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미 펜실베이니아주 대선 유세 현장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손을 맞잡고 있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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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차기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에 마이크 허커비(69) 전 아칸소 주지사를 지명했다. 두 차례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를 지내고 주지사까지 지낸 그는 보수 성향의 기독교 신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이다. 그의 딸(세라 샌더스 허커비)은 트럼프 1기에서 백악관 대변인을 지내고 지금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칸소 주지사를 맡고 있다. 이번 발표는 트럼프가 백악관 참모진과 주요 부처 장관 등 ‘트럼프 2기’를 이끌 핵심 인사들을 잇따라 발표하는 중에 나왔다. 1년이 넘도록 이슬람 무장 세력인 팔레스타인 하마스 및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에 강력한 힘을 보태겠다는 트럼프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성명에서 “허커비는 훌륭한 공직자이자 주지사, 신앙의 리더”라면서 “그는 이스라엘 국민을 사랑하고,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국민도 그를 사랑한다. 중동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일할 것”이라고 했다. 특정 국가로 보낼 대사를 대통령 당선인이 조기에, 직접 발표하는 것 자체가 전례가 드문 일로 트럼프 2기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밀월 수준으로 밀착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인선이라는 평가다. 트럼프 1기(2017~2021년) 행정부도 이란 핵합의 탈퇴와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등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이후 들어선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중동 전쟁 해법 등을 두고 엇박자를 냈다. 현재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유대계 잭 루(69)다.
그래픽=김성규 |
허커비는 유대계는 아니지만 미국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친이스라엘 인사로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오랫동안 이스라엘의 열렬한 지지자였으며,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반대해 온 인물”이라고 전했다. 국제사회는 물론 현 조 바이든 미 행정부도 중동 갈등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지지하고 있는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자 국가를 건설해 평화 공존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이스라엘 현지 방송에 출연해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을 별개 국가로 만드는 방법은 비이성적”이라고 했다.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기본적으로 팔레스타인인이라는 개념은 원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에게서 땅을 빼앗으려는 정치적인 도구로 전락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터진 뒤에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처를 여러 차례 비판했고, 전쟁 발발 1주년(10월 7일)을 맞아 하마스가 침공했던 이스라엘 마을을 방문했다.
바이블벨트(보수적인 기독교세가 강한 미국 남부 지역)의 한 곳인 아칸소주에서 가난한 소방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 교회 목사로도 봉직하다 아칸소주 부지사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10년 넘게 아칸소 주지사를 지내며 정치 기반을 굳히며, 보수 기독교층의 열성적인 지지를 얻었다. 이에 힘입어 2008년과 2016년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도 도전했다가 각각 존 매케인,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에게 밀려 중도 하차했다. 대권 후보까지는 오르지 못했지만 이들 경선을 통해 전국구 정치인으로 입지를 굳혔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시사 토크쇼 ‘허커비’의 진행자로 활약하면서 영향력을 키웠다. 딸 세라 샌더스가 트럼프 1기 첫해인 2017년 7월 백악관 대변인이 된 것도 허커비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각인됐다.
허커비의 임명은 그 자체만으로 이스라엘에 든든한 뒷배를 심어 주는 장면으로 여겨진다. 미국 대통령들은 주요 동맹국에 자신의 최측근이나 상징적 위상을 갖는 인물을 대사로 보내 상대국을 각별히 챙긴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경우가 있다. 민주당의 상징적 인물인 존 F 케네디의 딸 캐럴라인 케네디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본 주재 대사로 근무한 데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호주 주재 대사가 된 게 대표적 사례다.
네타냐후가 트럼프 당선인과 세 차례 통화를 했다고 자랑할 정도로 미국과의 밀월에 대한 기대감에 부푼 이스라엘은 이번 인선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들은 일제히 과거 그의 친이스라엘 발언을 재조명하고 있다. 미국의 해외 파견 대사직은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하지만, 이미 상원은 공화당이 100석 중 53석을 확보하며 다수당이 된 만큼 걸림돌은 없다. 그가 부임하면 이스라엘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전쟁을 마무리하는 작업에 속도를 붙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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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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