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치솟던 서울 집값이 둔화 조짐을 보이고 거래량이 줄어드는 등 한국은행의 11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숨 고르기’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최근 가파른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맞물린 데다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관망세가 짙어졌다는 분석이다.
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168건으로 8월 6137건 대비 64.6% 급감했다. 아직 이달 말까지 신고 기한이 남았으나 9월 거래량은 연초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집값 선행지표인 거래량이 하락하면서 서울 아파트 값 상승세도 함께 둔화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값은 0.10% 상승해 3주 연속 상승 폭이 축소됐다.
거래 금액도 하락세다.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 금액은 11억3596만원으로 전월 대비 4.6% 줄었다. 연중 최고치인 지난 6월(12억4703만원)과 비교하면 약 9% 하락한 수준이다.
올해 서울 부동산 시장을 이끌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도 매수 심리 위축에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강남구 아파트 평균 거래 금액은 8월 26억8395만원에서 지난달 24억2955만원으로 9.5% 줄었다. 서초(23억918만원)와 송파(16억3644만원) 역시 각각 12.7%, 3.3% 감소했다.
뜨거웠던 주택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선 것은 대출 규제 강화가 주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가 본격 시행되고,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나서면서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규제 강화와 단기 급등에 따른 가격 피로감이 쌓이면서 거래량과 가격 상승 폭이 둔화했다"며 "당분간 이런 흐름이 계속되는 가운데 선호 지역이나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은 국지적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11일 열리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를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가파른 상승세가 꺾인 데다, 소비자물가 목표치를 달성한 만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0월 한은이 금리인하를 결정할 경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 상승에 힘을 실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금리 인하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며 "선호 지역은 물론 수도권 외곽 지역이나 중저가 주택 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급반전하는 등의 큰 영향은 없을 거란 분석도 여전하다. 금리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반영됐고, 대출규제에 대한 정책 방향이 바뀌지 않으면 심리가 살아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김효선 위원은 "이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시장 가격에 반영된 상태여서 빅컷(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것)이 아니면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집값이 보합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대출 규제 무풍지역인 강남권 일대를 중심으로 완만한 오름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아주경제=김윤섭 기자 angks678@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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