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월 3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트럼프를 위한 복음주의자’ 캠페인 행사에서 교계 지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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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치 관련 책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 기자 팀 앨버타가 쓴 ‘나라, 권력, 영광’은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른다고 하는 미국 복음주의자 신도들이 왜 부도덕한 트럼프를 지지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빚어낸 책입니다.
복음주의자란 공화당 핵심 지지층인 미국 기독교 백인 보수주의자들을 일컫습니다.
저자는 복음주의 목사의 아들이자, 신실한 개신교 신도인데
아버지의 장례식에 온 신도들이 트럼프를 비난하는 책을 썼다는 이유로 자신을 조롱하는 걸 보고
책을 쓰기로 결심, 4년간 미국 곳곳의 종교 모임, 정치 집회 등을 취재해 책을 썼습니다.
취재를 통해 저자가 알게 된 것은
복음주의자들이 ‘하나님의 완벽한 계획을 위한 불완전한 도구’라는 논리로
트럼프의 흠결을 감싸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를 취한 다윗 등 성경의 결함 있는 지도자들과 트럼프를 비견하면서.
또한 복음주의자들이 신(神) 대신 미국을 섬기는 국가우상숭배에 빠져 있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꼼꼼하고 방대한 취재가 놀랍고,
우리 정치현실에 대입해 생각할 점도 많은 책입니다.
700쪽 넘는 벽돌책이고, 낯선 미국 종교인들의 이름이 많이 나오는 게 독서의 장벽이지만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으니 도전해 보세요.
美 보수 기독교인은 왜 '부도덕한 트럼프' 지지할까
28일 서울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남산이 가을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기상청은 29일도 전국이 흐리고 제주도, 강원도 일부 지역, 전남해안 지역엔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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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 한 탓이라
”
가을비 쏟아진 후 기온이 급강하한 상강(霜降), 황동규 시인의 ‘시월(十月)’을 읽었습니다.
빗방울이 떨어지며 대기를 싸늘하게 식히는 소리에 골몰하게 될 정도로,
잊고 싶은데 차마 떨쳐내지 못하는 약속이란 무엇일까요?
찬바람 불 때면 으레 기억 속 깊은 곳에서 떠오르곤 하는 회한 서린 어떤 것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시월은 서글퍼서 더 아름다운 계절이기도 합니다.
시인은 이렇게 읊습니다.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 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旅程)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리
두견이 우는 숲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목금(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
강물도, 석양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시월이 가고 있습니다.
비바람 한 번 더 불면 낙엽이 지겠지요.
가을은 모든 생명력 지닌 것들이 낙하하는 계절.
“누이야 무엇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지는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사면에서 빈 가지를
하나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
이렇게 시인이 노래한 이유겠죠.
나뭇가지를 흔든 바람이 여윈 손가락을 뻗어
사정없이 옷깃을 파고드는 해질녘이면,
밝고 따뜻한 것에 대한 갈망이 불거질 겁니다.
그래서 시인은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창 밖에 가득한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를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 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 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
시월의 남은 날들, 따스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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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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