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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해리스 패배 원인"… 트랜스젠더 두고 고민 빠진 美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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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이 트랜스젠더 권리 옹호 방안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패배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트랜스젠더 문제에 대한 미흡한 대응이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비즈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2019년 “트랜스젠더 수감자가 성전환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을 공격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 광고 / 트럼프 엑스(X·옛 트위터) 계정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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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측은 대선 과정에서 트랜스젠더 관련 광고에 수천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트럼프는 해리스가 지난 2019년 “트랜스젠더 수감자가 성전환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을 이용해 “해리스는 트랜스젠더를 위하고, 트럼프는 당신을 위한다”는 광고를 대거 집행했다.

해리스도 반격을 준비하긴 했다. 2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리스 캠프는 수감자의 성전환 수술 비용 지원 정책이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시행됐다는 점을 내세워 트럼프가 중요한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주제 전환을 시도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제작했다. 그러나 해리스 캠프는 결국 트럼프에 반박하기보다 경제 문제를 내세우길 선택했다.

대선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해리스 캠페인의 트랜스젠더 관련 전략이 패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두고 논쟁이 일었다. 일부 민주당원들은 해리스가 트럼프의 트랜스젠더 관련 공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으며, 이는 유권자들의 인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광고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을 지낸 에드 렌델 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NYT에 “해리스 캠프가 큰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그들은 (트럼프의) 광고가 전국적으로 송출되는 동안 어디에 있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느냐”면서 해리스 캠프가 직접 대응하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NYT는 민주당이 앞으로 몇 년간 트랜스젠더 권리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다가오는 2026년 중간선거와 2028년 대선을 앞두고 트랜스젠더에 대한 메시지 전략을 수정할지, 아니면 트랜스젠더의 의료 서비스와 스포츠 팀 참여 주장을 수십 년간 옹호해온 시민권 운동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일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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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이후인 지난 9일, 미 뉴욕에서 열린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행진(Protect Our Futures March)' 참가자들이 트랜스젠더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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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대체로 공화당의 트랜스젠더 공격에 반대하지만, 민주당이 트랜스젠더 이슈를 주요 선거 캠페인으로 내세우는 것에는 회의적이다. 펜실베이니아주 민주당 상원의원 존 페터먼은 “트럼프 광고는 공화당을 ‘당신’을 위한 정당으로, 민주당을 대다수의 삶에 큰 영향이 없는 이슈에 과하게 신경 쓰는 정당으로 보이게 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일한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 코넬 벨처도 “공화당은 자신들의 지지층을 계속해서 결집시키고 동원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트랜스젠더 공격이 자신의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활용했고, 결국 이들이 선거일에 대거 투표에 나서 트럼프의 승리를 이끌었다는 셈이다.

NYT는 익명을 요구한 해리스 캠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해리스를 겨냥한 트럼프의 트랜스젠더 관련 광고가 경제, 범죄, 이민 문제에 비해 덜 강력했지만, 해리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 공격 중 하나였다고 보도했다. 이 광고가 해리스가 유권자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동성 결혼과 같은 사회적 논쟁이 시간이 지나며 여론의 변화를 겪은 사례를 들어, 민주당이 현재와 같이 트랜스젠더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의원 사라 제이콥스는 “민주당이 동성 결혼 금지에 맞서 싸웠던 것처럼, 유권자들의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고민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진 하원의원 선거에서는 델라웨어주 출신의 새라 맥브라이드가 미 역사상 최초의 트랜스젠더 하원의원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맥브라이드 의원이 취임하기도 전에, 공화당은 워싱턴 D.C. 연방 의사당 및 하원 건물 내 여자화장실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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