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수능이 얼마 전 끝났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과거의 전통 때문인지 어쩐지,수험생이 주변에 있는지와 관계없이 수능은 초미의 관심사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 관련 기사들이 많았는데,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걸그룹 멤버가 수능을 '포기'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꼬투리 잡는 게 일인 리서치센터장답게, '포기'라는 말이 거슬렸고 거기서부터 루틴대로 진행되었다.
루틴의 시작은 검색이다. 포기란? "하려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어 버림" 또는 "자기의 권리나 자격, 물건 따위를 내던져 버림."
과연 아이돌 스타에게 수능 포기라는 게 맞는 말일까? 본업이 따로 있다면 두 번째 정의에 안 맞고, 시험 준비를 해 온게 아니라면 첫 번째 정의에 안 맞는다. 그러니 포기가 아니다.
현 수능제도는 참 이상하다. 다들 알다시피 지금은 수능 없이 갈 수 있는 대학이 많다. 상위권 대학에 이미 멀어진 평균 5~6등급 이하라면 굳이 수능을 볼 필요가 없다.
그런데 과목별 상대평가 표준점수 체계라서 5~6등급 이하가 다 수능을 안 보면 사달이 난다. 기존 상위등급자가 등급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심하면 2~3등급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시험의 난이도와 과목별 응시자 수 다소에 따라 등급 및 표준점수 분포가 '붕괴'하는 경우는 지금도 드물지 않다. 덕분에 화학같이 중요하지만, 어려운 과목들은 점점 지원자가 줄어드는 위기 상황이다.
결국 제도의 존속을 위해, 그리고 상위권 학생들을 위해 수능을 칠 필요가 없는 학생들이 수능에 응시해서 바닥을 깔아줘야 한다. 그러니 수능을 칠 필요도 없고 준비도 안 했을, 그야말로 스타들에게 '포기'라는 가당찮은 말을 쓰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그 어느 방식도 절대적으로 옳거나 그르지 않다. 그저 용도가 다를 뿐이다. 자본시장과 자산운용의 세계에서도 그렇다. 일반적으로 수익률은 줄 세우기로 평가되는데, 여기에는 반드시 벤치마크가 기준이 된다. 수익이 몇 퍼센트 났는데 벤치마크인 KOSPI 지수는 얼마 올랐으니 초과수익은 얼마라는 식이다. 장기적인 추세와는 별개로 등락을 반복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상대평가는 자산별, 그리고 펀드매니저별 성과 측정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런데 자산운용은 결국 수익을 내기 위한 것이므로, 최종적으로는 수익이 났냐, 손실이 났냐가 중요하다. 아무리 펀드매니저의 상대 성과가 좋아서 1등을 하더라도 벤치마크가 크게 하락해서 손실이 났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의미가 없는 셈이다. 차라리 은행 예금이 나았을 테니까. 결국 계속 우상향하는 좋은 벤치마크를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다.
'박스피'라고도 하는, 신규상장으로 시가총액은 계속 늘어나도 지수는 박스권에 갇힌 한국의 벤치마크 지수 문제에 대해 기대를 품게 했던 밸류업지수도 큰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시가총액 1위를 밸류업 지수에서 빼버렸던 일본과 같은 과감한 결단조차 우리에겐 없었다. 연초 이후 기대를 모았던 밸류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입시제도는 정기적으로 변화를 겪는다. 해외투자가 대세가 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국내 주식시장은 국부의 상당한 몫을 차지한다. 수능도 중요하지만,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과 제도개선 및 발전 노력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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