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헤즈볼라·하마스 약화에 이라크내 세력에 기댈 수도"
가자·레바논 전쟁에 반대하는 이라크인들 |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최근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이 이스라엘에 대한 드론 공격을 강화하면서 이라크까지 중동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의 이스라엘 드론 공격 건수는 90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8월 6건, 9월 31건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이번 달은 현재까지 65건의 드론 공격이 단행됐다.
공격 횟수가 늘어나긴 했어도 이라크 민병대발 저출력 드론은 대부분 격추되는 등 이스라엘에는 아직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근동정책연구소의 마이클 나이츠 선임연구원은 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이 아직은 이스라엘의 집중 공격에 큰 타격을 입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연대를 과시하기 위한 '퍼포먼스'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아직 이라크로부터의 공격은 헤즈볼라 근거지인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이뤄진 공격 횟수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가자 전쟁이 발발한 작년 10월 이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발사체 수는 1만2천400개에 이른다. 이로 인해 47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크게 약화한 상황에서 이란이 앞으로 이스라엘 보복을 위해 이라크 서부의 대리 세력에 의지할 수 있다고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우려하고 있다.
나이츠 연구원은 이란이 이미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유조선 등에 숨겨 이라크로 밀반입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츠 연구원은 이라크발 드론 공격으로 "이스라엘인들이 죽기 시작하면 이스라엘은 이라크를 공격할 것"이라며 "처음에는 시설을 공격하고 그 뒤에는 시리아 동부에서와 같은 정밀 타격으로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동 전쟁에 휘말리는 것은 이라크 정부로서도 원치 않는 상황이다.
이라크는 2003년 사담 후세인 축출을 위한 미국의 침공 이후 20년이 넘도록 긴 국경선을 맞댄 이란과, 자국에 약 2천여명의 병력을 남겨둔 미국 사이에서 불안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 와중에 이란은 이라크에서 적극적으로 동조 세력을 모으고 자금 지원을 늘리면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공격을 주고받는 등 중동 정세가 급변하자 이라크 정부는 자국 내 민병대의 자제를 설득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최근 이란 테헤란에 당국자를 파견하기도 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한편, 중동 전쟁에 휘말릴 경우 이라크의 주된 수입원인 석유 수출도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두 번째 규모 산유국이다. 후세인 축출 후 지난 20년간 석유 수출은 이라크 경제의 주요 자금 조달원 역할을 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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