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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피격 후 생환' 슬로바키아 총리, 尹 만난다…"극단주의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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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슬로바키아의 로베르토 피초 총리가 지난 6일(현지시간) 자신이 5월 피격 당했던 슬로바키아 중부 도시 핸들로바를 찾아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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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적 반대파에게 피격 당했다가 생존한 유럽 슬로바키아의 로베르토 피초(59) 총리가 29일 방한해 “정치 지도자들은 극단주의로부터 사회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피초 총리는 이날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 30일 윤석열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갖는다. 그는 방한에 앞서 중앙일보와 사전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피초 총리는 “최근 유럽 의회 선거와 미국 대선 국면 등 모든 민주주의 세계에서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으며 슬로바키아도 예외는 아니다”라면서 “정치적 급진주의를 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다른 집단 간 공동 이해를 구축하고 적대감을 줄이는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야 정치 지도자들과 시민들은 사회를 파괴적 충동에서 벗어나게 하는 동시에 잘못된 정보와 유해한 이념, 극단주의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폭력은 정치적·사회적 담론에서 설 자리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초 총리는 올해 5월 15일 슬로바키아 중부 도시 핸들로바에서 지지자들을 만나다가 근거리 피격을 당했다. 그의 정치적 견해에 불만을 품은 반대자로부터 가슴·복부에 최소 4발을 맞고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가 지난 7월 업무에 복귀했다.

좌파·민족주의 성향의 피초 총리는 2006~2010년, 2012~2018년 집권했고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승리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10월 그가 방한한 뒤로 슬로바키아 총리가 방한한 건 17년 만이다.

피초 총리는 이번 방한 의제와 관련해 “슬로바키아와 한국은 상호 연결된 안보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특히 사이버 방어와 같은 분야에서 보안 인프라를 강화하고 디지털 시대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과 같은 새로운 파트너십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원자력 분야 협력을 한국과의 양자 대화에 포함해 두 나라의 관계를 증진하기를 기대한다”라고 언급했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지난 5월 야슬로프스케 보후니체 원전 단지에 5호기인 1200MW(메가와트) 원전을 신규 건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원전은 슬로바키아 에너지원의 61%를 차지한다고 총리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 피초 총리는 "우리 정부는 핵연료·기술 공급의 다각화를 정치적으로 지지하며 새로운 파트너십에 열려 있다"면서 "우리는 한국을 정치·경제적 파트너로서 높이 평가하며 상호 이익이 되는 투자를 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이 최근 한국산 무기를 구매하고 있는 추세와 관련해선 "슬로바키아도 확실히 관심이 있다”라며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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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urity officers move Slovak PM Robert Fico in a car after he was injured in a shooting incident, after a Slovak government meeting in Handlova, Slovakia, May 15, 2024.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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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초 총리는 선거 기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서방 언론들은 그를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와 더불어 친러·반미 성향으로 분류하지만, 그는 이달 초 "슬로바키아는 친(親)EU·나토 대외 정책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피초 총리는 다만 북·러 군사 협력과 관련해선 “탄도 미사일, 무기, 혹은 관련 자원을 북한으로부터, 혹은 북한에 이전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 노력을 저해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피초 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서는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한 경험이 있는 슬로바키아도 한반도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평화적 조치를 이해하고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반도는 물리적·이념적 분열로 인해 복잡한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오늘날의 한국이 보여주듯 민주주의와 자유는 번영의 동의어"라면서 "북한과 모든 차원의 대화·외교 협상의 노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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