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기법 확대소식에 "5인 미만 안경원 고려해달라"

고용노동부(장관 김문수)가 이달 12일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의지를 재차 강조하며, 사회적 대화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이 다수인 안경원을 운영하거나 근무하는 안경사들 사이에서 격한 의견 대립이 오가고 있다.

안경원의 경우 근무시간이 길고 5인 미만인 곳이 대부분이다 보니 휴일, 연장 근무 수당이나 출산휴가, 육아휴직과 관련해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안경원을 운영하는 안경사들은 "그런 부분을 다 해주고 나면 정작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크게 대두되자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하루 빨리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들은 안경업계뿐만 아니라 전산업에 걸쳐 커지고 있다.

안경사 커뮤니티에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에 관해 다양한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모 커뮤니티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에 관한 게시물 댓글에는 '안경사라는 직업에 여자가 거의 없는 이유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주지 않으려는 안경원 사장들 때문이다', '저출산을 부추기는 직업이 안경사고 저출산 앞잡이가 안경원 사장이다', '안경원에서 해주고 싶어도 그런 거 다 챙겨주다보면 안경원 운영 자체가 안된다', '40대 넘으면 직원 안경사로 취업이 안된다. 그래서 너도나도 오픈을 하는데 이런 것이 가격경쟁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일할 사람이 많아지려면 근무환경이 개선돼야 한다. 안경원이 근로기준법 준수만 해도 문제될게 없다' 등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안경사들은 특히 근무환경 개선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영세한 안경원 특성상 실제 적용까지는 어렵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안경원 근무환경 개선 부분은 (사)대한안경사협회(협회장 허봉현)를 비롯해 업계지에서도 수차례 무거운 주제로 다룬 바 있으며, 안경사라는 직업의 가치와도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많은 현직 안경사들도 공감하고 있다.

서울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되는 것에는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이를 노리고 악용하는 사례들도 적지 않기에 이런 사례들을 막아낼 대안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 원장은 "근무한지 한달이 채 지나자마자 임신을 해서 출산휴가를 가야한다거나 육아휴직을 한다고 해버리면 안경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정부에서 이런 부분들도 감안해 정책 마련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무 전문가는 이번 고용노동부 발표가 실제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사회적 논의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장호 노무사(이장호 공인노무사 사무소 대표·인천 남동구 소재)는 "이번 고용노동부 발표는 정치적인 부분도 포함돼 있기에 현실적으로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과 관련해 저출산 문제와 맞물려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적용이 안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나 근로자가 기본적인 노무 지식을 가지고 근로계약서나 임금명세서를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김민석 노동부 차관은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고용노동정책 성과 및 향후 계획' 브리핑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은 단계적 방안 마련을 위해 관련 조사·분석과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어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은 반드시 하겠다. 다만 지금 상황에선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고 여러번 얘기했다. 중소기업이 워낙 어렵다 보니 지불 여력이 있는지 등을 직접 확인해 보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 문제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합리적인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노사를 불문하고 다 설득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선민 기자 ratio1234@fneyef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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