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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돈 없다더니, 김치통에 5만원 다발로 2억…“고액체납자 끝까지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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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액체납자 가족 집의 김치냉장고에서 발견된 현금 다발. 국세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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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토지를 매도하면 양도소득세를 내는 것은 당연한 납세 의무다. 그러나 92살 ㄱ씨의 보유 토지가 상당량 매도된 뒤에도 수십억원에 이르는 양도소득세는 체납 상태가 이어졌다. 국세청이 살펴보니 토지 매도 거래를 주도한 것은 ㄱ씨의 자녀들. 자녀들은 ㄱ씨 계좌로 입금된 양도대금을 쪼개서 자신들 명의의 계좌로 이체하거나, 돌아가며 현금을 인출하는 방식으로 세금 징수를 피하려 했다.



이에 국세청이 강제징수를 위한 합동수색에 나섰다. 지방청과 세무서 직원 21명의 ㄱ씨 자녀 주소지 4곳을 동시에 들이닥쳤다. 집안을 샅샅이 뒤져보니 곳곳에 숨겨놓은 현금과 골드바가 쏟아져 나왔다. 한 자녀 집의 김치통 1개에서만 총 2억원규모의 5만원짜리 현금다발이 빼곡하게 숨겨져 있었다. 국세청은 현금과 골드바 총 11억원을 징수하고 자녀와 며느리 등 일가족 7명을 체납처분 면탈범으로 고발했다.



국세청은 21일 ㄱ씨 일가를 포함해 총 696명의 고액체납자 체납·추적 사례를 공개했다. 체납과 재산은닉 행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어, 최근 국세청은 재산 추적조사를 강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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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직원들이 고액체납자의 집에 있던 김치통에서 5만원짜리 돈다발을 발견한 모습. 국세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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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체납자를 잡아내기 위한 탐문·잠복도 이어지고 있다. 한 예로, 국세청 직원들은 가족·지인 명의로 여러 개의 법인을 실지배하고 있는 ㄴ씨 보유 아파트 주변을 수차례 잠복했다. 해외 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종합소득세를 수십억원 체납한 ㄴ씨가 해당 아파트에서 실거주 중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실거주 중임을 확인한 국세청 직원들은 집 안으로 들이닥쳐 족자, 춘화첩과 같은 고가의 미술품 62점 등 3억원어치 재산을 징수했다.



체납된 세금을 징수하기 위한 법정 다툼도 적잖다. 치과의사 ㄷ씨는 종합소득세를 수십억원을 체납하고는, 강제징수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사업장을 폐업하고 보유하던 토지 명의를 배우자로 바꿨다. 그러고는 함께 일하던 직원 명의로 원래 사업장이 있던 자리에 같은 상호로 재개업해 사업을 계속했다. 이에 국세청은 ㄷ씨 배우자를 상대로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배우자 소유가 된 토지에 대해 처분금지가처분 조처를 했다. 사해행위란 돈을 갚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빼돌리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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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지능적 수법으로 세금 납부를 피해 온 고액 체납자 696명을 집중 추적한다고 21일 밝혔다. 안덕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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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이날 국세청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슬롯머신 등 도박으로 고액의 당청금이 생겼는데도 당첨금을 수표로 받는 방식으로 체납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부동산 분양업체 대표, 배우자 명의로 해외보험상품에 가입하고 사업소득을 보험금으로 외화송금해 은닉한 비뇨기과 의사 등이 공개됐다. 안덕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갈수록 지능화되는 재산 은닉 행위에 신속히 대응하여 고액 상습 체납자의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 징수하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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