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아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해, 환영 나온 홍철호 정무수석과 인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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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7일 기자회견 때 “두루뭉술하게 사과했다”고 한 부산일보 기자를 두고 “무례하다”고 비난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1일 사과했다. 그러나 언론계와 야당은 “대통령을 왕으로 모시라는 발언”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그릇된 언론관’이 문제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홍 수석은 이날 오전 대변인실을 통해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정무수석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한 점에 대해 부산일보 기자분과 언론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정무수석으로서의 본연의 자세와 역할을 가다듬겠다”고 밝혔다.
홍 수석은 19일 운영위에서, 7일 대국민 담화·기자회견 중 윤 대통령에게 질문한 박석호 부산일보 기자를 거론하며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사과를 했는데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이 ‘뭘 잘못했는데’ 이런 태도는 시정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당시 윤 대통령이 “어찌 됐든 사과한다”고 하자 “다소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으로 사과했다. 국민이 과연 대통령이 무엇을 사과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다”며 “보충 설명을 해달라”고 질문을 한 바 있다.
운영위에서 야당 의원들은 홍 수석의 발언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튿날 대통령실 지역기자단은 “취재나 언론 활동을 약화시킬 수 있는 모든 발언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반발했고, 한국기자협회 부산일보지회는 “언론 통제 시도”라며 홍 수석의 교체를 요구했다.
홍 수석의 사과에도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어 “(홍 수석의 발언은) 대통령을 만인지상인 왕으로 모시라는 시대착오적 발언”이라며 “국민과 헌법적 가치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무례가 도를 넘고 있다. 대통령의 오만을 언론의 무례로 둔갑시킨 이 정권의 반헌법적 언론관은 이미 증명될 만큼 증명됐고, 확인될 만큼 확인됐다”고 날을 세웠다.
언론단체들은 홍 수석의 발언이 그동안 비판 언론을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여온 윤석열 정부의 부적절한 언론관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보고 있다. 문화방송(MBC) 기자 전용기 탑승 배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검찰 수사,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등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도나 매체를 상대로 한 ‘겁박’이 계속돼 온 것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야당은 “대국민 담화 당시 사과가 거짓임이 다시 확인됐다”며 윤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을 대신한 기자의 질문에 ‘무례하다’고 하는 것은 국민에게 ‘무례하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냐”며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과했다던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의혹이야 어찌 됐든 상관없고 대통령이 일단 고개 숙였으니, 국민은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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