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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인류에게 혜택일까, 위협일까. 앞을 강조하는 대표자가 샘 올트먼 오픈에이아이(AI) 최고경영자라면, 부정적 영향에 주목하는 인물로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를 꼽을 수 있다. 앤스로픽은 ‘클로드’란 거대언어모델(LLM)로 오픈에이아이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지만, 오픈에이아이와 반대로 생성 인공지능의 잠재력 못지않게 위험성을 견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다리오 아모데이는 지난해 “인공지능은 핵전쟁처럼 다뤄야 할 세계적 위협”이란 성명서를 공동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 아모데이의 최근 글이 화제다. 제목은 미국 시인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시에서 가져온 ‘사랑스러운 은총의 기계’다. 시인은 사이버 세계가 도래하고, 인간이 노동에서 해방돼 정보기술이 만들어낸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이 시는 1967년에 쓰였다.) 시인이 희망을 노래했는지 절망을 비꼬았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적어도 다리오 아모데이의 ‘은총의 기계’엔 생성 인공지능에 대한 희망이 투사돼 있다. 때마침 이 글이 공개된 날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와 워싱턴대 ‘로제타폴드’가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다음날이었다.
20쪽 넘는 긴 글에서 아모데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의 긍정적 측면도 과소평가한다”고 입을 뗀다. 그 ‘긍정적 측면이 제대로 진행된다’는 전제 아래, 그는 강력한 인공지능이 인류의 삶을 바꿀 5가지 분야를 제시한다. 생물학과 건강, 신경과학과 정신 건강, 경제 개발과 빈곤, 평화와 거버넌스 그리고 일과 의미다. 인공지능의 유전자분석 능력은 이미 노벨상으로 입증했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한몫했다. 암을 진단하거나 예측하고, 시각장애인의 눈이 돼 주고, 루게릭 환자에겐 잃어버린 목소리를 돌려준다. 효과적인 보건 정책과 경제 전략을 수립해, 빈곤을 줄이고 생활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게 돕는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폴드\'는 단백질 구조 예측 공로를 인정받아 2024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딥마인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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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엔 도전도 뒤따른다. 아모데이는 인공지능은 의료 접근 문턱을 낮추고 경제 발전을 돕지만, 잘못된 결정으로 인공지능의 혜택을 거부함으로써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디스토피아적 하층민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의사 결정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사람들이 의사 결정 능력을 향상시키는 그 기술을 거부하는” 인공지능 러다이트 운동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인공지능은 인류의 건강을 증진하고 빈곤을 줄여주지만, 독재자의 선전과 감시를 효과적으로 수행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도구로도 쓰인다. 2024년의 현실은 폭탄을 장착한 무인 드론이 인공지능이 점찍어준 표적을 타격하는 전쟁이 진행 중이다. 그래서 아모데이는 ‘민주주의 국가 연합’이 공급망을 확보하고 인공지능 핵심 자원을 선점해 나쁜 의도로 쓰려는 이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연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오픈에이아이는 지난 9월, 추론 능력을 갖춘 언어 모델 ‘o1’(오원)을 내놓았다.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에 버금가는 추론 능력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대답한다. 우리의 사고 지평도 이에 맞춰 확장돼야 한다. 인공지능이 수십 년 동안 데이터를 학습하고 추론을 거듭한다면 지금껏 우리가 풀지 못한 문제에 대답할 수 있을까. 기업마다 더 강력한 추론 모델을 개발하고, 이들 모델이 실행력을 갖춘 물리 기기와 결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리오 아모데이가 생성 인공지능에 투사한 인류의 5가지 희망은 이런 물음에 대한 대답 위에서 싹틔워야 마땅하다. 잊지 말자. 인류는 아직 생성 인공지능의 작동 원리를 정확히 모른다.
이희욱 미디어랩팀장 asada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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