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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사설] 시기를 놓친 것이 윤·한 독대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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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을 마친 뒤 퇴장하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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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16 재·보궐 선거 후 독대(獨對)할 예정이라고 한다. 야당이 김건희 여사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탄핵 공세를 시작한 마당에,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계속 등 돌리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이런 당연한 일을 결정하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걸리느냐는 것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24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을 앞두고 독대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에 무슨 앙금이 있든, 서로 만나 민감한 문제까지 논의해야만 정국을 풀어갈 수 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 만남이 무슨 대단한 결단 사항도 아니다. 그런데 보름간이나 국민이 다 알도록 감정싸움을 했다.

이처럼 시기를 놓쳐 문제를 키운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좌파 유튜버에게 한 대표 공격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보도된 후, 그가 억대 연봉의 SGI서울보증 상근 감사직에서 사퇴하는 데는 일주일이 걸렸다. 지난 7월엔 음주 운전이 적발된 대통령실 선임 행정관을 40여 일간 근무시키다가 뒤늦게 직무 배제를 했다. 지난 3월엔 주호주대사로 임명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무리하게 출국시켰다가 20여 일이 지나서야 사퇴하도록 했다. 폭언을 했던 수석 역시 사퇴에 뜸을 들였다. 두 일은 총선 기간에 벌어졌다.

김 여사의 처신과 관련한 논란도 그렇다. 명품 백 수수 의혹 등이 처음 불거졌을 때 바로 사과와 해명을 했더라면, 지금처럼 국정에 악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누가 사과를 한다 해도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움직일 수는 없게 됐다.

4·10 총선 패배 한 달 후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나선 윤 대통령은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을 사과했다. 해병대 채 상병의 순직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빨리 했더라면 총선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는 회견을 보며, 대통령도 생각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 기대한 국민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때를 놓치고 있다. 실기는 실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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