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우주연구기구(ISRO)에 따르면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2호 궤도선이 다누리호와 근접 거리까지 가까워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충돌 회피기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첫 달 궤도선 '다누리'가 임무를 마친 후인 2026년 달에 충돌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
달 주변을 돌고 있는 한국의 첫 달 탐사선 다누리(KPLO)가 지난 10월 인도의 달 궤도선과 충돌 직전 상황까지 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는 다누리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 자국 궤도선의 궤도를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인도우주연구기구(ISRO)에 따르면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2호 궤도선이 다누리호와 근접 거리까지 가까워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충돌 회피기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ISRO를 관할하는 인도 우주부가 펴낸 9월 월간보고서를 보면 찬드라얀2호 궤도선은 지난 10월 1일 다누리에 수㎞까지 접근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도 당국은 두 달 궤도선이 충돌할 것을 우려해 9월19일 자국의 찬드라얀2호 궤도선의 궤도를 조정했다. 찬드라얀2호 궤도선은 지난 10월 1일에도 다누리, 미국항공우주국(NASA) 달 정찰궤도선(LRO)과의 충돌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한 번 더 궤도를 바꿨다.
달 주변을 도는 탐사선들이 충돌 위험이 있는 거리까지 가까워지는 일은 처음은 아니다. 스타링크와 원웹 같은 민간기업들이 인공위성을 한 번에 수십 개씩 쏘아 올리면서 지구 주변에선 위성 충돌 사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이 펴낸 우주환경보고서는 지난 7월까지 지구 주변에는 10cm보다 큰 물체가 3만6500개, 1~10㎝ 물체가 100만 개, 0.1~1㎝ 물체는 1억3000만 개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위성끼리 충돌을 막기 위해 궤도를 조정하는 ‘충돌회피기동(CAM)’을 하고 있다.
복잡한 지구 상공과 비교하면 달은 망망대해다. 하지만 달에서도 최근 회피기동이 드물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 달 상공에는 궤도선 6기가 돌고 있는데 이 중 다누리와 LRO, 찬드라얀2호 궤도선이 같은 극궤도를 돌고 있다. 같은 궤도를 공유하다 보니 달 극지 상공은 충돌 위험이 매우 높은 곳으로 꼽힌다.
찬드라얀2호는 지난 2021년 달 북극 상공에서 LRO과 충돌이 예상되면서 급히 궤도를 변경한 일이 있다. 만에 하나 궤도를 변경하지 않았다면 두 궤도선은 3㎞까지 접근했을 것으로 ISRO는 보고 있다. 지구에선 먼 거리지만 달 궤도선이 초속 1.6㎞ 속도로 날아가는 점을 감안하면 궤도가 살짝만 틀어져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다누리는 초속 1.62㎞, LRO는 초속 1.6㎞, 찬드라얀2호 궤도선은 초속1.68㎞로 날고 있다.
한국도 달에 탐사선을 보내면서 달에서 교통사고도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 다누리를 운영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최근 1년 반 동안 LRO와 찬드라얀2호와의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적색 경보를 40차례 받은 것으로 보인다.
존 리 우주항공청 임무본부장은 지난 6월 유엔 외기권사무국(UNOOSA)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한 ‘유엔 지속 가능한 달 활동 콘퍼런스’에서 “다누리가 2022년 12월 달 궤도에 진입한 이후 3번 회피기동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번은 LRO를 피하기 위해서, 나머지는 찬드라얀2호와 일본이 지난 1월 보낸 소형 달 탐사선 ‘슬림(SLIM)’이 착륙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다누리는 2333억원을 투자해 개발됐으며 2025년 말까지 임무가 1차례 연장돼 지금도 달 주변을 돌고 있다.
각국은 지구 저궤도에서 충돌 가능성이 있는 우주물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통제 불능 상태의 위성이나 로켓 잔해가 자칫 다른 위성들과 부딪히면서 그 파편이 다른 위성들을 연쇄적으로 파괴하는 현상을 뜻하는 ‘케슬러 증후군’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주산업계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인도가 달 유인 탐사 계획을 내놓으면서 달 궤도가 점차 더 많은 위성과 탐사선들로 복잡해질 것으로 본다. 이들 국가는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하기 전 위성측위시스템(GNSS)과 통신위성을 달 상공에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달에선 아직까지 충돌 위험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규약이나 협의는 없는 실정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NASA, ISRO는 지금은 자국 궤도선의 궤도 정보를 이메일로 주고받거나 원격 회의를 통해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우주기관들은 궤도에서 충돌 위험을 계산하고 경고를 생성하는 매드캡(MADCAP)이라는 NASA의 플랫폼을 사용한다.
하지만 충분한 정보 교류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는 지적이 있다. 우주선의 궤도를 수정할 경우 연료 소모가 생겨 수명이 단축되는데 충돌 위험 상황에서 회피기동을 수행할 우주선을 결정하는 원칙도 없는 실정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지난 7월 도쿄에서 열린 우주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상회의에서 “충돌 위험을 해결할 국제적인 협의 구조나 약속이 현재로선 없다”며 “달에서 활동이 늘어날 경우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며 충돌 위험을 식별하고 문제를 해결할 정보 공유 플랫폼과 국제적 규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태 과학전문기자(kunt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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