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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선거와 투표

[단독] 세금으로 지원한 선거 비용 35억, 영영 돌려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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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무효형 받아도 돈 없으면 반환 안 해
5년 내 안 내면 선관위가 소송 등 걸어야
이렇게 안 한 사례 무려 50건... 총 35억
선관위 별다른 입장 없이 "노력하겠다"
양부남 의원 "재발 안 되도록 노력 다해야"
한국일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지난해 10월 노태악 선관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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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최근 20년간 돌려받지 못한 각종 선거 보전금이 35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반환 소송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아 발생한 일인데, 선관위의 이 같은 '직무 유기'로 아까운 세금만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환수가 불가한 선거비용의 전체 현황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8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선관위가 2004년부터 올해 1월까지 세금으로 보전해 준 선거비용 가운데 환수를 할 수 없게 된 금액은 35억3,806여만 원에 달했다. 선관위는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15% 이상 득표율을 획득한 후보자의 경우 선거비용 전액 △득표율 10~15% 미만의 후보자에게는 선거비용 50%를 보전해준다. 다만 공직선거법의 '당선무효된 자 등의 비용 반환' 규정(265조2항)에 따라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벌금 100만 원 이상) 확정자로부터 보전 선거 비용을 돌려받도록 돼 있다.

선거비용이 환수 안 된 사례는 13개 지역 선관위에서 50건에 달했다. 특히 경기도 선관위는 총 6건으로 경북 선관위 등과 함께 최다 횟수를 기록했고, 환수 실패 비용도 17억5,800여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선거 유형별로는 △기초의원 24건 △기초자치단체장 11건 △광역의원 8건 △국회의원 4건 △교육감 선거 3건이다.

회수 실패 이유로는 '직무 유기'가 꼽힌다. 현행법과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선관위가 선거비용을 반환받을 수 있는 기한(소멸시효)은 5년이다. 당선자 또는 낙선자가 돈이 없는 등의 이유를 들 경우 소송 등으로 소멸시효를 멈출 수 있다. "선관위가 선거비용 반환을 요청하고 관할세무서장에 징수를 수차례 위탁했는데도 돈을 받지 못했다면 시효중단을 위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게 법원 판례다.

당연히 선거비용을 회수 못 한 50건 사례에서 이런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대상자가 추후 소득이 발생할 경우 선거비용을 조금씩이라도 받아낼 수 있는 기회도 날린 것이다. 뒤늦은 소송 제기로 기회를 날린 사례도 있었다. 선관위는 2019년 전완준 전 화순군수를 상대로 선거비용 반환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경매 절차가 끝난 2012년 10월부터 5년 안에 소송을 냈어야 한다"며 패소 판결했다. 선관위는 전 전 군수로부터 선거비용 1억여 원을 돌려받지 못했고, 소송비용도 낭비하게 됐다.

선관위는 문제를 지적한 양 의원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향후 선거비용 회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선거비용 미반환자 인적 사항 공개 등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양 의원은 이에 "선관위가 미반환 금액의 환수율을 높이고,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해 혈세가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고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선관위가 앞으로 돌려받아야 할 선거 비용은 191억 원 정도에 이른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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