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회의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한 뒤 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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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대표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난한 글이 다수 올라온 사실을 두고 한 대표가 2주 넘게 해명을 회피하고 있다. 한 유튜버가 지난 5일 게시판의 ‘작성자 검색’ 기능을 통해 검색한 결과, 한 대표와 가족 7명 이름과 같은 이름으로 올라온 비방글 1100여건이 검출됐다고 한다. 한 대표 쪽은 ‘한동훈’ 명의로 된 글 작성자는 한 대표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가족들 명의로 된 글에 대해선 진위 여부조차 해명하지 않고 있다. 그사이 친윤석열계가 당무감사를 요구하고 연일 폭로를 이어가며 당내 계파 갈등도 격해지고 있다.
지금 여당의 이런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허탈하기만 하다. ‘명태균 게이트’ 관련 폭로가 날마다 몇건씩 불거지며 ‘김건희 의혹’은 갈수록 태산이 되고 있다. 경제·민생·안보 모두 위기 아닌 곳이 없다. ‘김건희 특검’ 수용 등 국정 대전환과 전면 쇄신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찾아내야 한다. 이 엄중한 국면에 게시글 논란으로 자중지란이나 벌이는 여당을 어떤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나.
사태를 키운 데는 한 대표 책임이 크다. 한 대표는 21일에도 “위법이 아닌 문제이기 때문에 건건이 설명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며 상황을 피하는 데 급급했다. 그러면서 “위법이 있다면 철저하게 수사되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경찰 수사를 지켜보자고 했다. 이 사안에 대한 사실 확인은 복잡하지 않다. 가족 각자가 당원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 자체는 한 대표 말대로 위법이 아니다. 그러나 일부 친윤계 주장처럼 가족 한명이 다른 가족의 신상 정보를 활용해 특정한 글을 올리고 또 당 밖 사이트들에도 ‘복붙’해 올린 것이 사실이라면, 여론조작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게시글의 양상과 규모로 볼 때 한 대표 일가를 넘어 더 많은 사람들의 신상 정보를 이용한 댓글팀이 활동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실 관계가 규명되진 못했지만,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7월 “한동훈 법무장관 시절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는 팀이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장 전 최고위원은 이 문제를 놓고 연일 한 대표를 향한 공세를 펴고 있다. 한 대표는 더 이상 침묵으로 이 사안을 피하고 넘어갈 수 없는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한 대표의 태도는 마치 무언가를 숨기려고 애쓰는 것처럼 비친다. 사실 여부를 정직하게 소명하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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