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인공장기를 활용해온 역사는 길다. 기원전 1000년쯤부터 사용된 틀니도 치아를 대체한단 점에서 인공장기의 하나로 볼 수 있다. 1969년에는 비닐과 플라스틱 재질의 인공 심장인 '자빅(Jarvik)-7′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그러나 이런 소재로 만든 장기는 기능과 활용 범위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그래서 최근엔 생명체에 기반해 실제 장기와 비슷하게 작동하는 장기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김동성 포스텍 교수 연구팀 등이 오가노이드(줄기세포에 기반해 만든 작은장기)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오가노이드는 대량 생산이 어려워 실제 임상시험에 활용하기 힘든데 이를 해결한 것이다.
재단 측은 "오가노이드는 신약 개발 단계에서 필수적인 동물 실험을 대체할 시험법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임상·제약 산업에서 활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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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심장을 사람 몸 속에…두 달 만에 사망
인공장기 기술은 구현 방법에 따라 '이종(異種) 장기'와 '세포 기반 장기', '전자 장기'가 있다.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기술인 이종 장기는 현재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다만 희망봉을 돌기도 전에 암초에 부닥쳤다. 지난 7월 미국 CNN 등 주요 외신은 돼지의 신장을 이식받은 여성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관련 연구가 활발한 이유는 돼지가 생물학적으로 사람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과 돼지의 유전자가 달라 사람에 가깝게 유전자를 편집한 이식용 돼지를 써야 한다. 최근 숨진 환자도 수술을 목적으로 사육하고 유전자가 편집된 돼지의 장기를 이식받았다. 미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이종 장기는 인체에서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이 이종 장기는 섣불리 인간에게 이식하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일반적으로 원숭이 등 다른 동물에게 먼저 이식 실험을 한다.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에 따르면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원숭이의 생존 기간은 2년이다. 미 국립신장재단에 의하면 2019년만 해도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신장 이식 시 생존 기간은 1년이었는데 거듭된 시행착오 후 수 년 사이 생존 기간이 배로 늘었다.
간·혈관 '출력'하는 '3D바이오프린팅'
세포 기반 장기는 동·식물 등에서 유래한 생체재료와 줄기세포(모든 조직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를 이용해 만든다. 환자의 세포로 맞춤형 장기를 제작할 수 있고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일 수 있다.
주요 기술로는 '3차원(3D)바이오프린팅'과 오가노이드를 꼽는다. 3D바이오프린팅은 세포가 들어간 하이드로겔(바이오잉크)을 프린터에 넣어 3차원 구조체를 출력하는 방식이다. 3D프린터에 액체 상태의 플라스틱을 주입해 제품을 찍어내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하이드로겔은 묵이나 젤리와 같이 물을 많이 함유해 말랑말랑한 물질이다. 초기엔 주로 인체의 모형을 만들 때 활용하다 최근에는 인공간이나 인공혈관 등을 제작하는 수준이 됐다.
3D프린팅에 '시간' 개념을 더해 시간에 따라 스스로 모양을 바꾸는 물체를 만드는 기술인 4D프린팅 연구도 발걸음을 뗀 상태다. 최초의 인공장기 프린팅 기업으로 인공 혈관·간 등을 제작하는 미국 '오가노보'가 3D프린팅과 4D프린팅 업계에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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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대기자 5만1876명…78%는 신장 이식 대기
신장과 간처럼 주요 장기에 병이 생기면 새 장기를 이식받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나 장기를 이식받아야 하는 환자 수에 비해 장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5만1876명(등록자 수 4만4027명)이다. 지난 2002년(5343명)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뒤 고령화 추세로 20여년간 증가세를 이어오며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가장 부족한 장기는 신장으로 3만4548명이 이식을 대기(전체의 약 78%)하고 있지만 총 2071건이 이식됐다. 신장을 포함한 모든 장기의 지난해 전체 이식 건수는 5929건에 그쳤다. 장기이식 대기자 대비 실제 이식 비율이 11.4%에 그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장기 이식 수급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공장기 기술의 발전과 함께 장기 기증이 곧 시신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선 장기기증희망자로 등록한다 해도 가족의 동의 없이는 기증을 못한다"며 "기증자의 결심이 실천으로 이어지려면 기증자뿐 아니라 가족의 이해와 공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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