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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9년만에 사장단 공동성명...'상법개정 반대' 목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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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과 주요 그룹 사장단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마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4.11.21.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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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업 사장단이 21일 '긴급 성명'을 발표한 것은 현재 우리 경제 상황과 경영 환경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복합적 위기감 때문이다. 사장단이 공동 성명을 낸 것은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9년 만이다.

재계는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우선 기업 경영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상법 개정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많은 기업들이 소송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의 정상적 운영이 어려워 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영 판단이 지체되고 과감한 투자 결정을 할 수 없게 되면, 결국 기업의 성장 잠재력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이다.

그동안 앞서 경제 8단체 등 경제계는 수차례 상법 개정 반대 입장을 내놨지만,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의 주장이 제대로 통하지 않자, 16개 그룹 사장단이 직접 나서 한층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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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성명 참여 그룹/그래픽=김지영




현재 상법상 이사는 회사에 대해 충실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할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고 재계는 주장한다. 주주는 외국 투자자, 기관 투자자, 단기, 장기 투자자, 투기 자본이 섞인 투자자 등 구성이 매우 다양한데, 모든 주주의 의견이나 권리를 균등하게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기 때문.

기업들은 이사가 이처럼 다양한 주주에 충실 의무를 지게 된다면, 손해배상 소송이나 배임으로 형사고발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사외이사의 경우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면 제대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 앞으로 '사외이사 구인난'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들은 이같은 상법 개정이 국내 증시 밸류업 및 소수 주주 보호 방안의 해법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경계한다. 최근 국내 증시 부진으로 국내 주식보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많아지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소수주주 보호도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를 상법 개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진단과 처방'이 잘못된 것이란 지적이다.

기업 경영 합리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소수주주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은 재계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 기업경영 전반에 상당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는 상법 개정에 나서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소수주주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핀셋 접근이 필요하다"며 "종기가 문제가 된다고 팔다리 전체에 손을 대는 '교각살우(矯角殺牛·소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의 잘못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기업들은 현행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상법 개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 등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합병이나 분할 등 기업 구조 개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수주주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자본시장법에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합병 시 기업의 실질 가치를 반영해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합병 시 손해를 볼 수 있는 주주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 마련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재계는 자본시장법 개정 역시 이사 충실의무 확대, 총주주 이익 보호 등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 공격 등으로 이사회의 정상적 운영을 어렵게 할 수 있는 조항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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