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지난 7월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권리 보장을 촉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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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가 버스 탑승 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경찰의 연행이 위법이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손광진 판사는 30일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등 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 대표에게는 700만 원을, 활동지원가인 박모씨에게는 300만 원을 각각 지급하고, 소송비용 중 3분의 1을 부담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체포 과정에서 발생한 일련의 행위들은 위법하고 객관적 정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7월 박 대표는 서울 여의도 노상에서 버스를 가로막아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당시 박 대표는 녹색 신호 상황인 횡단보도에서 버스 앞을 가로막은 채 "버스에 태워달라"고 외쳤다. 이후 박 대표는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휠체어, 안전띠 등이 마련되지 않은 호송 차량에 태운 것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전장연은 형사소송법상 경찰 수사는 임의수사가 원칙인데도, 요건을 갖추지도 않은 상태로 '현장 체포'란 극단적 방식을 사용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이 원고들을 일반교통방해죄 등으로 체포한 것이 현행범 체포의 요건인 범죄의 명백성과 체포의 필요성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체포라고 판단했다. 당시 경찰들은 횡단보도가 적색불로 바뀐 후 곧바로 원고들을 제지했는데,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도로 상황이나 주변 차량 진행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명백히 교통을 방해해 통행을 불가능하게 했거나 버스 운행 업무를 방해했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원고들의 신원이 명확히 파악돼 있던 상황이라 반드시 체포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호송차량에 장애인 탑승을 위한 여러 설비들이 마련돼 있지 않았단 주장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공공기관이 사법절차에 있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할 의무는 경찰관이 장애가 있는 피의자를 체포하고 호송하는 과정에서도 지켜져야 한다"고 질책했다.
전장연 측은 이날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법원의 판단은 경찰의 위법 행위에 제동을 건 것"이라면서 "불필요하게 항소해 세금 낭비하지 말고 재발방지 조치를 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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