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추가 사드 배치 결정…이란은 평화 요구하며 "국익 수호에는 '레드라인' 없다"
2019년 미국 괌 기지 미군 훈련 도중 촬영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AD)의 모습./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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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스라엘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이란을 향한 공습이 임박한 시점에서 재보복을 염두에 두고 이스라엘이 방공망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그만큼 대규모 공습을 계획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이 공습 규모를 축소하도록 '당근'을 준 것이란 의견도 있다.
미 국방부는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지시에 따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이스라엘 사드 배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조치는 이란의 추가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내 미국인을 보호하겠다는 미국의 철통 같은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다층미사일방어체계 아이언돔과 앞서 미국이 배치해준 사드 등 방공체계를 겹겹이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10월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당시 이란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일부가 이스라엘 남부 네바팀 공군기지 인근에 떨어졌다. 이로 인해 전투기 격납고 등 건물이 일부 파손된 것으로 추정된다.
네바팀 공군기지는 스텔스 전투기 F-35 등 이스라엘 공군 주요 전력이 배치된 곳이다. 이에 이란 미사일 전력이 이스라엘 방공망을 돌파할 정도로 강력하다는 평가가 나오자, 미국이 사드 배치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중동 전문가인 애런 데이비드 밀러는 이번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이란이 맞대응해야 할 만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포괄적일 것이라는 것을 가리키는 징후"라고 설명했다.
이달 초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피살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이스라엘을 공습한 이란은 국제사회에 "평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이란 외무부 홈페이지에 공개한 성명에서 "우리 국민, 국익을 수호하는 데에는 '레드라인'이 없다"며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다면 전방위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푸아드 후세인 이라크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전쟁 확대를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전쟁과 평화 모두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평화를 원하며 가자 지구와 레바논에서도 정의로운 평화가 실현되길 바란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지난 11~12일 유대교 명절 욤키푸르 기간 이란을 공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망이 빗나가면서 언제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할지, 어느 규모로 공습할지 예측이 분분한 상황. 이란 군사시설과 원유시설을 주요 타깃으로 삼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핵 시설까지 타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 국방정보국 분석관 출신 해리슨 맨은 WP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진정시킬 목적으로 사드를 내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방부가 사드 배치 시점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스라엘이 덜 공격적인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당근일 수 있다"고 했다.
밀러는 이란의 보복 공습으로 미국인 사상자가 나온다면 미국까지 중동 갈등에 휩쓸릴 수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미리 손쓴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바이든 행정부 의도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만은 "벌써 사드를 얻었는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의) 민감 시설을 타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서 더 얻을 게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사드가 또 다른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드를 운용하는 미군 병력이 이란의 최우선 타깃이 될 것이라면서 "이스라엘 기지까지 성공적으로 잠입한 (이란의) 드론으로부터 미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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