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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남는 쌀’ 문제 해결 나선 정부… 생산면적 대폭 줄이고 전통주 세금도 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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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한 시민이 식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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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매년 반복되는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벼농사를 짓는 땅을 대폭 줄이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시행한다. 벼 재배면적 감축 목표는 8만㏊(헥타르·1만㎡)로 세웠다. 현재 전국 벼 재배면적(약 70만㏊)의 10% 이상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쌀 소비 확대 정책도 병행한다. 전통주의 주세 감면을 확대하고, 수출 판로를 개척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과잉 생산된 쌀을 매입해 비축하고 있다. 매입·보관에만 매년 5000억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돼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쌀 수급 불균형을 조절하기 위해 본격적인 구조 개선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 초 ‘쌀산업 구조개선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책의 핵심은 벼 재배면적 감축이다. 공익직불금을 받는 농민에게 벼 재배면적을 일정량 줄이도록 의무를 부과한다.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지급하는 직불금을 줄일 계획이다. 예를 들어 벼농사를 10㏊ 짓는 농가에 1㏊ 감축 지시가 내려졌는데, 재배면적을 줄이지 않을 경우 이 1㏊에 대해선 직불금을 주지 않는 방식이다. 정부는 그동안 벼 재배면적을 줄이기 위해 재배 품목을 전환하는 농가에 ‘전략작물 직불금’을 지급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인센티브에도 벼 재배면적이 목표만큼 줄지 않자, 재배면적을 줄이지 않는 농가에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식까지 도입했다.

재배 감축 인센티브도 확대한다. 감축 목표를 초과 이행할 경우 면적별로 직불금을 추가 지급하는 인센티브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식품부는 이러한 조치를 통해 내년 벼 재배면적을 약 8만㏊ 줄이고,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공급보다 소비가 더 빠르게 감소하면서 쌀 공급 과잉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이달 발표한 ‘2024년 쌀 생산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58만5000톤으로 전년(370만2000톤) 대비 3.2% 감소했다. 재배면적은 69만8000㏊로 지난해(70만8000㏊)보다 1.5% 줄었으나, 소비 감소 폭이 더 커 공급 과잉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민 1인당 평균 쌀 소비량은 56.4㎏으로 1962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소비량은 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쌀 생산 감축과 함께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전통주 관련 세금 감면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주세 감면 기준은 발효주 500㎘, 증류주 350㎘ 이하로 설정되어 있지만, 이를 각각 1000㎘, 500㎘ 이하로 확대해 더 많은 전통주 제조업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발효주 700㎘, 증류주 350㎘ 이하까지 감면 대상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는데, 그보다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발효주는 기존 연 65만 병에서 130만 병 생산자(1병 750㎖ 기준)까지, 증류주는 70만 병에서 140만 병(1병 350㎖ 기준) 생산자까지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부분 전통주 업자가 감면 혜택을 받으려고 생산량을 감면 기준에 맞추는 만큼, 기준이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생산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와 같은 지원을 통해 전통주가 ‘한국판 사케’로 성장하여 쌀 소비를 견인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일본 사케는 매년 약 30만톤의 쌀을 소비하는 반면, 한국의 전통주 회사가 소비하는 쌀의 양은 5600톤에 그치고 있다. 사케처럼 고부가가치 전통주를 육성해 쌀 소비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전통주 생산을 확대해 최소 3만~4만톤의 쌀 소비를 추가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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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에서 관람객들이 각종 술을 시음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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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산업 구조개선대책에는 쌀 수출 방안도 포함될 예정이다. 정부는 ‘국산 명품 쌀’을 싱가포르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능성 쌀과 프리미엄 쌀을 제값 받고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쌀은 주로 미국(4259톤), 캐나다(593톤), 호주(451톤)로 수출됐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면적을 줄이고, 수요를 늘리는 방향성은 맞다”면서도 “장기적으로 효과를 보려면 농민들이 쌀이 아닌 다른 품목을 재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책을 세밀하게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통주가 안정적인 소비층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내외 홍보와 유통망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세종=김민정 기자(mj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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