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그 EU 인권특별대표 인터뷰
올로프 스쿠그 유럽연합(EU) 인권특별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동아일보와 북한 문제 등을 주제로 인터뷰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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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14일부터 한국을 찾은 올로프 스쿠그 신임 유럽연합(EU) 인권특별대표를 15일 만나 북한에 대한 시각 등을 들어봤다. 그는 전 주유엔스웨덴대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도 역임했다. 스쿠그 EU 인권특별대표는 조태열 외교부장관 등을 만나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고자 1박2일 방한했다.
―방한의 주요 목적인 무엇인가.
“다자주의와 유엔에 대한 헌신을 매개로 협력하고 있는 한국과 함께 북한의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자 방한하게 됐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동 가자 전쟁과 같은 이슈들 속에서도 EU가 북한 인권 상황의 심각성을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앞으로도 국제사회에서 북한 문제가 주요 의제로 유지되게 할 방법을 논의했다.”
―EU는 그간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해왔는가.
“유엔과 같은 다자주의 기구를 통해 정기적으로 결의안을 발표함으로써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꾸준히 환기시키고자 노력을 기울여 왔다. 동시에 북한 주민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인도주의 활동을 펼치는 유엔 기관이나 기금, 프로그램을 지지하고 있다. EU가 또 한 가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대규모 학살 등 반인도주의적 범죄와 심각한 인권침해를 저지른 독재 정권 지도자들에 대해 훗날 반드시 책임을 묻는 것이다.”
―북한은 핵 개발 등 군사 문제를 인권 이슈와 분리해 바라보는게 쉽지 않다.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한 사실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그 대가로 북한의 핵 개발을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장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무기나 미사일이 발견된 것 역시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반하는 행위로 EU 역시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은 유럽과 한국의 안보가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문제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18일 한국 국가정보원이 북한이 러시아에 대규모 파병을 결정했다는 사실을 발표한 이후 스쿠그 대표는 이메일로 “우리의 공식 입장은 분명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략 전쟁에 북한군이 개입하는 것은 심각한 ‘국제법 위반’에 해당되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EU는 추가 제재를 포함해 모든 대응을 취할 준비가 돼있다.”고 답변해왔다.
EU 또한 24일(현지 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은 안보리 결의안의 노골적 위반”이라며 “최근 러시아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입장 전환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 및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주요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러시아의 비협조로 안보리를 통한 대북제재도 힘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EU의 입장은 무엇인가.
“인권과 안보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간 EU는 주로 유엔 안보리를 통해 대북 제재와 같은 문제에 대응해왔다. 문제는 제가 주유엔스웨덴 대표를 지내고 또 잠시 안보리 의장을 맡을 땐 미중이 서로 협력하는 관계였는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미중관계도 바뀌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국제법을 위반한 나라가 됐다. 러시아는 지금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유엔 헌장 정신에 위배되는 방식으로 비토권을 남용하고 있다. 이에 EU가 국제법을 위반한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국제법 준수를 촉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접근법으로 볼 수 있다.”
14일 오후 조태열 외교부장관과 올로프 스쿠그 EU 인권특별대표가 만나 북한인권을 포함한 국제사회 인권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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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권 이슈에서 가자 전쟁을 빼놓을 수 없다. 유럽 내에서도 독일처럼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프랑스 등은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선을 넘었다고 규탄했다. 팔레스타인 인권 보장을 위해 EU는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나.
“우선 EU는 국제인도법이 어떠한 예외 없이 모든 국적의 사람들에게 동등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일관적으로 주장해왔다. 가자 전쟁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도 찬성했다. 여기에는 이견이 없다. 이와 동시에 EU는 수년간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를 통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인도법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이 된다”는 말은 이스라엘 행위가 국제인도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나.
“제가 법률기관을 대표하지는 않기 때문에 명확한 답을 드릴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다만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국제사법재판소(ICJ), 그리고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그러한 혐의를 제기하고 있다.”
7월 ICJ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의견을 내놨으며,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팔레스타인 국제 독립 조사위원회 역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 동예루살렘 지역에 대한 점령 행위는 불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ICC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최근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망한 야흐야 신와르 하마스 군사지도자 모두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4월 EU가 난민을 본국 또는 제3국으로 송환하기 위한 문턱을 낮추는 ‘신난민협정’을 통과시켰다. 유럽의 포용 정신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난민 송환과 난민 인권 보장이 병존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우선 EU가 승인한 신난민협정은 국제적 의무를 준수한다는 당연한 전제 아래, 이민이 허용되지 않았는데도 유럽에 들어온 불법 이민자를 송환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저 역시 인권특별대표로서 EU 회원국들이 국제법적 의무와 난민협정에 따른 의무들을 충족하게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는 EU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올해 4월 판국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 연령 통계. 동아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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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세계 최초로 포괄적 인공지능(AI) 규제법(AI Act)을 입법화했다. 세계적으로 AI와 온라인 플랫폼 발전에 따라 다양한 인권침해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데, EU는 어떤 해결책을 준비하고 있나.
“EU가 최근 제정한 디지털서비스법(DSA)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불법 콘텐츠 삭제 의무와 같이 보다 엄격한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나 AI와 관련된 EU의 규제는 단일 시장으로서는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EU 시장’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술 기업들에 적용된다. 우리의 규제가 세계적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 기대한다.”
EU가 제정한 DSA는 온라인 플랫폼 제공자가 자사 플랫폼에 불법 콘텐츠를 업로드한 이용자·사업자에 제재를 부과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월평균 활성화 이용자 수가 4500만 명 이상인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등은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으로 지정돼 DSA 규정 위반 시 직전 회계연도 기준 전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8월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소년기후소송·시민기후소송·아기기후소송·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관계자들이 탄소중립법이 합헌불일치한다는 헌재 판결이 내려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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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중에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등이 공동주최하는 ‘기후변화와 인권 국제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기후변화가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최근 몇 달간 브라질과 포르투갈 등에서 발생한 산불은 주민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 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선 홍수로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었다. EU는 국제사회에서 ‘기후위기’가 곧 ‘인권 문제’임을 알리기 위해 인권컨퍼런스에선 기후 문제를 제기하고, 기후컨퍼런스에선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인권운동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875명의 ‘환경운동가’를 지원했다. 지난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유엔 기후변화와 인권 특별보고관’ 임기 연장안을 채택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특히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소송’도 눈여겨보고 있다.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누릴 권리’와 ‘기후위기를 해결할 국가의 의무’가 법적 개념으로 확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8월 한국 헌법재판소가 아시아 최초로 ‘기후위기에 대응한 정부의 불충분한 조치가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에 대한 위반’이라고 판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쿠그 EU 인권특별대표는 15일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발전한 지역 중 하나인 EU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지역 중 하나”라며 “기후위기에 대해 가져야 할 책임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2022년 EU와 회원국들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지원하고자 285억 유로(약 43조 원)의 공공자금과 119억 유로의 민간 자금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EU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로 감축하기 위해 과세, 토지 사용 등 각종 기후 관련 법령을 제·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나.
“한국 정부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성 평등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주길 부탁드린다. 또 사형제를 폐지해주길 기대한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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