상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카드 도박(바카라)의 ‘밑장빼기’ 현장도 황 소장의 눈을 피해가지 못했다. “카드 게임 규칙도 잘 모른다”던 그가 ‘밑장빼기’ 기술의 순간을 포착해 낸 건 집요한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Q : ‘밑장빼기’ 영상을 분석했다.
어떤 분이 캄보디아에서 바카라 도박을 했다. ‘3일간 60억을 날렸다’며 변호사가 연락해 왔다. 도박 사건이라 사건을 안 맡으려고 했는데, ‘밑장빼기’만 밝혀지면 무죄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법적으로 따져보면, 누군가 사기를 쳐서 돈을 잃으면 그게 도박으로 성립하지 않고 도박에 참여한 사람이 피해자가 된다.
그래픽 신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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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밑장을 뺐는지’는 기술의 영역이라 잘 모르고, 게임 규칙을 모른다”고 하니 피해자 측에서 게임별 승패와 잃은 금액을 기록한 자료를 건네줬다. ‘밑장빼기’ 기술자도 섭외해 시연했다. 이후 사건 영상을 보니 ‘밑장’을 뺄 때만 팔꿈치가 들렸다. 또 밑장을 들어올리면 카드가 살짝 올라가 음영이 생겼다. 카드를 누르기 때문에 카드 슈(shoe)박스도 살짝 뒤로 밀렸다. 그래서 피해자가 게임에서 질 때마다 딜러가 보여준 그 행위의 패턴을 정상적인 때와 비교해 재판부에 보여줬다. 증거로 인정됐다.
그래픽 신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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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반복 시청 결과인가.
이론을 공부하고 영상 화질을 개선해 주파수를 분석했다. 팔의 각도가 달라지는 걸 프레임별로 중첩해서 분석했다. 분석하며 알아낸 건데, 딜러가 이길 때만 밑장을 뺀 게 아니었다. 져줄 때도 밑장을 뺐다. 그러다 피해자가 돈을 크게 걸면 그때 기술을 쓴다. 타짜들은 이길 수가 없다.
그래픽 신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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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소장은 지금껏 수많은 의뢰인을 만났다. 그는 “인간에 대한 실망과 희망이 수없이 교차했다”며 “사건 현장의 기록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거짓된 믿음을 사실이라 믿는 소위 ‘리플리 증후군’을 겪는 경우를 마주해 왔다”고 했다. ‘진심을 다해’ 거짓말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꺼냈을까. 이들을 보며 황 소장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성선설을 믿을까. 그가 분석하는 영상엔 예기치 않은 불행의 순간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그는 신(神)이 있다고 믿을까.
황 소장의 유명세에 법영상 분석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그는 법영상 분석을 의뢰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어떤 업체를 조심해야 하는지 등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유의할 점을 전했다. 이밖에 지난 10여년 간 잔혹하고 충격적인 사건 영상을 매일 접하며 겪은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전문가로서 ‘실수’를 대처하는 법은 무엇인지 등을 말했다.
▶ 상편: 성추행 누명 쓴 배우 살렸다…0.03초 진실을 찾는 남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0335
▶하편: “이게 밑장빼기?” 판사 놀랐다…60억 털어간 딜러의 팔꿈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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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부검대 위 죽음 속 진실 찾기 - 법의학의 세계
유성호 서울대 교수(법의학 교실)가 중앙일보 VOICE팀과 인터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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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간 시체 1500여 구를 부검한 법의학자 유성호(52·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생각한 죽음의 의미는 보통사람들과 다르지 않을까. 죽음이 ‘일상’인 그가 생각하는 죽음의 의미는 뭘까.
‘그것이 알고 싶다’ 자문과 각종 방송·강연을 통해 법의학을 대중에 널리 알려 온 유 교수는 서울대에서 2013년부터 10년 넘게〈죽음의 과학적 이해〉라는 교양 강의를 맡아 청년들에게 ‘죽음’을 가르치고 있다. 수강 신청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고 한다. 강의 정원은 30명에서 시작해 지금은 100명을 훌쩍 넘겼다. 20대 청년들은 왜 그의 ‘죽음학’ 강의에 몰려들까. 그가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하며 전하고자 한 건 무엇일까.
유 교수는 부검대에 올랐던 수천 명의 죽음을 마주하며 “삶과 죽음이란 찰나의 경계를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건 직업인의 소명, 그 이상이라고 했다. 보통 의사와는 조금 다른 삶을 사는 의사, 법의학자로서 유 교수는 자신의 직업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잔혹한 죽음도 자주 접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우울과 무기력에 휩싸이진 않았을까. 가족들은 그를 걱정하지 않을까.
부검대 앞에 선 자신을 “빛도 없이 등장하는 카메오”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칭한 유 교수는 한 명의 ‘객(客)’으로서 말없이 누워 있는 고인들의 마지막 길에 어떤 도움을 주고자 했을까. “죽음을 통해 역설적으로 삶을 배운다”는 유 교수는 죽음을 통해 무엇을 배웠을까.
■ 법의학의 세계
상편: 시신 1500구 부검한 법의학자…그가 깨달은 ‘행복한 죽음’ 〈上〉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8131
하편: 암투병 부모에 “돌아가셨으면”…법의학자가 목격한 삶의 끝 〈下〉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9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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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범죄자 머릿 속, 사건의 진실 - 범죄심리분석의 세계
지난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공개 이후 ‘JMS 사태’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 JMS 총재와 그 주변 인물들의 불법과 만행을 직격했다. 이단·사이비 종교의 폐해는 JMS 사태처럼 단지 몇몇의 그릇된 욕망 때문에 벌어진 걸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중앙일보 VOICE팀과 인터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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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단 종교 전문가인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 지난 13년간 이단 피해자들의 소송을 주로 맡아온 김혜진 법률사무소 우진 대표 변호사, 진중권 광운대 교수와 이단·사이비 종교에 관한 대담을 나눴다. 이들은 100년 이상 이어져 온 한국 이단·사이비 종교의 현주소를 짚고, 역사·정치·사회적 맥락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
탁 소장은 “한국에서 이단·사이비 종교가 발흥한 건 약 100년 전부터”라며 “한국전쟁 시기가 이단이 활동한 가장 최적의 시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성 종교가 어찌할 바를 몰랐던 (한국전쟁) 피란 시기,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구세주를 찾던 게 당시 한국 사회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수정 교수는 “이단의 시작은 애초에 ‘누구를 착취하겠다’라는 것보단 ‘같이 한번 잘살아 보자’는 의지에서 출발해 뒤늦게 이단 내 계층 분화가 발현되지 않았을까”라고 진단했다.
대담 참여자들에 따르면 이단·사이비 종교는 군사정권 시절과 민주화 운동을 거치며 한국 사회에 깊숙이 침투했다. 또 최근 북한과 세계 각국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고 주장한다. 이단·사이비는 어떻게 현지화에 성공했을까. 대담에선 최근 이단·사이비 종교 범죄 양상의 변화와 피해 양상 해결책 등을 논의했다.
■ 범죄심리의 세계
상편: “한국에 자칭 예수만 50명…JMS보다 더한 곳도 많다” 〈上〉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4600
하편: “북한에도 이미 다 침투” 전세계 뻗어나간 한국 이단 〈下〉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6339
■ VOICE: 세상을 말하다-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0만원 쓰면 13만원 돌아온다…안하면 손해인 '연말정산 스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3814
“탄단지 갖춰봤자 죽은 음식” 해독 전문가 찍은 염증 주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6843
휴대폰부터 내 명의로 바꿔라, 부모님 장례 뒤 1개월 내 할 일〈上〉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8873
“극락 갈래” 3억 뿌린 부모…장례 6개월내 꼭 해야할 일〈下〉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0445
“돈 빌리려면 오후에 가라” 대출의 신이 픽한 은행 2곳〈上〉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1842
백수도 ‘4억 주담대’ 된다, 신용카드 이렇게 긁어라〈中〉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3324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항문 닦는 법 반전 있었다〈上〉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8539
이게 건망증이야? 치매야?…이 질문 해보면 안다〈上〉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4613
정보원과 ‘깊은 연애’를 했다…20년 국정원 요원 고백〈上〉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9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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