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전환 ‘스멀스멀’ 강남 대장주도 불안하다 [스페셜리포트]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지점에 주택담보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매경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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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점을 모르고 치솟던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배경은 뭘까.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사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지난 8월 초 ‘8·8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만 해도 시장 반응은 시큰둥했다. 대책 내용을 보면 MB정부 이후 12년 만에 대규모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나서는가 하면 재건축, 재개발 특례법까지 제정해 주택 공급 속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오피스텔, 빌라 등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에도 안간힘을 쓰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그린벨트를 풀더라도 입주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 공급 부족 해소 역할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축 아파트 인기가 치솟는 상황에서 오피스텔, 빌라 등 비아파트 규제를 푼다고 해서 수요가 분산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쏟아졌다.
좀처럼 잡히지 않을 것 같던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정부 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다. 지난 9월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DSR 2단계가 대표적이다. 스트레스 DSR 규제는 금리 변동성을 고려해 스트레스 가산금리를 얹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규제다. 단계별로 규제를 적용하는데 1단계는 올 2월, 2단계는 9월 각각 시행됐다.
일례로 연소득 1억원인 사람이 30년 만기, 혼합형(5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당초 금리 연 4.5%를 적용하면 6억58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적용할 경우 수도권은 6억600만원, 지방은 6억2400만원으로 대출 한도가 각각 줄어든다.
내년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대출 한도는 더욱 쪼그라든다. 앞선 사례의 경우 지역과 무관하게 대출 한도가 5억9400만원까지 축소된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는다면 규제 적용 전과 비교해 한도가 1억원가량 줄어든다. 특히 2단계는 은행권 대출에만 적용하지만 3단계가 시행되면 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에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2단계 기준 0.75~1.2%포인트인 가산금리가 최소 1.5%포인트로 높아진다.
금융당국은 정책대출까지 조이기 시작했다. 부부 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에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는 ‘디딤돌대출’에 적용되는 LTV(담보인정비율)를 최대 80%에서 70%로 낮췄다. DSR 규제뿐 아니라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잇따라 인상하면서 대출 문턱을 높인 것도 부동산 시장 열기를 식히는 데 한몫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10월 10일 기준)은 573조8853억원으로, 9월 말(574조5764억원)과 비교해 6900억원가량 감소했다.
집값이 또다시 들썩일 경우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를 상향하거나 내년 7월로 예정된 스트레스 DSR 3단계를 조기 시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가계부채비율의 하향 안정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금융지주사 차원에서 책임감을 갖고 가계부채 관리 목표를 수립해달라”고 당부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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