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수용 등 작년 11월 협정
EU “역외 송환 허브 등 검토”
인권 단체들 “이주의 외주화”
이탈리아 매체인 안사통신은 16일(현지시간) 이주민 16명을 태운 이탈리아 해군 함정이 이날 오전 알바니아 서북부 셴진항에 입항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탈리아에서 알바니아 이주민센터로 이송되는 첫 사례로, 방글라데시인 10명과 이집트인 6명이며 모두 남성이다. 입항 후 수용소에 머무르면서 최대 28일간 망명 심사를 받게 된다.
지난해 11월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는 ‘해상 구조 이주민 알바니아 이송’과 ‘이탈리아 재정을 통한 알바니아 내 이주민센터 설립’을 골자로 하는 이주민 협정을 체결했다. 셴진항에는 망명 신청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주민들을 수용하는 시설을, 셴진항에서 내륙으로 20㎞ 떨어진 자더르에는 송환 대상이 된 이들을 수용하는 시설을 각각 짓기로 한 것이다. 이탈리아는 이를 위해 5년간 6억7000만유로(약 9942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 모델이 수년간 EU를 괴롭혀온 불법 이주민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민 수요를 분산하고 국내 치안 불안 요소도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EU도 적극적인 수용 의지를 보인다. 지난 14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7개 회원국 정상에게 보낸 서한에서 “EU 역외에 송환 허브를 개발하는 아이디어와 관련해 새 입법 제안 검토 등 추진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알바니아 (이주민센터) 협정이 가동을 개시함에 따라 그 경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탈리아의 방식을 수용해 EU 차원에서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영국도 이탈리아의 알바니아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전임 리시 수낵 총리는 난민 신청하는 이주민들을 르완다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입법 과정에서 인권 침해 등으로 비판받았다.
지난 7월 조기 총선으로 들어선 영국 노동당 정부는 이를 완전 폐기하고 이탈리아 모델로 방향을 틀고 있다. 지난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만난 멜로니 총리는 “스타머 총리가 이탈리아와 알바니아의 이주민 협정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며 “이 메커니즘에 대한 세부 사항도 제공했다”고 밝혔다.
국제인권단체들은 국제법 위반과 인권 침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바다에서 구조된 사람들을 물건처럼 취급하며 EU 밖으로 몰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매체인 르몽드는 16일 “이탈리아-알바니아 모델은 남성 외에 여성과 미성년자 등은 알바니아로 보낼 수 없는 등 조건이 많아 실행하기에는 복잡하다”면서 “법적, 물리적 실효성에는 의문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창간 기념 전시 ‘쓰레기 오비추어리’에 초대합니다!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