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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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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디거 프랑크 “3차 대전 피하기 위한 노력해야…나토 파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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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뤼디거 프랑크 오스트리아 빈 대학 교수.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나오면서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파병론 논의를 불 붙일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뤼디거 프랑크 오스트리아 빈 대학 동아시아학과장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최악의 경우에는 “전쟁이 (러-우) 양자에서 다자 간 분쟁으로 비화하고, 만약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러시아와 싸우기 위해 파병을 결정한다면 이는 3차 세계대전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뤼디거 교수는 김일성종합대학 유학 경험이 있으며 30년 넘게 북한을 연구해 온 전문가다. 한겨레는 24일 프랑크 교수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군 러시아 파병으로 러시아와 북한이 달성하려는 목표는 무엇이라고 보나.



“(북한과 러시아) 양쪽 모두 정치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러시아는 전 세계와 자국민을 향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북한은 한때 강대국이었던 러시아를 도와 국내외적으로 위신을 세울수 있다.



실질적으로는 잘 훈련되고 장비를 갖춘 수천명의 군을 확보하는 건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군이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가서 역할을 하는 것 뿐 아니라, 러시아에서 러시아군을 대신해 군사 업무를 맡아 우크라이나에 파견될 수 있는 러시아 정규군을 대체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북한이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이득도 다양할 수 있다. 과거 박정희 정부 시절 한국의 베트남 파병 사례를 돌이켜봐도 직간접적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이 많았다. 미국이 한국에 직접 지원한 자금 및 군인들의 급여, 전쟁 물자 공급 계약 시 재벌에 돌아간 특혜 등. 러시아도 북한에 이런 이점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우려되는 건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 이전이다.”





―북한이 러시아에 군 파병을 결정한 주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끌고 가기 위한 전략인가.



“북한이 중국보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우선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에 외국은 때때로는 유용할 수 있으나, 북한은 예외없이 외국을 위협과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여러 차례 실망시킨 전례가 있다. (이들 사이에 오가는) 따뜻한 말이나 멋진 사진이 북한과 중국·러시아의 관계가 감정적이지 않고 실용적이란 사실을 가릴 수는 없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보도가 나온 뒤 유럽에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도 우크라이나에 군을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것이 내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북한이 실제로,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장에 대규모 군을 투입한다면, 전쟁의 양상은 양자 간 분쟁에서 다자 간 분쟁으로 비화하고, 다양한 대응을 촉발할 것이다. 여기엔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군을 보내는 것도 포함된다. 이러한 상황은 빠르게 통제 불능에 빠질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의 시작은 그런 점에서 교훈을 준다. 결국 만약 나토가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싸우기 위해 파병을 결정한다면 이는 3차 세계대전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나의 유일한 희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런 위험을 잘 이해하길 바라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도 나토의 직접적인 개입엔 흥미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군이 러시아로 이동하긴 했지만, 이들이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장에 나타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우크라이나는 훨씬 더 강력한 적(러시아)과 지금까지 홀로 싸우고 있는만큼, 나토의 더 강력한 개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우크라이나처럼) 국가적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나토 개입 등이) 미칠 전지구적 결과는 부차적인 고려사항이 된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한국의 이익이 무엇인지에 달려 있다. 군사 경제 측면에서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지원은 (한국산) 무기를 판매할 훌륭한 구실이 되어준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가올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한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주한미군 철수도 우려하고 있다.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북한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지는 상황은 미국이 한반도에 주둔하길 원하는 사람들의 이해관계엔 부합할 것이다. (반면)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분쟁의 장소로 이용했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제2의 한국전쟁을 우려하고, 더 이상의 확전을 피하고자 한다. 누구의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 확전과 완화 모두 가능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국제사회가 상황 악화를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이 있는가.



“가장 중요한 건 국제사회가 3차 대전을 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문이 아닌, 확실한 사실에 기반한 신중한 접근이 여기에 포함된다. 현재 일부 국가들은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행위가 아닌 기대치나 가능성에 기대어 강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행동은 ‘자기충족적 예언’을 초래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침착함을 유지하고 섣부른 행동을 피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유럽과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공식적으로 싸우지 않는 한, 상황은 통제될 수 있다. 어쩌면 (북한군은) 절대 우크라이나에 가지 않거나, 단지 ‘자원봉사’ 형태로 그곳에 나타날 수도 있다. 우리는 기다려봐야 한다. 한국전쟁이란 역사적 사례가 있다. 당시 미국과 중국은 사실상 한국에서 서로 싸우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통제 불능에 빠질 갈등은 피할 방법을 찾았다. 중국은 한반도에 ‘인민지원군’이란 이름으로 군대를 파견했고 미국은 유엔 깃발 아래 싸웠다. 당시 상황은 한국에 큰 충격과 고통을 안겨 주었지만, (한반도를 넘어선 확전이라는) 더 큰 재앙은 피할 수 있었다. 현 상황에서도 이런 지혜가 발휘되길 바랄 뿐이다. 가장 중요한 건 전쟁이 빨리 끝나야 젊은 군인과 무고한 민간인의 살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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