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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남들 일하는 평일에 꼭 이래야 하나”…직장인들 출퇴근 악몽,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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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
광화문~숭례문 도로 점거
지하에선 노조 태업 투쟁
출근길 지하철 20분씩 지연


매일경제

20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민주노총 등 주최로 열린 집회로 일대 교통이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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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는 주말에 하는 거 아니었나요? 회사 바로 앞에서 음악을 크게 틀고, 꽹과리를 쳐 스트레스였습니다” 서울 중구 삼성본관 빌딩 주변에서 근무하는 양수진 씨(38)는 회사 바로 앞에서 열린 갑작스러운 집회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후부터 시작된 집회 소음에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었고, 인파가 몰려 점심시간에 회사 주변 길거리 내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양씨는 “세종대로 양측에 경찰이 줄지어 서 있어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며 “집회의 자유도 지켜야 하지만, 일반 시민의 불편을 유발하면서까지 이렇게 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평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정치 집회가 열리면서, 교통 체증과 소음 공세에 시달린 시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했다. 같은 날 아침에는 지하철도 준법운행을 이유로 배차 간격이 길어지면서 시민들은 출근길 발목도 잡혔다.

20일 서울 도심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퇴진운동본부는 ‘윤석열 정권 퇴진 2차 총궐기’ 집회를 동시다발적으로 열었다. 지난 9일 열린 1차 총궐기에 이은 두 번째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다.

이날 퇴진운동본부는 서울 광화문, 시청, 을지로 내 5개소에서 오후 1시 30분부터 사전 집회를 진행한 후, 오후 3시까지 숭례문에 모여 총궐기를 진행했다. 집회에서 전농은 “쌀값 폭락으로 농사 지어봤자 빈털터리인 게 현실”이라며 “정부가 쌀값 폭락을 방치했다. 농민 무시하는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외쳤다.

사전집회에는 경찰 추산 4200여명이 모였다. 이어 본 집회인 총궐기엔 7000여명이 운집했다. 숭례문 일대에선 집회 참석자, 경찰과 일반 시민이 뒤얽혀 혼란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경찰 수백여 명이 2열로 줄지어 이동하면서 차량이 갇혀 아예 이동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보통 대규모 집회가 주말에 열린 것과 달리 이번 집회가 평일 서울 도심에서 열리면서 직장인들은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특히 이날 집회가 직장인들의 퇴근길이 시작되는 오후 5시까지 진행되며 숭례문 인근 직장인들은 출근길에 이어 퇴근길까지 ‘지옥’으로 변했다.

시청역 인근 금융사에서 근무하는 안모씨(43)는 “오후에 대외 업무 미팅을 나갔다가 간신히 회사에 복귀했다”며 “퇴근 때는 집회 행렬을 피해 서대문 인근까지 도보로 이동해 대중교통으로 귀가했다”고 말했다.

교통 체증으로 대부분 시민이 대중교통을 이용한 가운데, 준법투쟁에 나선 지하철 배차 간격마저 벌어져 대중교통 이용까지 어려움이 가중됐다. 집회를 위해 왕복 10차선인 세종대로의 7차선을 경찰이 막으면서 버스가 우회해 정류장에 서지 않아 정류장에 30분 이상 서 있는 시민들도 있었다. 발길을 지하로 옮겨봐도 인파가 몰려 지하철을 타지 못하고 그대로 보내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

퇴진운동본부는 총궐기를 마친 후 오후 4시부터 대통령실 인근인 용산 삼각지역까지 3~4㎞가량 행진했다. 이때 한 차선을 제외한 나머지 차선을 모두 점거해 교통 체증이 더욱 심해졌다. 다만 이날 오후 5시 현재까지 경찰과 집회 참석자 간 충돌이 발생하진 않았다. 지난 9일 집회에선 경찰 105명이 다쳤고, 민주노총 조합원 11명이 체포된 바 있다.

퇴진운동본부는 3차 총궐기를 토요일인 내달 7일로 일단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 25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관련 1심 선고도 예정돼 있어, 판결 결과에 따라 야당 및 지지자들의 장외 투쟁이 더욱 격화될 수도 있다.

같은 날 아침 출근길도 혼란의 연속이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노동조합 중 가장 규모가 큰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이날부터 준법운행을 선언하면서 평소보다 20분가량 열차 지연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8시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플랫폼에는 출근길에 쫓기는 직장인들이 몰려들었다. 일부 시민들은 늦지 않으려고 계단을 뛰어 내려갔고, 시내버스 등으로 교통수단을 갈아타려고 서둘러 뒤돌아 나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지하철이 준법운행을 하게 되면 최대 30초로 규정된 정차시간을 채워 운행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열차 운행이 순차적으로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날 아침 매일경제 기자들이 탔던 열차들은 대부분 정차시간을 25~30초로 유지하고 있었다.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줄이 평소보다 길어지고, 지하철 안에 인원이 과도하게 밀집하며 여러 대를 그냥 보내야 하는 일도 잦았다.

금천구천역에서 서울역으로 출근하는 김성진 씨(43)는 “아침에 배차 간격이 조금 길어진 것 같아 불편하다”며 “10분 정도 일찍 나왔는데 못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역에서 명동역까지 출근하는 여성 A씨(45)는 “어제까진 괜찮았는데 오늘은 (파업으로 인한 정체가) 좀 심한 편”이라며 “서울역에서 명동역으로 갈아타면서 이렇게 줄 설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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