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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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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친 곳이 낙원이었네, 몰디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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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몰디브 바다에서 바라본 콘스탄스 무푸시 리조트 전경. 콘스탄스 호텔 &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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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기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몰디브로 도망치지 그랬어. '인도양의 꽃' 몰디브에는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황홀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

몰디브는 스리랑카 남서쪽 650㎞ 지점 인도양 한가운데 위치한 길이 820㎞, 폭 130㎞의 섬나라다. 1190여 개의 산호섬이 긴 띠를 이루고 있는데 사람이 사는 섬은 200개 정도다. 모든 섬을 합친 면적이 제주도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몰디브는 '섬 하나에 리조트 하나'를 개발하는 전략으로 여행객들이 한 개의 섬에서 온전한 휴식과 낭만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몰디브에 도착한 직후에도 기나긴 비행시간을 감수할 만큼 아름다울지 의심스러웠다. 인구 밀도가 높기로 악명 높은 몰디브 수도 말레는 복작거렸다. 말레공항에 도착하고 나서도 세찬 비바람이 쏟아져 하염없이 대기한 끝에 리조트까지 가는 경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비가 갠 맑은 하늘로 장난감 같은 경비행기가 날아오르자 약 22시간의 비행시간으로 인한 고생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탑승객 14명이 입을 모아 저마다의 언어로 감탄사를 쏟아냈다. 몰디브를 '꽃'이라고 칭송한 마르코 폴로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아톨(Atol)'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고리 모양의 산호초가 수놓여 있었기 때문.

오묘한 몰디브의 바다는 푸른색과 관련한 모든 단어를 동원해도 묘사가 어려울 정도다. 산호섬 주변 얕은 곳은 에메랄드 혹은 터키석 등 보석 같은 색을 띠었다. 좀 더 깊은 곳은 파워에이드를 연상케 하는 쨍한 로열블루 빛깔을 화려하게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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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스 할라벨리 리조트의 1개뿐인 프레지덴셜 빌라 거실 전경 콘스탄스 호텔 &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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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시작하는 늦은 오후 고대하던 콘스탄스 무푸시 리조트에 도착했다. 경비행기와 보트가 오가는 선착장에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직원들이 나와 손을 흔들며 환영해줬다.

각종 열대과일과 레몬그라스 향으로 가득 찬 웰컴 드링크를 마시자 여독이 싹 풀렸다. 레몬그라스 향은 리조트 전체에서 솔솔 났는데 시원하고 상큼하면서도 심신을 달래주는 느낌이라서 휴양지에 딱 어울렸다.

숙소로 가는 길 양옆으로 펼쳐진 새하얀 백사장과 넘실거리는 바다를 보면서 1분 1초라도 빨리 물에 뛰어들고 싶었다. 그 바람은 수상 방갈로 형태의 '워터빌라' 객실 문을 열자 즉시 이뤄졌다. 객실 발코니에 있는 계단이 바로 바다로 연결돼 있어 언제라도 뛰어들 수 있었다. 몰디브 바다는 어디든 아름답지만 콘스탄스 무푸시가 있는 사우스 아리아톨은 세계적인 다이빙 명소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리조트에서 배를 타고 20분가량 나가면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보다 훨씬 아름다운 현실이 눈앞에 펼쳐진다. 니모(흰동가리)와 도리(블루 탱)는 너무나도 흔하다. 자연에서 도저히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핫핑크색, 무지개색 열대어들이 떼를 지어 바다를 유영하고 있었다.

보기 쉽지 않다는 바다거북이와 만타가오리를 보는 행운도 얻었다. 거대한 만타가오리 떼가 마치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바다를 노니는 모습은 물속에서도 환호성을 지를 만큼 아름다웠다. 돌고래 50여 마리가 물 밖으로 튀어 오르는 광경도 장관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술이 없다면 '팥소 없는 찐빵'이 아닐까. 몰디브가 엄격한 이슬람 국가라서 술을 못 마시지 않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말레에선 술을 마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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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스 무푸시 리조트의 메인 수영장. 콘스탄스 호텔 &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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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리조트에선 모든 게 가능하다. 노출 있는 의상을 입고 돼지고기에 와인을 곁들여도 된다. 해변을 거닐며 와인을 마셨는데 술을 마시는지, 낭만을 마시는지 모를 정도로 행복했다.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푸시 리조트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1만2000병 이상의 와인을 언제든지 시음하게 해준다.

콘스탄스 무푸시에서 모터보트로 30분 거리에 있는 콘스탄스 할라벨리 리조트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무푸시 리조트가 편안하고 사교적인 분위기라면 할라벨리 리조트는 고급스럽고 프라이빗한 분위기다. 할라벨리 리조트에만 발코니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전용 인피니티풀이 마련된 게 대표적이다.

리조트 주변에는 몸통 색깔이 노란 블랙팁샤크가 엄청나게 많았다. 블랙팁샤크는 온순해서 물릴 걱정을 안 해도 된다. 객실 앞 바다에서 수영하다가 블랙팁샤크와 마주치기도 했는데 블랙팁샤크가 화들짝 놀라 잽싸게 도망가버렸다.

팔다리가 저릴 정도로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즐긴 뒤 스파를 받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바닷속을 볼 수 있게 얼굴 부분이 뚫린 침대에서 마사지를 받아보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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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는 노을도 환상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붉은빛들만 모아 하늘과 바다에 풀어놓은 듯하다. 그런 노을을 바라보며 끝내주는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지만 '선셋 피싱'에 도전해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할라벨리 리조트 방문객 대부분은 유럽인인데 바다낚시를 하러 출발한 보트에는 어쩌다 보니 중국인 반, 한국인 반으로 이뤄졌다. 한·중전 분위기가 돼버렸는데 결국 6마리 대 4마리로 한국팀이 승리했다. 도중에 상어도 낚였지만 먹지 못하는 물고기는 전부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잡은 물고기는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도 있다.

지상 낙원 몰디브는 안타깝게도 기후 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수십 년 안에 수몰될 위기에 처해 있다. 몰디브는 국토의 80%가 해발고도 1m 미만으로 해수면이 2m 이상 상승하면 수몰된다. 콘스탄스의 두 리조트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팀을 따로 만들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없애기)'는 물론이고 방문객까지 동참할 수 있는 각종 유인책도 만들었다. 특히 여행객들이 산호를 직접 심을 수 있게 해주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환상의 섬을 직접 다녀와 보니 몰디브가 아틀란티스처럼 절대 바다 아래로 가라앉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 잔, 서두르는 게 어떨까.

▷몰디브 콘스탄스 호텔&리조트 묵으려면=콘스탄스 호텔&리조트 관련 예약 및 문의는 국내 대표 문의처 드림아일랜드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콘스탄스 호텔&리조트 (Constance Hotels & Resorts)는 모리셔스에 본사를 둔 럭셔리 호텔 브랜드다. 모리셔스, 세이셸, 몰디브, 마다가스카르에 위치한 7개의 친환경 리조트와 함께 3개의 챔피언십 골프 코스(세이셸 1개, 모리셔스 2개)를 운영하고 있다.

취재협조=콘스탄스 호텔&리조트

몰디브 여행 꿀팁 5가지

1 환전=화폐는 몰디브 루피야. 굳이 환전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관광지에선 미국 달러를 쓴다. 달러로 환전해 가면 끝.

2 술 반입 금지=국민 99%가 이슬람교도다. 수도 말레의 상점에선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 입국 때 술 반입도 금지. 단, 리조트는 예외다. 만약 공항 면세점에서 맥주, 양주를 샀다면 공항 세관에서 압수해 뒀다가 떠날 때 되돌려준다.

3 비자=비자를 사전에 받을 필요가 없다. 공항에 도착하면 어떤 국적이든 30일 비자를 발행해 준다.

4 성수기=극성수기는 12월 초부터 3월까지. 우기는 4월부터 10월 사이인데, 6월부터 8월까지 비가 많이 내리는 편이다.

5 숙소 고르기=몰디브 리조트는 비치 빌라와 워터 빌라로 나뉜다. 비치 빌라는 해변이 앞에 있어 망중한을 즐길 수 있다. 워터 빌라는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한 숙소. 바다로 이어진다.

[몰디브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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