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2일 오후 서울의 한 식당에서 판매되는 소주의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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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대학생 시절에 해당하는 20대 초반의 폭음이 수십년이 지난 후에도 뇌 기능에 영구적인 영향을 미치며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9일(현지시각) 건강 전문 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20대 초반에 해당하는 시기의 폭음이 중년기까지 뇌세포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됐다. 전기적, 화학적 신호를 통해 뇌에 정보를 전달하는 세포인 뉴런이 폭음 후 보인 변화가 인지 저하에서 보이는 변화와 여러 면에서 유사한 점이 발견됐다. 이전 연구들은 폭음의 즉각적인 영향만을 보여줬지만, 이번 연구는 장기적 영향을 확인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노화신경생물학 저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인간의 폭음 패턴을 재현하기 위해 ‘자발적 폭음 요법’을 적용했다. 구체적으로 실험용 쥐들은 4일마다 알코올을 섭취했고 그사이에는 금주했는데, 이는 주말에 과도한 음주를 하고 주중에는 쉬는 일반적인 폭음 패턴과 유사하다. 이런 방식으로 인간의 20대 초반에 해당하는 시기인 생후 8~12주된 쥐들에게 4주 동안 알코올을 투여했다. 이후 쥐들은 생후 9~12개월, 즉 인간 나이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에 해당하는 시기까지 전혀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았다.
연구 결과, 생후 8~12주에 4주간 알코올에 노출된 쥐는 6개월간의 금주 기간 이후에도 뇌의 피라미드 뉴런과 가바(GABA)성 신경세포에서 장기적인 변화가 관찰됐다. 피라미드 뉴런은 뇌 전체에 걸쳐 발견되는 흥분성 뉴런으로, 전두엽 피질에 주로 분포한다. 이 뉴런은 뇌의 ‘가속 페달’과 같은 역할로 활동을 촉진하는 반면, 가바성 뉴런은 ‘브레이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억제성 뉴런이다.
연구에서 쥐들의 피라미드 뉴런의 내재적 흥분성이 변화해 다른 뉴런과의 소통이 어려워졌다. 연구팀의 니키 크롤리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신경과학연구소장은 “마치 자동차가 움직이게 하기 위해 가속 페달을 더 세게 밟아야 하는 것처럼 피라미드 뉴런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바성 신경세포는 흥분성이 증가했다. 연구진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가 가바성 신경세포에 더 자주 신호를 보내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러한 글루타메이트 전달의 변화는 치매 관련 인지 저하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이다.
크롤리 소장은 “이는 성인 초기인 20대 초반에 알코올을 소비하는 것과 노화하며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것 사이에 잠재적인 연관성이 있음을 나타낸다”며 “인지 저하에는 예방할 수 없는 위험 요소가 많지만, 20대 초반의 폭음은 충분히 조절 가능한 요소”라고 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신경 세포 간 통신을 돕는 단백질인 소마토스타틴 등을 활용해 알코올로 인한 인지 저하를 회복하는 치료법을 연구할 계획이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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