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검객’ 김웅 변호사의 내부 고발
“김건희 여사, 대외 활동 당장 중단해야… 검찰이 김 여사 기소하면 국민의힘에 활로”
“여당이 이 지경 된 건 윤핵관들 책임… 尹에 직언 않고 이권 챙긴 윤핵관들 심판해야”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명태균 씨는 ‘정치판 스테로이드’다. 정치판이 아니었다면 뛰어난 마케팅 전문가로 거듭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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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자마자 가장 궁금했던 질문부터 꺼냈다. “도대체 명태균 씨는 누구인가?” 김웅(54·전 국민의힘 의원) 변호사는 잠시 침묵한 뒤 이렇게 답했다. “‘정치판 스테로이드’다.” 경기에 출전한 운동선수가 금지 약물인 스테로이드를 복용해 승리를 꾀하고자 하듯이, 정치판에서는 ‘명태균’이란 약물이 유통된다는 설명이었다. ‘명태균’ 이름 석자는 지난 9월 김건희 여사의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개입 의혹 과정에서 폭로됐다. 현재 명씨와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는 여권 인사만 20여 명에 달한다. 통상 스포츠계에선 운동선수가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면 도핑 테스트를 통해 스테로이드 복용 여부를 밝혀낸다. 명태균(54) 씨가 ‘스테로이드’라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 변경도 ‘비정상적인 모습’일 터이다. 여의도 정치권에는 스테로이드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까? 검사 출신으로 지난 6월 국회를 떠나 다시 자연인 신분이 된 김웅 변호사와 지난 10월 10일 마주 앉은 이유다.
명태균 씨는 누구인가?
“명태균 씨는 ‘정치판 스테로이드’다. 사기꾼은 아닌 것 같다. ‘정치 기술자’에 가깝다. 특정 후보에 대한 대중의 집중도를 높이고, 밴드왜건 효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뛰어나다.”
‘스테로이드’라고 묘사한 이유는?
“실제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정치판이 아니었다면 뛰어난 마케팅 전문가로 거듭났을 것이다. 문제는 정치판에서 민의를 왜곡시킨다는 거다.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드는 행위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후진국 정치다. 물론 명태균 씨도 문제지만 명씨랑 손잡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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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김종인 발판 삼아 전국구로 성장”
김 변호사는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적은 없는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결코 복용하지 않았다(웃음).”
주위에서 복용하면 유혹을 물리치기 쉽지 않은데….
“5일 전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 통 왔다. 명태균 씨였다. 내가 여러 방송매체에서 자기를 매섭게 비판하니 전화가 온 것 같다. 명씨는 대뜸 ‘앞으로 우리나라 정치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있다. 의원님께 다 이야기해 드리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뭐라고 했나?
“관심 없다고 했다. 정확히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을 뿐 세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여부엔 관심 없다고 했다.”
지난 1월 김웅 당시 국민의힘 의원은 ‘당이 민주적이지 않다’며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김웅 전 의원은 “명태균 씨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고 토로했다. 최영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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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씨가 연일 폭로를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 생존을 위해서다. ‘나 살려줘’라고 외치는 거다. 그는 김영선 전 의원이 세비의 절반을 매달 자신에게 보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9000여 만원의 세비를 받은 부분에 대한 형사처벌을 피하고 싶은 거다. 사실 명씨가 대통령과 김 여사를 공격할 이유가 딱히 없다. 생존을 위해 폭로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들고 있는 패를 조금씩 보여주는 거다.” (검찰은 김영선 전 의원이 지난 2022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명태균 씨에게 9000여 만원을 준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수사 중이다).
정치권에서 명태균이라는 존재를 언제 처음 알았나?
“지난 2021년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명씨 관련 제보를 받았다. 이준석 당시 당대표 후보가 명씨와 관련됐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이준석 대표가 전당대회 이후에도 계속 명씨와 손을 잡을 거라곤 생각 못 했다. 사실 이번에 이준석 대표의 칠불사 회동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준석 의원은 지난 2월 29일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 천하람 의원과 함께 경남 칠불사에서 회동했다).
‘명태균 스테로이드’가 여권에 얼마나 퍼졌다고 보는가?
“이번 22대 국회에는 광범위하게 퍼지지는 않았을 거다. 윤석열 대통령도 당선된 지 6개월 정도 지난 시점부턴 명씨를 멀리한 것으로 안다. 다만 21대 국회까지는 나랑 유승민 전 의원 정도만 명씨로부터 완벽히 자유롭다.”
명씨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인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영선 전 의원이 명씨와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만 해도 영남에서 활동하던 그는 이후 자연스레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연결된다. 이후 김종인 전 위원장이 명씨를 전국 무대에서 뛸 수 있게 해줬다. 명씨가 김종인 전 위원장을 ‘정치적 아버지’라고 부른 이유다.” (명태균 씨는 지난 10월 9일 페이스북에 ‘오늘 나의 정치적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당시 게시글은 김종인 전 위원장이 명태균 씨를 사무실로 인사하러 찾아온 사람 중 한 명으로, 특별하게 여긴 적 없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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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이 시스템 공천?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올해 1월 불출마 선언 당시 ‘당이 민주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명씨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총선을 앞둔 당시에는 구체적인 사정을 얘기할 수 없었다. 총선을 앞두고 당을 공격할 수는 없어서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공천의 비합리성을 목도한 직후 불출마로 마음이 기울었다.” (지난 1월 17일 김웅 당시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국민의힘은 민주적 정당이 아니다’라며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공천이 어떠했기에 그러한가?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이 말한 ‘시스템 공천’은 사실이 아니다. 당시 공천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그럼에도 당내 그 누구도 공천에 대해 올바른 목소리를 못 냈다. 모두 ‘괜히 잘못 말했다가 불이익 받는 거 아니야’라는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나는 부조리함을 견디면서까지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싶지는 않았다. 불출마 선언은 당시 공천권을 휘두른 ‘몇몇 인물들’을 향한 외침이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특정하진 않겠지만, 불출마 선언 당시 마음속으론 ‘그대가 우습게 생각하는 의원 중 소인배가 아닌 이도 있다’는 외침이었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결과가 108석이면 처참하다. 당정 모두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하지만 국민의힘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지난 4년간 우리는 제대로 된 목소리를 못 냈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이후 이준석 대표 축출 사태, 바이든-날리면 사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 채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김기현 대표 축출 사태 등을 거쳤다. 그럼에도 모두 함구했다. 그러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느닷없이 나타나서 한마디 하면 모두 동조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앞으로도 개혁을 이뤄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어려운 이유는?
“대다수 의원이 당에 대한 걱정보다는 개개인의 재선을 중시한다. 국민의힘이 다음 총선에서 또 100석 소수 정당이 되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지난 21대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한 것 중 가장 유명한 게 바로 ‘연판장 사태’다. 연판장 사태를 주도, 참여한 분들 대다수가 재선에 성공했다. 국민의힘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지금 상황에서 당을 개혁한다고 나서면 당시 연판장을 주도한 의원들이 개혁가를 죽이는 데 앞장설 거다.”
지난 10월 4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선 여당 내 이탈표가 최대 4표 나왔다. 당정 분열의 신호탄으로 봐야 할까?
“국민의힘 108명 의원이 과연 ‘김건희 특검법’ 통과를 원할까? 아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되면 바로 탄핵 정국이 몰아칠 거란 두려움이 크다. 두 번째는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을 대통령과의 대립 지점을 창출하는 데 사용하는 것, 즉 당내 장악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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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를 주저앉히는 게 대통령에게 도움된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 사퇴를 목적으로 압박하면 한동훈 대표는 더 오래 버틸 거다. 대통령이 정말 한 대표가 싫으면 그냥 두면 된다. 어차피 한 대표의 한계는 많이 드러났다. 대표 취임 100일이 다 되어가는데도 불구하고 대표한테 다가가는 의원이 별로 없다. 대통령실이 무서워서일까? 아니다. 공천도 끝난 마당에 뭐가 두렵겠는가. 그보다는 한 대표가 미래 지도자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을 갖고 있는 거다.”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직전 개인적으로 고충을 토로한 의원도 있는가?
“있다. 누구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 의원 중 일부는 지금이라도 수사를 통해 김건희 여사를 주저앉히는 게 대통령한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들이 당의 발목을 잡는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퍼지고 있다는 의미다.”
상설 특검은 정부·여당 입장에선 괜찮은 선택지라는 말도 나온다.
“상설 특검은 설령 시작돼도 아무런 결과 없이 끝날 거다. 사실관계가 드러난 상태에서 시작해도 검사 5명이 60일 동안엔 수사 못 한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은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풍문’이다. 물론 정부·여당 입장에선 시간을 벌 수는 있을 거다. 다만, 60일 동안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 큰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상설특검법에 규정된 특검 수사 기간은 기본 60일에 최장 90일, 파견 검사 수는 최대 5명이다. 민주당은 상설 특검 수사요구안에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과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을 명시했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9월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에서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와 함께 도보 순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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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 중 국민의힘에 가장 뼈아픈 의혹은 무엇일까?
“현재로서는 공천 개입 의혹이다. 그다음으론 디올백 수수 의혹이다. 여사가 인사에도 개입했다면, 공천 개입 의혹보다 심각한 사안으로 떠오를 거다. 물론 인사 개입 여부는 현재로서는 전혀 알려진 바 없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의 활로는?
“간단하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기소하면 된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1차, 2차 작전을 하나의 사건으로 봤다. 반면 법원은 1차, 2차 작전에 연속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주목할 점은 1차 작전에 개입한 손모 씨가 지난 9월 ‘방조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점이다. 즉, 검찰의 입장이 그대로 유지되기 위해선 1차 작전에 대해 김 여사를 손씨처럼 기소해야 한다.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하면 된다. 아울러 김 여사는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공식석상에 나오면 안 된다. 국민의힘도 뼈를 깎는 쇄신을 해야 한다.” (1심 법원은 김 여사처럼 계좌를 빌려준 전주 손씨가 시세조종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공범으로 직접 가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후 검찰은 2심에서 공소장을 변경, 손씨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그 결과, 2심 재판부는 손씨의 방조죄를 인정,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김 여사 측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는 대부분 증권사 직원 등에게 계좌를 맡기고 대신 운용하는 ‘일임 매매’ 형식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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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 하는 유승민 전 의원을 국무총리 앉혀야”
뼈를 깎는 혁신의 방법이 있다면?
“간단하다. 지금처럼 공천 문제가 불거졌을때 ‘공천 혁신안’을 발표해야 한다. 혁신안으론 여러 가지가 있다. 공천 키트를 미리 정해두는 방식, 100명의 공관위원 후보를 정해서 선거 때마다 추첨으로 정하는 방식 등이다. 그러면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하기 어려울 거다. 방법은 많다. 실행에 옮기지 않아서 문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어쩌다 이 지경에 놓이게 됐을까?
“지난 21대 국회 초기부터 일이 잘못됐다. 당시 대통령 후보를 만드는 데 주요 역할을 했던,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책임이 크다. 윤 대통령은 정치를 처음 하는 분이다. 윤핵관들이 대통령에게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확실히 이야기해야 했다. 하지만 반대로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다 하게 해줬다. 그 과정에서 윤핵관 본인들은 엄청난 이권을 챙겼다. 그분들도 나중에 꼭 심판받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쓴소리하는 유승민 전 의원 같은 분을 국무총리에 앉혀야 한다. 국민의힘도 엔지니어링 정당, 즉 체계가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1946년 영국 보수당처럼 말이다.”
1946년 영국 보수당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당시 망해가는 영국 기업 ‘막스앤스펜서’를 살린 최고경영자(CEO)를 보수당 사무총장직에 임명했다. 경영인 사무총장이 탄생한 거다. 실제로 그는 망해가는 보수정당을 살려냈다. 국민의힘도 공멸을 막기 위해선 경영인 사무총장이 필요하다.”
의원 배지를 내려놓은 지 어느덧 5개월이 됐다.
“속이 후련하다. 사실 지난 4년 동안 출근길 발걸음이 무거울 때가 많았다. 요즘은 행복하다. 다시금 법률가의 옷을 입으니 절로 웃음이 난다. 실제로 주위에서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김웅 변호사는 서울 서초동에서 ‘법무법인 남당’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김웅 전 의원은 “의원 배지를 내려놓고 다시금 법률가의 옷을 입으니 절로 웃음이 난다”고 했다. 최영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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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 kim.taewook@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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