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 아파트를 보유한 정 모 씨는 올 들어 매매가가 급등하자 이 집을 매물로 내놨다. 가끔 집 보러 오는 이들은 있지만 3개월째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정 씨는 “집값이 많이 뛴 데다 대출받기도 어렵다 보니 매수자들이 쉽게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는 것 같다”며 “이참에 더 큰 평형으로 갈아타려 했는데 계획을 한참 미뤄야 할 듯싶다”고 토로했다.
거침없이 오르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한 데다 신고가에 매도하려던 집주인, 저렴하게 내집마련하려는 매수자 간 힘겨루기 양상이 나타나면서 주택 거래가 급감하는 양상이다. 불황에도 꿈쩍 않던 서울 강남권 인기 단지마저 수억원씩 떨어진 실거래 사례가 잇따르면서 머지않아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급감하는 서울 아파트 거래
집값 상승세 주춤, 매물도 쌓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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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172건(10월 10일 신고 기준)으로 10월 말까지 신고가 모두 완료된 수치를 감안해도 4000건에 미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점인 7월(8894건) 대비 ‘반 토막’ 수준이다. 최저 수준인 3월 거래량(4408건)에도 한참 못 미칠 전망이다.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다 보니 매물은 갈수록 쌓여간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0월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12만8918건으로 두 달 전(12만1340건)과 비교해 6.2% 늘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아파트값 상승세도 주춤한 양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은 0.1%로 전주와 동일한 수치였다. 8월 둘째 주까지만 해도 0.32% 오르며 5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9월 들어 오름세가 확연히 꺾인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잠정지수는 -0.47%를 기록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12월(-1.13%) 이후 9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가격 상승세 둔화로 매수 관망 심리가 견고해져 매물이 증가하고 거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부동산원 진단이다.
서울 강남권 인기 단지도 예외는 아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 대장주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는 최근 50억원에 주인을 찾았다. 8월 초까지만 해도 같은 평형 실거래가가 60억원으로 치솟아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10억원 떨어져 어느새 분위기가 식었다는 의미다.
래미안원베일리와 함께 반포 대장 아파트로 손꼽히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역시 8월 초 신고가(51억원) 대비 10억원 넘게 떨어진 40억원에 손바뀜됐다. 반포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매물이 나오면 무조건 사겠다는 이들이 꽤 있었지만 요즘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워낙 가격이 많이 오르다 보니 매수자들이 부담을 느끼지만, 집주인들은 호가를 낮추지 않겠다고 버텨 거래가 쉽게 성사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북권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도봉구 쌍문동 ‘북한산코오롱하늘채’ 전용 84㎡ 실거래가는 7억3000만원 수준으로 2021년 7월 당시 최고가(8억7800만원)의 80% 남짓에 그친다.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같은 평형 매매가는 지난 6월 21억원까지 치솟았지만 7월 들어 19억원대까지 떨어졌다. 성동구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는 가끔 있지만 최근 실거래가보다 한참 낮은 급매물만 찾아 거래가 드물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택 매매 시장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경매 시장 열기도 식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45.6%로, 8월(47.3%)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4.3%로, 역시 8월(95.5%)에 비해 1.2%포인트 떨어졌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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