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 '국민평형’ 84㎡는 올 5월 42만3000만 원(18층)에 거래 신고를 했으나 두 달 만에 계약이 해제됐다. 이후 이 단지 동일 평형 매매가는 44억~48억 선으로 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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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며 50억 원 이상의 초고가 거래가 속출하자 집값상승기마다 어김 없이 등장했던 ‘호가 띄우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이상 거래의 원천 차단을 위한 실효성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 '국민평형’ 84㎡(이하 전용면적)가 올 5월 42만3000만 원(18층)에 거래 신고를 했으나 7월 말 계약이 해제됐다. 이후 이 단지 동일 주택형 매매가는 44억~48억 원 선으로 오르더니 지난달 2일 국평 아파트 중 역대 최고가인 60억 원(2층)에 거래됐다.
인근 아크로리버파크 59㎡는 지난해 12월 26억 원(6층)에 실거래가 신고를 마쳤지만 4개월 뒤인 올 4월 계약을 돌연 해제했다. 해당 실거래가는 당시 최고가로 실거래가 신고 후 동일 면적은 1억2000만 원 이상 높은 가격에 손바뀜했다.
실거래가 신고를 마친 지 1년 만에 거래를 취소하는 경우도 발견된다. 영등포구 신길동 래미안에스티움 84㎡는 지난해 3월 13일 13억 원(27층)에 계약했다고 신고했으나 1년 뒤인 올 3월 18일 거래 해제 사유가 발생했다.
업계에선 통상 계약일 두 달 뒤 잔금일을 정하는 것을 고려해 계약 후 4개월이 지나도 등기하지 않으면 ‘집값 띄우기’ 목적의 거래로 본다. 9월 30일 현재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는 4건, 개포동 래미안플레스티지는 3건이 미등기 상태다.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상 소유권이전 등기는 주택 매매계약 잔금일 이후 60일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행정처분 대상이다. 실거래가는 부동산 계약일 이후 30일 안에만 신고하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아파트 매매 후 미등기는 허위신고를 통한 소위 '집값 띄우기'에 악용되곤 했다. 등기 없이 계약서만 써도 실거래가 신고가 가능하기에 특정 아파트를 높은 가격에 가짜로 계약한 다음 이 가격이 추후 '추격 매수'의 기준이 돼 집값이 오르면 나중에 본 거래를 취소하는 식으로 호가를 띄우는 것이다.
집값 띄우기가 시장에 팽배해지면 주택 실수요자는 가격 측면에서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아파트 시세는 대부분 신고된 실거래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작성되는 각종 부동산 통계자료도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2022년 강남구 현대6차 157.36㎡가 역대 최고가인 58억 원(4층)에 중개 거래됐다가 7개월 후 갑작스럽게 거래가 취소된 바 있다. 거래가 취소된 당일 같은 매물이 다시 58억 원에 팔렸다. 이처럼 호가를 올리기 위한 허위 거래일 수 있다는 의혹이 커지자 정부 역시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3~8월 실거래가를 의도적으로 띄우려는 신고 흐름 집중 조사에 착수했다. 2023년 1월 이후 거래가 이뤄진 아파트의 등기일 정보를 거래신고 6개월 후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올 2월부터는 아파트 층뿐 아니라 동까지로 실거래정보 공개 범위가 확대됐다.
이에 지난해 상반기에 신고된 전국 아파트 거래 19만여 건 가운데 미등기 거래는 총 995건(0.52%)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6.9% 감소했다. 그러나 미등기 대비 과태료 처분 비율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복기왕 의원(더불어민주당ㆍ아산시갑)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아파트 거래신고 중 미등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과태료 처분 건수는 33건으로, 2022년 전체(49건)의 67%에 달한다. 이 추세라면 현재 진행 중인 2023년 하반기 점검이 끝나면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통하지 않고 직거래를 통해 호가를 띄우려는 시도도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의 개인 간 직거래 가운데 미등기 비율은 1.05%로, 공인중개사를 통한 거래(0.45%)보다 2.3배 높았다.
실제로 3월 압구정동 현대7차 254㎡는 2021년 직전 신고가(80억 원)보다 35억 원 급등한 115억 원(10층)에 거래됐다. 같은 아파트 144㎡에 거주하던 매수인과 매도인이 서로 살던 집을 맞교환한 직거래였다. 가격 증가 폭이 과도하게 큰 탓에 허위 거래 조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최근 소유권 이전을 마치며 논란이 종식됐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연말까지 지방자치단체 합동으로 수도권 이상 거래 합동 기획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 거래된 주택의 집값 담합, 허위 신고 등을 파악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1차 점검 대상은 서울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와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이며 2차 점검은 분당, 평촌 등 1기 신도시 지역과 서울 전체에서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상시적 조사 체계를 확립하는 동시에 처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부동산거래신고법’)에 따르면 부동산 허위 거래 적발 시 최고 3000만 원의 과태료 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거래 팀장은 “거래신고 후 몇 달 후 취소하면 단기 가격 방어가 가능하다는 것과 대다수의 사람이 신고에만 관심을 가질 뿐 취소 여부를 잘 확인하지 않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라며 “특정 거래가 허위인지 아닌지 증명하는 일도 까다롭다 보니 근본적인 차단이 어려워 업계에서도 큰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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