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 대표, 박아무개 지원활동가와 변호인단이 선고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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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 중 체포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등에게 국가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손광진 판사는 30일 박 대표와 활동지원사 박아무개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박 대표에게 700만원, 박씨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7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 버스전용차로를 가로막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박 대표가 신호 대기 중인 버스에 다가가 “태워달라”, “더 이상 장애인을 차별하지 말라”는 말을 하던 중 보행 신호가 적색으로 바뀌자마자 경찰은 버스 운행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도로교통법 위반)로 박 대표를 현행범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를 돕는 활동지원사 박씨도 함께 체포됐다. 박 대표는 체포 뒤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차량을 요구했지만 승강 설비가 없는 일반 승합차로 호송됐다. 이들은 30여시간 구금됐다가 이튿날 석방됐다.
박 대표 등은 지난해 9월 ‘경찰의 폭력적 연행’을 비판하며 국가를 상대로 31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경찰의 체포가 위법했다”며 박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손 판사는 “체포되기 전까지 원고들이 도로에 있던 시간은 체포 시간을 포함해 1분도 되지 않는다. 원고들이 명백히 교통을 방해해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했다거나, 위력을 행사해 버스 운행 업무를 방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고가) 신원이 이미 명확히 파악돼 있던 점을 볼 때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체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호송 과정과 관련해서도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정한 공공기관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손 판사는 나아가 30시간 동안 구금한 행위 자체가 위법하다고 볼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이날 선고 뒤 기자회견을 열어 “정당한 장애인의 권리를 외쳤지만 체포됐고 조사 과정에서도 장애인을 차별하는 지금까지의 구조를 답습했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음에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에 어떤 감수성도 없이 관행대로 진행하고 있는 점을 명백히 드러낸 사건”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를 대리한 최현정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인권위가 2006년에 장애인 호송 차량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여전히 일반 차량으로 호송하는 위법 행위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조속히 내부 매뉴얼을 정비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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