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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사설] 대학교수 시국선언 봇물, 윤 정권 가벼이 여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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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희대 교정에 걸린 대통령 하야 구호. VOU 경희대 서울캠퍼스 방송국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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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것들! 권력이나 쥐었다고 자리에 들면 못된 일만 꾸몄다가 아침 밝기가 무섭게 해치우고 마는 이 악당들아 … 나 이제 이런 자들에게 재앙을 내리리라.”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문은 성경 구절(미가서)로 시작한다.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경희사이버대 교수·연구자 시국선언은 1인칭 고백으로 시작한다. 연일 쏟아지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불의한 권력에 대한 지식인의 고발이자, 이들이 더 이상 침묵 속에 머무를 수 없을 만큼 정권의 실패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음을 가리키는 상징적 현상이다.



지난달 28일 가천대 교수노조가 물꼬를 튼 교수 시국선언은 21일 동국대·연세대·이화여대까지 전국 30개 대학·지역의 3400여명 교수·연구자의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은 물론이고 전국 모든 지역을 아우르고 있다.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경북대의 경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요구 때 참여 인원 88명보다 두 배 많은 179명이 서명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 대학 교수 시국선언에는 624명이 참여했다.



참여 교수들은 최근 ‘명태균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농단 의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불공정한 법 집행뿐 아니라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순직 사건, 역사 왜곡, 호전적 대북 정책, 부자 감세, 의료 대란 등 국정 전반에 걸친 윤석열 대통령의 무능·무책임을 성토하고 있다. 카이스트 졸업식의 ‘입틀막’ 장면으로 상징되는 자유·민주주의 후퇴도 지식인들의 분노를 키운 주요인이다. 무엇보다 “국정기조 전반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대통령은 고작 휴대폰을 바꾸겠다는 식으로 응답했다”는 동국대 시국선언문의 지적처럼, 반성 없는 정권의 태도에서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판단을 교수들은 내리고 있다. 시국선언들이 하나같이 ‘대통령 퇴진’이라는 최고 수위의 요구를 담은 이유다.



교수 시국선언은 김용련 한국외대 교수의 말대로 “한국 현대사에서 더 이상 여지가 없을 때 터져 나오는 지식인들의 종지부 같은 것”이었다. 4·19 혁명 당시 “학생들의 피에 보답하라”던 전국대학교수단의 시국선언을 비롯해 1987년 6월 항쟁, 가깝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변곡점마다 교수들의 외침이 빠지지 않았다. 지금 터져 나오는 교수들의 목소리는 규모와 수위 면에서 과거 어느 때 못지않다. 이는 더 커다란 국민적 저항의 전조임을 윤 대통령은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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