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조작 논란’…쿠팡 “기업 활동의 자유” vs 공정위 “명백한 위계”

알고리즘 조작 의혹으로 유통업계 역대 최대 과징금 1628억원을 부과받은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의 첫 변론이 열렸다. 쿠팡은 부당한 제재를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소비자 기만에 따른 조치라며 맞섰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 뉴스1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21일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의 첫 변론을 진행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8월 쿠팡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우대했다며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국내 유통업계에 부과된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다. 또 ‘알고리즘 조작 등 불법 행위를 하지말라’는 취지의 시정명령도 함께 내렸다. 이에 불복한 쿠팡은 과징금·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며 지난 9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첫 변론에서 쿠팡 측은 “유통업자가 쇼핑몰 내에서 상품을 추천한 것을 문제 삼아 제재를 가하는 건 유례가 없다”며 “상품을 추천하는 것은 유통업의 본질에 해당하고 이는 헌법상 보장되는 기업활동의 자유”라고 했다.

이어 “온라인 유통업자의 검색 추천은 쇼핑몰 내에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에 검색서비스 제공자와 달리 검색의 중립성 의무가 인정될 수 없다”며 “소비자 선호는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유통업자는 소비자들이 장래에 선호할 요소를 갖춘 것까지 포괄하는 기준을 제시하는데, 쿠팡 검색 순위도 이에 해당한다”고 했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조선 DB

반면 공정위는 쿠팡이 소비자에게 안내한 것과 다른 기준으로 검색 순위를 정렬하고, 회사 직원이 고객인 척 상품 리뷰를 적은 것은 명백한 위계(僞計)라며 반박했다.

공정위 측은 “쿠팡은 판매실적과 선호도를 종합해 랭킹을 정했다고 했지만 사실은 회사와 관계있는 상품들을 상단에 진열했다”며 “쿠팡은 공정위가 진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장황하게 주장하지만 이는 본질을 흐리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점에서 책을 진열하는 것은 해당 서점의 자유일 뿐이지만, 판매량에 따라 진열한다고 해놓고서 수익성이 높은 책을 진열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비유했다. 공정위 측은 “쿠팡 측이 다른 방법으로 쿠팡 랭킹을 정하거나 임직원을 고객으로 가장해 일반인 리뷰라고 적은 것은 명백한 위계이기 때문에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쿠팡은 이 소송과 함께 공정위 제재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10일 쿠팡 측에 내려진 시정명령에 대한 집행정지를 인용했지만 과징금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공정위의 시정명령 처분은 본안 사건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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