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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트럼프 2기 미국 경제? ‘수퍼 매파’가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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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ver Story] “관세 인상으로 일회성 물가 상승...트럼프가 원하는 건 파국 아닌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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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뛰어난 경제 예측 능력 덕에 '인간 풍향계'란 별명을 얻은 제임스 불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무역 분쟁이 벌어졌을 때에도 물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며 "반이민정책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퍼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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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선 성공 이후 미 증시 대표 지수인 S&P500 지수가 사상 최초로 6000을 돌파했다. 미국 경제력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달러 가치 역시 대선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많은 경제 전문가가 감세와 고관세를 예고해 온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데, 금융시장만큼은 축포를 쏘아 올리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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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하경·Mid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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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 2.0(트럼프 2기 행정부 경제 정책)은 미국과 세계 경제에 어떤 파급력을 미칠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발언으로 ‘인간 풍향계(Bellwether Person)’라는 별명을 얻었던 제임스 불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현 미국 퍼듀대 경영대학원장)는 미 대선 한 주 후인 12일 WEEKLY BIZ와 화상으로 만나 “적어도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트럼프의 2기 임기 동안 미국 경제가 성장한다는 전망에 동의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의 지난 재임 기간 때 미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건 사실이며, 이번 대선 기간 내놓은 경제 성장에 대한 약속 역시 취지 자체는 진짜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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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의균


지난해 8월 퍼듀대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15년간 세인트루이스 연은을 이끌었던 불러드 전 총재는 2011년과 2013년에 경제 분석 기관인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가 선정하는 ‘시장을 가장 많이 움직인 인물’로 뽑히기도 했다. 경제 상황 예측에 통달했다는 평을 듣는 그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나 미국 경제의 향후 경로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씩 웃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수퍼 매파(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선호)로 분류됐던 그는 “미국 경제가 사실상 연착륙에 성공했고, 최근 기준 금리 인하의 타이밍이나 인하 폭 모두 적절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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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불라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경제 전망에 대한 발언을 시작할 때마다 웃음을 보이며 설명을 이어갔다./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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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하경


◇“기억해 보라. ‘트럼프 1기’란 영화에 고물가가 등장했나”

많은 경제 전문가는 트럼프가 관세 부과로 ‘무역 전쟁’을 유발하면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 하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물가’는 미국 경제의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2018년 6~7월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까지 오른 적이 있지만, 2019년 2월엔 1.5%까지 낮아졌다. 연준은 2019년 한 해 동안 기준 금리를 연 2.5%에서 연 1.75%까지 세 차례 낮추기도 했다.

-트럼프가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 미국 물가가 또 뛸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2018~2019년에 이미 ‘이 영화(관세 부과와 외국 정부의 보복 관세)’를 한 번 본 적이 있다.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겼을 때 물가가 한 번 뛸 수는 있었지만,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진 않았다. 오히려 관세 부과는 (교역 위축으로)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는 있다. 이에 연준은 2018~2019년 벌어진 무역 전쟁에 대한 대응으로 기준 금리를 인하하기도 했다.”

-그래도 트럼프가 높은 관세를 매기면 글로벌 무역에 큰 혼란이 생기지 않을까.

“대통령 당선인(트럼프)이 원하는 것은 협상이다. 미국 교역 상대국이 미국 물품에 대한 관세를 낮춘다면, 미국도 함께 관세를 내릴 수 있다. 다른 나라들이 무역에서 무언가 양보한다면 오히려 자유무역으로 가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미국의 교역 상대국이 미국에 호의적인 무역 정책을 내놓지 않고 버틴다면, 새 행정부도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反)이민 정책이 구인난과 임금 상승을 초래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개인적으로 노동시장 환경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합법적인 이민자와 불법 이민자를 모두 포함해 전체적인 이민 규모가 늘거나 혹은 줄었을 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불명확하다. 이민자들의 연령대나 그들이 주로 직업을 구하는 업종 등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이민자가 미국에 들어오면 바로 노동시장에 참여하는지, 아니면 구직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도 없다. 이에 나는 예전부터 이민을 거시 경제 상황을 뒤흔드는 주요 변수로 취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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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하경


◇“2017년 법인세율 인하는 훌륭한 결정”

트럼프는 공약을 통해 법인세 추가 인하를 예고했다. 1기 행정부 당시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는데, 재선에 성공하면 15%까지 더 끌어내린다고 했다. 불러드 전 총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이뤄진 법인세율 인하는 탁월한 결정이었다”며 “하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석 차이가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라서, 법인세율을 실제로 더 내릴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 법인세율 인하는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법인세율 인하는 꼭 필요한 정책이었다. 다른 주요국이 이미 법인세율을 낮췄는데, 미국은 법인세 관련 정책에서 뒤처진 상태였다. 트럼프만큼 (법인세를) 많이 내리고 싶진 않았겠지만, 실제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법인세율을 인하할 의향은 있었던 것으로 안다. 트럼프의 감세 정책은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미국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는 계기가 됐다. 기업의 수익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을 줄여주면 (기업이 세금 낼 돈으로 설비 투자 등을 늘리면서) 노동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급여가 늘어나는 순기능까지 기대할 수 있다. ‘세율을 낮춰 미국 경제가 성장하는 동력으로 삼자’는 게 이번 선거에서 결집한 공화당 지지자들의 희망 사항이었다고 본다.”

-재정 적자가 과도하게 커지는 부작용도 생기지 않을까.

“공화당이 하원에서 더 많은 의석을 차지했지만, 의석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의 견제를 받으며 법 개정 등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법인세율 인하 등이 가능할지, 어느 정도 세율을 내릴지 등은 협상의 영역이다. 모두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막대한 재정 적자를 기록하는 정책을 독단적으로 펼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은 성공적일까.

“트럼프 재임 기간이었던 2017~2019년 미국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 기간에도 이러한 경제 성장을 주요 의제로 내세웠고, 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왔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우위를 점하면서부터 주식시장에 주가 상승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구성, 정책의 우선순위와 실제 추진 여부 등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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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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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라는 개가 짖지 않게 한 파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리더십은 어떻게 평가하나.

“파월 의장은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금융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 막아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금융 위기는 ‘짖지 않은 개(일어나지 않은 위기)’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지점을 대단한 업적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뿐이다. 파월이 백악관과 의회를 설득해 발 빠른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2020년 3~4월에 금융 위기를 피해갈 수 있었다. 만약 팬데믹과 금융 위기가 함께 일어났다면 이를 극복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파월이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스티븐 므누신과 협업해 내놓은 여러 정책 덕분에 미국 경제는 위기가 본격화된 지 고작 두 달 만에 회복세로 돌아섰다. 굉장히 빠른 회복 속도였다. 원래 연준 의장은 정치적 압박을 많이 받지만, 파월의 재임 기간에 (팬데믹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유독 심했다. 그는 이런 특수한 시기에 연준을 잘 이끈 훌륭한 리더였다.”

-2022년 이후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은 어땠나.

“경기 침체를 불러오지 않고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매우 성공적이었다. 2022년 연준은 시장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물가는 점점 더 가파르게 치솟았다. 자칫 연준이 물가 통제에 실패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이었다. 하지만 과감하게 기준 금리를 0.75%포인트씩 인상하면서 물가 상승률도 정점을 찍고 낮아지기 시작했다. ‘(급격히 높아진 금리 때문에)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예측이 많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지난 두 분기 동안 미국은 꽤 강한 성장세를 이어갔고, 올해 4분기 역시 나쁘지 않아 보인다.”

-최근 기준 금리 인하의 시기와 속도는 어떻게 보나.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는 대체로 적절했다고 본다. 사실 지난여름 동안 물가 상승률 수준에 비해 미국의 기준 금리가 너무 높게 유지된 측면도 없지 않다. 이에 파월은 8월 잭슨홀 미팅(중앙은행장 회의) 연설에서 기준 금리 인하 의사를 시장에 분명히 전달한 다음, 9월부터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9월에 금리를 0.5%포인트 낮추고, 11월에는 0.25%포인트 더 내렸다. 내가 보기에 현재 기준 금리(연 4.75%) 역시 물가를 억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높은 수준이라고 본다. 앞으로 연준은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 같은) 경제 데이터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맞춰 기준 금리를 잘 조절해나갈 것이다.”

-트럼프가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면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지켜지지 않는 국가에선 ‘고물가’ 현상이 매우 변칙적으로 나타난다. 튀르키예나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같은 극단적인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 미국에서 그렇게 심각한 수준의 ‘간섭’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그것보다는 조금 약한 수준으로 통화정책에 개입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은 없지 않다. 이때 의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연준은 의회의 ‘창조물’이다. 의회는 지난 100여 년간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지켜지는 시스템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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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에피소드’는 연착륙으로 사실상 마무리”

-미국 경제는 연착륙에 성공할까.

“나는 사실 미국이 이미 연착륙을 달성했다고 선언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매우 탄탄한 수준이다. 실업률은 4%대 초반으로 사실상 자연 실업률에 가깝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지난 9월에 2.1%로 연준의 목표치(2%)에 거의 근접했다. 만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2년 만기 미국 국채의 금리가 만기가 더 긴 10년 만기 국채 금리보다 더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해소됐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 해석되기도 한다.) 기준 금리 인하의 속도 등을 잘 조절해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지 않도록 하는 게 연착륙으로 가는 ‘마지막 퍼즐’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경제를 시리즈물에 비교한다면) ‘팬데믹’ 에피소드는 이제 거의 마무리되었다고 본다. 이제 연준은 그다음 국면에 발생하는 일에 잘 대응해나가야 한다.”

-당신은 대표적인 매파 인사로 분류되기도 했는데.

“나는 상황에 따라 매파가 되기도, 비둘기파(낮은 금리 선호)가 되기도 한다. 물가를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게 중앙은행의 중요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일이라는 건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여기서 일하는 사람은 절대로 독단에 빠져서는 안 된다. 항상 높은 금리 혹은 낮은 금리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적당한 타이밍에 적당한 금리 수준으로 대응해야 미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연준이 기준 금리를 어떻게 조절해야 한다’고 미리 조언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경제 상황에 다 들어맞는 금리 결정의 법칙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집된 경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여러 논문과 연구 자료를 잘 참조하면서 조심스럽게 기준 금리를 조절해 나가야 한다.”

-내년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나.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계 경제 전망에서 세계 경제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세계 경제를 뒤흔들 만한 ‘거대한 충격’에 대한 예보도 없다. 미국 정부 정책 차원의 불확실성과 전쟁 같은 지정학적 위험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앞으로 미국에서 새 행정부가 출범해 어떤 정치적인 상황이 이어질지는 확실하지 않다. 또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점점 전쟁이라는 상황에 익숙해지고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전황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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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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