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량 적으면 상대적으로 취약
혈액순환도 체온 유지에 중요
갑상샘기능저하증 증상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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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접어들면서 아침 기온이 10도 내외로 뚝 떨어졌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예민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추위에 약한 사람들이다. 옷차림 하나에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추위에 민감하면 그저 체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추위에 약한 몸에도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몸 건강을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추위에 약한 사람들은 한 번쯤 그런 경험이 있다. 따뜻한 실내에 있다가 쌀쌀한 외부로 나가거나 기온이 하루 사이에 뚝 떨어진 경우 갑자기 오한이 오듯 한기를 느끼면서 몸이 굳고 한동안 몸이 덜덜 떨리는 증상이다.
추위에 약한 몸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근육량 부족이다. 우리 몸은 뇌에서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가 체온이 일정하도록 유지한다. 더운 날씨엔 혈관이 확장되면서 땀을 흘려 열을 발산하고, 추울 땐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혈액순환을 활성화해 열 생산을 끌어올린다. 근육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열을 생산하는 공장인 셈이다.
근데 근육이 부족하면 당연히 열 생산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초대사량까지 적어 추위를 잘 타는 몸이 된다. 굶으면서 다이어트를 심하게 한 경우 추위를 잘 타거나 감기·몸살 증세를 보이는 것도 갑자기 빠진 근육량 때문이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근육 자체가 혈액을 펌프질하며 몸에서 체온을 유지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근육량이 적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추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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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은 열 생산 공장, 혈관은 온돌 배관
둘째는 혈액순환 문제다. 체온은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따뜻한 혈액이 신체 곳곳에 잘 도달해야 그만큼 잘 유지된다. 반대로 말초혈관에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으면 온기를 뺏기고 추위에 약해진다. 즉 혈액은 온돌 시스템의 온수, 혈관은 배관인 셈이다. 당뇨병, 동맥경화, 심부전, 수족냉증 등을 앓는 사람이 추위를 잘 타는 이유다. 빈혈인 사람이 추위에 약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박경희 교수는 “전쟁 영화 같은 걸 보면 출혈이 심한 사람이 몸을 덜덜 떠는 장면이 나오곤 하는데, 이는 혈액이 체온 유지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근육량과 혈액순환은 체온 유지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셋째는 갑상샘기능저하증이다. 갑상샘호르몬은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대사량을 증가시켜 체온을 높이는 역할도 담당한다. 이 호르몬이 부족하면 대사 기능이 떨어지면서 에너지 효율이 낮아지고 전반적으로 추위를 잘 타게 된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추위를 잘 타는 것은 갑상샘기능저하증의 대표 증상”이라며 “실제로 갑상샘기능저하증 환자 중에 찬 바람을 쐬면 너무 춥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비만인 사람은 체지방 때문에 추위에 강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반만 맞는 얘기다. 비만인 사람은 기본적으로 체지방뿐 아니라 근육량도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비만이라도 근육이 부족하거나 마른 비만인 경우 추위를 많이 탈 수 있다. 지방이 단열재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근육이 없으면 보일러 효율이 떨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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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 저하 가능성, 몸 상태 점검해야
추위에 약한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사실 추위에 민감한 몸 자체가 면역력이 약해지는 원인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추위를 잘 타는 몸 상태가 면역력이 약해진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박 교수는 “추위에 약한 것 자체가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조건은 아니지만, 그 원인이나 배경이 갑상샘 질환, 만성 혈관 문제 등 건강상의 이유라면 면역 기능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추위에 유난히 약하다면 검진, 진료 등을 통해 몸 상태를 체크해 보고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근육량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 웨이트 운동과 함께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박 교수는 “운동하는 것 자체가 근육을 계속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체온을 올려주고 혈액순환을 좋게 해준다”며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리면 얇은 패딩 하나 껴입은 것과 비슷한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에 주변 기온이 급격히 변하는 상황을 피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동맥경화성 질환이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추위에 갑자기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체온을 뺏기기 쉬운 손발, 목, 머리 등은 장갑, 두툼한 양말, 목도리, 모자, 마스크 등으로 방한에 신경 쓴다. 박 교수는 “손과 발 등 말초혈관이 있는 곳부터 따뜻하게 유지하면 훨씬 덜 춥게 느끼는 만큼 방한 아이템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이제 조금만 지나면 기온이 뚝 떨어지는 만큼 미리미리 대비를 잘해 놓으면 추위를 극복하는 데 좋다”고 덧붙였다.
류장훈 기자 ryu.ja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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