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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사설] 비트코인 과세 또 흔드는 여야, ‘감세 포퓰리즘’ 멈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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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흔들고 있다. 여당은 2년 유예를, 야당은 과세 기준 완화를 앞세워 ‘감세 포퓰리즘’ 경쟁에 나섰다. 정책 신뢰도와 조세 정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건 말할 것 없고, 잇단 감세로 거덜 난 나라 곳간 사정은 도외시한 무책임한 처사이다.

애초 여야 합의로 입법해 2022년부터 적용했어야 할 가상자산 과세법은 두 차례 연기돼 두 달 뒤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가상자산에 투자해 250만원 넘는 투자 소득에 대해 22%(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고 주식·채권 등 투자 수익에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 전 폐지 수순에 들어가자 유예 주장이 거세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과세는 공정하고 준비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2년 유예’를 관철시키겠다”고 했다. 또 내년 시행을 밝힌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선 “800만 투자자들 그리고 청년들과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민주당은 대응책으로 가상자산 공제한도를 5000만원까지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당의 과세 유예 방침은 오락가락하며 정치적 이익만 좇는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두 차례나 연기하면서 3년간 과세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다. 유예를 주장하기 전 반성부터 하는 게 먼저 아닌가. 또 2년 전엔 “가치 폭락에 따른 투자자 손실” 때문에 유예하자더니, 지금은 가격이 올라 자산 형성에 기여하니 유예하자고 하면 언제 과세를 하겠다는 말인가. 민주당은 주식시장이 어렵다며 느닷없이 금투세 폐지로 돌아서기 전 ‘시행을 전제로 한 공제한도 상향’안을 검토했다. 이처럼 원칙 없이 수시로 당론이 뒤바뀌니 여당 공세에 무력한 것 아닌가.

가상자산 과세마저 금투세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상속세·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부자감세’ 여파로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커진 나라에서 감세 경쟁만 골몰하는 것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을 형해화하는 것이다. 금투세 폐지 예고에도 증시는 살아나지 않고 국내 증시를 탈출하는 ‘서학 개미’가 늘고 있다. 청년의 자산 형성은 경기를 회복시켜 일자리를 늘리고, 투자 소득도 높아지도록 경제 기반을 탄탄히 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 어렵다고 경제 리더십은 온데간데없이 포퓰리즘에만 기대서야 청년들의 희망이 되살아나겠는가.

경향신문

21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점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돼 있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은 가상자산 과세 공제한도를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안을 오늘 26일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앞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안 통과로 2022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두 차례 연기됐고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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