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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술의 세계

"아이브가 후두를 긴장시키며 'LOVE DIVE'를 부를 때...K팝은 특별해진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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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K-POP 원론' 쓴 일본인 노마 히데키 교수
"독특한 '말성'은 K팝의 예술성 끌어올리는 요소"
K팝을 '21세기의 지구형 공유 오페라’로 규정
"K팝에서 K가 사라지면 K아트도 붕괴할 것"

한국일보

K팝의 미학을 다각도로 분석한 'K-POP 원론' 저자 노마 히데키 교수가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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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문자든 소리든 형태가 되면 말 그 자체의 성격인 ‘말성’과 말이 지닌 의미의 세계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성’ 두 가지가 나타납니다. K팝에선 (블랙핑크의 ‘뚜두뚜두’ 같은) 의성의태어와 간투사(감탄사), 각운 같은 말성이 절묘한 역할을 합니다. 말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K아트의 특징이죠.”

언어학자인 노마 히데키 전 일본 도쿄외국어대 교수의 말이다. 한국어와 영어 등 여러 언어 가사가 뒤섞인 ‘외계어’ 같은 가사를 그는 "복수언어성이 특징인 K팝의 다원주의를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성격"으로 규정했다. 걸그룹 케플러가 ‘Up!’에서 “I do, I do 오늘도 내일도”를 ‘아이두 아이두 오늘두 내일두’로 각운을 맞춘다거나, 걸그룹 시크릿넘버가 ‘독사’에서 “bad bad”와 “빼빼 좀 빼지”를 대비시킨 것을 예로 든다. 아무 뜻도 없이 늘어놓는 것 같은 '언어놀이'가 K팝의 예술성을 끌어올리는 요소라는 것이다.

K팝은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예술의 존재 양식”


노마 교수는 K팝을 말, 소리, 빛, 칼군무와 ‘춤추는 카메라’ 등으로 대표되는 신체성이 어우러져 온라인 세계에 나타난 21세기형 종합 예술로 바라본 책 ‘K-POP 원론’(연립서가 출판)을 냈다. 지난해 일본에서 낸 책을 일부 편집하고 새로운 내용을 더해 두 배에 가깝게 늘린 700여 쪽 분량의 증보판이다. 번역자 없이 독학으로 익힌 한국어로 직접 썼다. 한글의 역사와 가치를 탐구한 ‘한글의 탄생’(2011)도 그의 책이다. ‘K-POP 원론’ 출간에 맞춰 한국을 찾은 그를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노마 교수는 K팝이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예술의 존재 양식”이라면서 언어(Language), 청각적 요소(Audio), 시각적 요소(Visual)가 혼연일체가 돼 인터넷(Net) 공간을 고속으로 날아다니는 '랩넷(LAVnet) 시대의 아트'로 정의한다. 개인전을 여러 번 열 만큼 재능 있는 미술가이고 고교 시절부터 아마추어 기타리스트로 활동해온 이력이 있기에 가능한 통찰이다.

노마 교수는 한국어만의 독특한 발성법인 성문 폐쇄와 후두 긴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음표’가 K팝에 차별성을 부여한다고 본다. ‘아-, 아-‘ 사이에 소리를 끊을 때 사용되는 부분이 발성 기관이 성문. 된소리 발음에 주로 수반되는 성문 폐쇄나 후두의 심한 긴장이 K팝 가창에선 굳이 필요가 없는 위치에서도 인위적으로 쓰이며 스타카토 같은 묘한 맛을 준다는 것이다. 성문 폐쇄와 후두 긴장을 가장 멋지게 살린 곡으로는 아이브의 ‘Love Dive’를 꼽았다. 스트레이 키즈도 ‘Maniac’에서 ‘매니악’의 마지막 ‘k’ 소리를 영어 발음과 다르게 깔끔하게 닫히는 'k’로 발음하며 날카로움과 긴장감을 준다. 노마 교수는 “뭔가 다르고 이상하다는 건 바꿔 말하면 새로운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

'K-POP 원론' 저자 노마 히데키 교수.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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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아트에서 K가 빠지면 K팝도 아니고 재미도 없어질 것"


노마 교수는 K팝이 소리의 세계를 벗어나 빛과 색채의 변용을 통해 K아트라는 통합적이고 새로운 우주로 확장하며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고 평한다. K아트를 설명하기 위해 그가 고안한 단어가 ‘로마네스크’에서 착안한 ‘코리아네스크’다. 국경으로 구분된 ‘한국’이 아니라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문화적인 표상에 가까운데, 색채나 말뿐 아니라 음악 소리와 안무에서도 찾을 수 있다.

K아트의 특징을 노마 교수는 이렇게 정리했다. 아티스트 하나하나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는 '존재론적 작법', 다성적 조형을 이루는 목소리와 다국적 멤버가 복수언어 속에서 드러내는 '한국어의 매력', 말·소리·빛의 신체성이 고속으로 변용되는 '역동적인 표현양식'이 “’21세기의 지구형 공유 오페라’라는 성격을 띤” K아트를 완성한다.
한국일보

스트레이 키즈의 'Maniac'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뮤직비디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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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노마 교수의 K팝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는 것으로 끝마친다. 그는 “K팝에서 K가 떨어져 나간다거나 희박해진다면 더 이상 K팝이 아니게 되고 재미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K팝 그룹 멤버가 점점 늘어나는 데 대해 방탄소년단이나 트와이스 같은 그룹이 모델이 되어선 안 된다면서 “신인 그룹은 인원이 많은데 카메라를 흔들고 멤버 개인이 잘 보이지 않게 뮤직비디오를 찍는 건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군복 같은 소품을 통해 K팝 뮤직비디오에서 종종 보이는 밀리터리즘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K팝의 성장에 있어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꼽은 건 ‘변화’다. “시각적으로든 청각적으로든 변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미 많이 사용된 이미지를 또 쓰는 건 곤란해요. 놀라게 해도 괜찮으니 예측하지 못한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면 좋겠습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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