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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밤새 연습하다 응급실 실려가도 행복해”…이것만 손에 들면 신들리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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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스쿠 콩쿠르 휩쓴 中2 이현정
“마음 움직이는 연주자 될래요”


매일경제

서울 마포구 아트홀맥 무대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해 보이고 있는 중학생 바이올리니스트 이현정. 지난 9월 전 세계 35세 이하 대상 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준우승 등 3관왕을 차지한 음악영재다. 사진제공=마포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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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보다 왼손이 더 크고 손가락도 길어요.”

첫 만남에 수줍어 하던 중학생 바이올리니스트 이현정(14)의 미소에 대범함이 묻어났다. 6살 때부터 바이올린 쥐고 찢느라 한 마디씩은 더 길어진 왼손 손가락을 자기 오른손과 맞대어 훈장처럼 보여줬다. 쓸려서 상처 나던 손가락 끝과 턱 밑엔 이제 단단한 굳은살이 박였다. 국내외 주니어 콩쿠르 정상을 휩쓸고, 지난 9월 전 세계 만 35세 이하 대상으로 열린 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에서도 당당히 준우승에 오른 천재성은 노력의 산물이었다. 이현정은 실시간 투표로 결정되는 청중상과 지정곡 최고 연주상까지 3관왕에 올랐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그는 콩쿠르 소회를 묻자 “청중과 한마음이 되려고 했다”며 “결선 무대 후 커튼콜이 5번이나 이어지고 1000여 명이 뜨겁게 환호해주셨는데 행복한 기분이었다. 청중과 소통한다고 생각하면 저절로 음악에 빠져들게 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주가 끝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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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이현정이 오는 1월 서게 될 서울 마포구 아트홀맥 무대에서 바이올린을 품에 안은 채 웃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마포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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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쿠르에선 많은 곡을 빠르게 익혀야 하고, 혼신을 다해도 승자만 살아남는다. 나이에 상관없이 고된 일정이다. 이현정은 이번 대회 본선 진출자 중 만 13세 최연소에 또래보다 키가 한 뼘은 작았지만, 악바리 정신으로 버텼다. 준결승을 치르고 숙소에 돌아오니 밤 11시였는데, 바로 다음 날 아침 9시 협연 리허설을 위해 밤새 또 연습해야 했단다. 루마니아에서 열린 콩쿠르 직후 귀국한 당일 중간고사를 치르러 등교했다가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도 활을 놓지 않는 건 “새 레퍼토리를 배우고 싶어서”다. 승리욕도 강하다. 이현정은 “초등학생 때 콩쿠르에 나가면 같은 학년 출전자들 이름을 다 적어놓고 제가 우승할 때마다 한 명씩 지워나갔다”고 했다. “연습실 가기 싫을 때도 있고 그만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일단 될 때까지 해요. 노력해야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서요. 저는 생각의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자신감을 갖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면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아요.“

예원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학업을 병행하면서 최근엔 또다른 새 곡 연습에 돌입했다. 내년 1월 18일 마포문화재단 신년음악회에서 KBS교향악단(지휘 김광현)과 함께 선보일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감미로운 선율을 연주하는 동시에 고난도 기교를 구사해야 한다. 그는 “정경화 선생님의 1972년도 영상에서 빠르게 신들린 듯이 하는 연주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오케스트라와의 소통도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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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전 세계 35세 이하 대상으로 열린 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비롯해 3관왕에 오른 중학생 바이올리니스트 이현정이 내년 1월 서울 마포구 아트홀맥에서 열릴 신년음악회에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사진제공=마포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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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친구들이 대중 음악을 들을 때 이현정은 클래식과 연주자를 ‘덕질’한다. 여섯 살 무렵 부모님 따라 간 예술의전당에서 처음 바이올린을 접했다. 아티스트 이름도, 곡명도 기억나지 않지만 “무대 위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강한 끌림은 지금도 생생하다. 집안에 음악가도 애호가도 없는데 ‘혼자 빠져들더니 뼈를 갈아 넣었다’는 게 옆에서 지켜본 엄마의 이야기다. 또래보다 배우는 속도도 월등히 빨랐다. 연습을 안 할 땐 유튜브에서 막심 벤게로프나 레이 첸 같은 세계적 연주자의 영상을 찾아보고 ‘내 연주 영상도 봐달라’고 댓글을 단다. 올해 벤게로프 내한 연주회 땐 사인회장에서 직접 편지를 써 전달했다.

매일 아침 6시 반에 등교하고, 하교 후 오후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연주 연습을 하는 일상을 버텨내는 건 꿈이 있어서다. 연주자 이현정의 목표는 세계적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 음반 발매. 우리나라에선 2021년 한국인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최초로 김봄소리가 전속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현정은 “제가 자주 듣는 음반이 다 거기서 나온다”고 웃어 보였다. “막심 벤게로프나 다비트 오이스트라흐처럼 관객들이 연주를 보고 저를 또 찾는 연주자, 다양한 색깔을 갖고 마음을 움직이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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