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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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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했던 한국판 제임스 본드 매력에 '푹'"... 뮤지컬로 만나는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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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막 오르는 '스윙데이즈: 암호명 A'
한미 오가던 제약 사업가 유일한 박사
스파이, 무장 특공대원 활동 무대 위로
김희재, 하울랜드, 김태형, 김문정 협업
한국일보

11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스윙 데이즈: 암호명 A' 기자간담회에서 김희재(오른쪽) 작가와 제이슨 하울랜드 작곡가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올댓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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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중국, 미국과 손잡은 재미 한인들은 독립을 위한 한반도 침투작전 준비에 착수했다. 이듬해 공중 또는 잠수함으로 한국에 침투해 무장 활동을 확산하려는 일명 '냅코 프로젝트'다. 일본의 패망으로 작전이 무산될 때까지 8개월간 19명의 공작원은 혹독한 훈련을 버텨냈다. 눈에 띄는 건 이들 중 중년의 나이에 참전한 '유일한'이란 이름이다. 당시 한국 최대 제약사 유한양행의 창업자이자 한미 양국에서 모두 성공한 사업가였던 바로 그 유일한 박사다. 독립운동을 위한 그의 무장 활동과 스파이 활동(암호명 A)은 유 박사 별세 후 20년이나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11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스윙 데이즈: 암호명 A'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희재 작가는 "50세의 나이에 목숨을 걸고 특공대원이 되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왜 하게 됐을까라는 의문에서 작품 주제가 빌드업됐다"고 설명했다. 이 뮤지컬은 영화 '실미도'로 천만 관객 시대를 연 김 작가의 첫 뮤지컬 집필작이다. 그래미어워즈, 에미상 수상자이자 '데스노트', '웃는 남자' 등 흥행 뮤지컬을 편곡한 제이슨 하울랜드가 작곡가로서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김태형 연출가와 김문정 음악감독도 참여했다. 이들은 유한양행 100주년 프로젝트로 시작된 이번 뮤지컬을 3년여 만에 완성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하울랜드는 주인공 유 박사를 영화 속 스파이 캐릭터 제임스 본드에 비유했다. "모험심도 강하고 믿는 걸 실현시키고자 하는 인물의 사랑, 헌신, 저항 이야기는 세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라는 것이다. 실제 유 박사는 미국에서 사업 성공 후 1926년 한국으로 들어와 유한양행을 창업했고, 국내에 의약품을 공급하며 회사를 키우면서도 은밀하게 독립군 '맹호군' 창설을 지원했다.

'스윙 데이즈'란 제목은 유 박사 회고록 ‘한국에서의 소년시절'에서 따왔다. 단오에 그네를 타던 추억과 유 박사의 흔들리는 마음을 담은 이중적 의미로, 지켜야 할 가족, 성장하는 회사, 고통받는 동포, 되찾아야 할 나라 사이에서 이어진 고민과 결심이 녹아들었다. 하울랜드는 "오케스트라를 통해 1930~40년대 초 유행하던 스윙 사운드 음악도 들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유 박사를 둘러싼 스토리가 '왜 영화 아닌 뮤지컬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김 작가는 "긴 생명력"이라고 답했다. 그는 "영화는 수백만 명이 한꺼번에 보지만 그 소재가 소비되면 당대에 다시 만들어지기 쉽지 않다. 하지만 뮤지컬은 1~2년에 한 번씩 대중과 만나며 더 긴 생명력을 지녀 계속해서 화두를 던질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하울랜드는 "영화는 감정을 클로즈업으로 표현하지만, 뮤지컬은 노래로 표현한다"면서 "상상을 확대하며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캐스팅도 화려하다. 삼일절에 결혼하고, 중국 상해임시정부 청사로 신혼여행 갔던 배우 유준상을 필두로 신성록, 민우혁, 고훈정, 이창용, 김건우, 정상훈, 하도권 등이 출연을 확정했다. 오는 19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김민지 인턴 기자 maymay0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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