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회의, 5개월 만에 타결
'50억 달러' 주장 트럼프 재집권 리스크 해소
"국회 비준 등 국내 절차도 조속히 마무리"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유세 도중 정면을 가리키고 있다. 밀워키=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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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타결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4월 공식 협의 시작 후 타결까지 5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최대 18개월(11차 협정)간 줄다리기했던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더 빠르기는 힘든' 속도라는 평가다. 그 배경에는 이번 11월 대선에서 '권토중래'를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협정은 첫 공식 협의 때부터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종료를 1년 8개월이나 앞두고 시작된 협상에 11월 미국 대선의 예측 불가능성을 해소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나 지목된 건 '트럼프 리스크'였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할 경우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걸고 넘어지면서 양국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에 대한 압박을 노골적으로 이어왔다. "주한미군 유지의 많은 비용을 왜 미국이 부담해야 하느냐"는 인식이 기본이었다. 한국을 포함,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미국 주둔의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수차례 반복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추이. 그래픽=송정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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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 기간에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한꺼번에 5배로 올리라고 압박을 하기까지 했다.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최근 회고록에서 미국이 "바가지를 쓰고 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을 생생히 전했다. 야인시설인 2021년 11월에도 그는 ‘집권 1기 중 후회되는 일’을 묻는 뉴욕타임스 기자 질문에 "한국으로부터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약 6조7,000억 원)를 받아내지 못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후에도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계속 걸고 넘어졌다. 지난 5월 언론 인터뷰에서 "듣기로 바이든 정부와 (한국이) 재협상을 통해 이전 수준으로 방위비를 훨씬 더 낮췄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는 이어 "한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인데 왜 돈을 지불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측 실무진도 트럼프 정국으로 흘러가면 협상 기류가 어떻게 바뀔 지 모른다는 공감대를 가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5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공교롭게 11월 대선에 앞서 협상을 마무리한 것에는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감대가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협정이 공식 발효되면) 트럼프가 재선을 하더라도 집권 초기에 이 사안을 뒤흔들진 못할 것"이라고 봤다. 우리 정부는 이번 협정에 대해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재가 등의 절차를 거친 뒤, 곧바로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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