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유리하게 정관 바꾼 의혹
‘회장 사퇴해야 출마’ 규정도 바꿔
與 “변경 승인해준 문체부도 책임”
빙상장 부지 선정 고의 지연 의혹도
내년 1월 대한체육회장 3선 도전이 유력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사진)이 임기 중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체육회 정관을 여러 차례 바꿨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존 ‘100% 무작위’ 방식으로 뽑았던 체육회장 선거인단 10명 중 1명을 ‘지정선거인’으로 변경한 사실이 확인돼 “이 회장이 기존 체육회 조직력을 활용해 지정선거인단이 누군지 알 수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선 “체육회의 정관 변경을 계속 승인해 준 문화체육관광부 책임도 크다”는 비판도 나왔다.
체육회가 주관하는 국제스케이트장 대체 부지 선정이 지방자치단체들의 치열한 유치 경쟁에도 내년 체육회장 선거 이후로 밀리면서 “이 회장이 정부 사업마저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 “체육회장, 선거마다 유리하게 정관 바꿔”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이 체육회로부터 제출받은 선거관리 규정과 정관 등에 따르면 체육회는 2022년 말 체육회 정관에 ‘지정선거인’이라는 제도를 신설하고 시군구 체육회당 1명씩 체육회장 선거인단에 포함되도록 변경했다. 전국 228개 시군구 체육회에서 추천한 인사가 체육회장 선거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바꾼 것이다. 2021년 1월 열린 41대 체육회장 선거에서 선거인단이 2170명인 것을 고려하면 11% 규모다.
기존 체육회장 선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선거 1개월 전 전산 시스템을 통해 무작위로 2만3000명의 선거인단을 뽑고, 선거 일주일 전에 이 중 추려진 2300명이 직접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후보자와 선거인단 간 대면 선거운동은 허용하지 않는다. 박 의원은 “이 회장이 3선에 유리한 구조로 만들기 위해 사전 선거운동이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에 문체부는 의원실에 “기존에는 시군구 체육회에 선거인 2명이 할당됐고, 추첨을 통해 선발하는 구조였다”며 “그동안 시군구 체육회장들이 체육회장 선거권이 없다는 불만이 끊임없이 나와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에는 이 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놓지 않고도 선거에 나설 수 있도록 정관이 바뀌었다. 체육회 정관에 따르면 회장에 출마하려면 임기 만료 90일 전까지 회장직을 그만두어야 하는데, 2020년 ‘회장을 포함한 임원’에서 ‘상임임원 및 직원’으로 내용이 바뀌었다. 박 의원은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이 회장 재직 중 정관 변경을 수차례 승인해 준 문체부 역시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7일 문체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체육회가 2016년 회장 선거 후보자로 등록할 때 제출해야 하는 ‘벌금형 이상의 형의 범죄경력에 관한 증명서류’를 ‘임원결격사유 확인을 위한 본인 서약서’로 바꾼 것도 무슨 의도인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 “선거에 이용하려 국제스케이트장 부지 선정 늦춰”
체육회가 이 회장 연임을 위해 정부 사업인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건립 사업’을 이용한다는 의혹도 나왔다. 문체위 소속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에 따르면 체육회는 강원 춘천·원주시·철원군과 경기 양주·동두천·김포시, 인천 서구 등 7개 지자체가 유치 경쟁 중인 국제스케이트장 대체 부지 선정을 내년으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건립 사업은 태릉선수촌 내 국제스케이트장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2027년부터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추진된 것으로 국비만 2000억 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지자체 중 한 곳을 선정하면 나머지가 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라며 “체육회가 사실상 이 회장 선거에 정부 사업을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8월에 한 차례 연장 요청을 받아들여 이달까지가 기한”이라며 “또 연장이 들어오면 주관 단체를 바꾸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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