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의 버디 세리머니. |
(양양=연합뉴스) 권훈 기자 = 중고 퍼터 하나가 무려 2천500만원에 팔렸다.
19일 강원도 양양군 설해원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더 채리티 클래식 자선기금 마련 선수 애장품 경매에서 벌어진 일이다.
대회를 앞두고 치러진 경매 행사에서 박상현이 내놓은 스카티 카메론 서클T 퍼터는 열띤 입찰 경쟁 끝에 2천500만원에 낙찰됐다.
KPGA 투어에서 12번 우승하고 통산 상금 1위를 달리는 박상현은 오랫동안 소장한 퍼터를 선뜻 내놨고, 독지가가 이를 최고가에 사들인 덕분에 거액의 자선기금이 마련됐다.
박상현은 "오랫동안 애지중지하면서 집에서 퍼팅 연습할 때도 자주 쓰던 퍼터인데, 좋은 일에 쓰일 돈을 마련하는 데 보탬이 됐다니 기쁘다"고 말했다.
선수 애장품 경매에 아끼던 용품을 내놓은 선수는 물론 박상현 혼자가 아니다.
문경준도 박상현이 내놓은 퍼터와 똑같은 스카티 카메론 서클T 퍼터를 기부했다. 문경준의 퍼터도 800만원에 낙찰됐다.
KPGA 투어 상금과 대상, 평균타수 1위를 달리는 장유빈은 아마추어 시절에 11언더파를 치면서 우승했을 때 쓴 퍼터를 내놨다.
함정우도 일본 2부투어에서 우승할 때 사용한 퍼터를 쾌척했다. 이태희도 퍼터를 경매에 부쳤다.
황준곤은 평소에 가장 잘 맞는다는 웨지를 기부했다.
김민규는 특이하게도 한국오픈에서 우승할 때 입었던 골프 웨어 상의를 내놨는데 팬이 사들였다.
선수들이 내놓은 애장품 경매에서 6천200만원이 마련됐다.
이 대회는 대회 명칭에 주최자인 동아쏘시오그룹을 빼고 자선을 뜻하는 채리티를 넣는 등 자선에 초점을 맞췄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우승 상금과 별도로 10억원을 기부하고 선수들이 상금의 10%를 갹출했다. 선수 애장품 경매 수입에다 프로암 대회 참가자들이 낸 2천200만원, 그리고 갤러리들이 자발적으로 낸 기부금 등을 합쳐 약 12억원이 넘는 돈을 모아 소아 환우 치료비로 기부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 입장료는 무료지만 우산 등 기념품을 증정하는 대신 기부금을 내도록 유도했다.
동아쏘시오그룹의 오랜 후원을 받고 있어서 이번 대회에서 호스트 역할도 한 박상현은 "경기 때도 모든 선수가 한 타 한 타를 칠 때마다 어린이 환자를 돕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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