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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주민 참여 확대·균형 발전 이루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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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전국 첫 단일 광역체제 실시

주민 참여 제한, 도지사 권한 집중 문제 제기

3개 기초단체 두는 방안 연내 주민투표 거쳐 확정

조선일보

제주도는 지난 8월27일 제주학생문화원 대극장에서 ‘도민 스스로 만드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설명회는 이·통장, 주민자치위원, 이·통사무장 등 지역 리더들을 대상으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배경과 개편 내용, 필요성, 도입 이후 달라지는 점을 알리기 위해 열렸다./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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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가 18년만에 새로운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나섰다. 이른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해 주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와 지역간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때 기존 4개 기초자치단체(제주시, 서귀포시, 북제주군, 남제주군)를 없애고 1개의 단일 광역자치단체로만 행정체제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특별자치도는 외교·국방·사법 등 국가 존립 사무를 제외한 모든 사무를 국가로부터 제주도가 넘겨받는 것으로, 전국 첫 시도였다. 제주에 특별자치도를 도입한 것은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제주도는 ‘도지사에게 권한 집중’, ‘주민 참여 제한’ 등 단일 광역단체 운영에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주민투표를 다시 진행해 18년 전 없앴던 기초단체를 복원하기로 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는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한 광역과 기초의 사무와 기능을 제주 실정에 맞게 재조정한 기초단체로, 과거에도 현재도 없는 새로운 기초단체를 도입하겠다”면서 기초단체 설치를 통해 행정에 대한 주민 참여 확대를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 특별자치에 따른 특례 확대를 약속했다.

애초 제주도의 행정계층구조는 ‘제주도’라는 광역단체, ‘제주시’·'서귀포시’등 2개 시, ‘북제주군’·'남제주군’ 등 2개 군의 기초단체가 있는 다층 구조의 행정체제였다.

변화는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거듭나려고 하던 2005년 시작됐다. 2005년 국제자유도시를 효율적으로 추진한다는 등의 명분을 내걸고 기초단체를 없애는 제주특별자치도 설립 방안을 주민투표에 부쳤다. 당시 주민투표 결과 절반이 넘는 57%가 기초단체 없이 광역단체만 운영하는 안을 선택했다.

제주도는 2006년 7월 민선 4기 출범부터 기초단체는 사라지고 광역단체만 있는 단일 행정체계가 시행됐다. 현재의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행정서비스 편의를 위해 구분한 행정시로 운영중이다. 행정시는 자치권을 가질 수 있는 법인격이 없다. 도지사가 행정시장을 임명하고, 의회도 없다.

하지만 2011년부터 행정체제를 개편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왕적 도지사에 대한 권한 집중,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불균형 발전, 행정시의 자율성 제한, 주민 참여의 제한 등 광역 단일체제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민선 8기 선거기간 기초단체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이어 지난해 강원도와 전북도가 기초단체를 유지하면서 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서 제주에도 기초단체를 두려는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2022년 8월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구성돼 활동을 시작했다. 제주도는 한국지방자치학회 등에 의뢰해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추진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용역진은 도민 공론화를 통해 행정체제 개편 대안으로 선정된 단일 광역체계인 제주도에 3개 기초자치단체(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3개 행정구역은 제주시를 국회의원 선거구(제주시갑·제주시을)에 따라 서제주시와 동제주시 2개로 분할하고, 서귀포시를 현행대로 두는 것이다. 시장은 직선제로 선출한다. 용역진은 3개 행정구역이 인구, 세수, 경제기반 등을 기준으로 지역 간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기초자치단체간의 경쟁 효과를 불러와 지역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3개 기초단체를 두는 방안을 제주지사에게 권고했고, 오영훈 제주지사도 이를 받아들였다.

제주도는 행정안전부에 올해 내 ‘기초자치단체 부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해줄 것을 건의했다. 연내 주민투표가 이뤄지면 다음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2026년부터 기초단체장을 직접선거로 선출할 수 있게 된다. ‘제주도 동제주시·서제주시 및 서귀포시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도 국회에 발의됐다.

제주도는 새로운 기초자치단체 실시에 대비해 사무를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제주도는 공장 설립, 휴양·펜션 인허가 등 1292건의 제주도 사무를 기초단체에서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별자치도인 제주도는 정부 사무 5321건을 맡고 있는데, 기초단체가 생긴다면 이 가운데 24.3%를 기초단체에서 수행하는 것이다.

‘제주도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도민운동본부’(이하 도민운동본부)가 꾸려졌다. 도민운동본부는 기초단체 도입에 대한 주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주민투표 촉구 서명운동을 진행한다. 도민운동본부는 또 기초단체 설립 필요성을 알리고 제주연구원은 읍면동에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농기계 지원과 전기사업(태양광 발전 등) 인허가 등 주민과 밀접한 사무를 기초단체가 수행하게 된다”며 “지방자치법상 기초단체 사무임에도 도민이 불편하거나 이미 광역화돼 기초단체에서 바로 수행할 수 없는 대중교통, 폐기물처리시설, 장사 시설 등은 그대로 광역단체에서 그대로 운영하겠다”고 했다.

[제주=오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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